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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정 Oct 17. 2021

중국 시각디자인계의 거장, 칸타이킁 -1


장예모 감독이 중국 영화계의 지평을 연 선구자로 여겨지듯, 중국의 시각디자인계에서도 대부처럼 여겨지는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은 바로 칸타이킁(靳埭强)으로 로고, 포스터 뿐 아니라 디자인 작업 태도에 있어 중국 디자이너들에게 굵직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무려 40년동안 디자인 작업을 해왔고 시기마다 그의 디자인 세계관이 변화되는 것이 흥미롭기에 본 칼럼에서는 연도별로 그의 디자인작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번째
산수화로 시작하다










1976 mountain, 1978 Over the Mountains





사실 그는 홍콩출신으로 중국 본토출신이 아니다. 그가 태어났을 때의 홍콩은 영국 직할 식민였기에 중국에서 나고 자란 본토 디자이너라 칭하는건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 누구보다 중국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에 중국디자인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사실 칸타이킁이 홍콩에서 태어난 것은 당시 디자이너로서는 무척 행운이었다. 칸타이킁이 태어날 당시 홍콩은 서양의 디자인 문화를 일찍부터 흡수하고 있었고 일찍부터 수채화를 배우며 서양의 채색문화에 눈을 떴다. 그는 본래 디자이너가 아니라 재봉사로서 생업을 이어갔다. 그러다 30대에 삼촌에게서 중국화를 배우며 중국화를 이용한 작업을 해보자고 결심하며 산수화를 이용한 순수회화 작업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 그림은 1970년도에 그린 그의 작품인데 수묵산수화를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자인 일을 의뢰받아 시작하며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두번째
아시아와 서양의 결합








1978 The 3rd Festival of Asian Arts



1978년도에 작업한 이 아시아 문화 페스티발 포스터는 인도와 중국, 한국, 일본의 문화요소를 결합한 포스터다. 인도의 사리와 중국 경극의 눈, 한국 탈의 코, 일본 우키요에의 입을 혼합하여 하나의 아시아로서의 정체성을 구현해냈다.







1980 the third hong kong budda


이후 그가 수채화와 중국화를 동시에 배운 것은 그의 디자인작업에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1980년도에 작업한 이 붓다페스티발 포스터를 보면 수묵화와 인장을 이용해서 선의 향취가 풍기는 포스터를 만들었다. 인장은 동양화에서 작품을 제작한 사람이나 작품을 제작한 사람이 찍는 표식인데 이를 디자인적으로 활용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1983 One Art Group Show




이 포스터가 호평을 얻자 그는 본격적으로 1983년부터 자신의 색을 담은 작품세계를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이 One Art Group Show 는 한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 전시를 한다는 취지인데 그림 화(畵)자에 먹으로 한 일(一)자를 그어 Art와 One의 뜻을 혼합하였다.




1988 modern chinese meet Hamburg



이 태극의 포스터 역시 눈여겨볼만하다. 중국과 서양의 문화가 만났다는 의미를 서양을 파스텔로, 중국을 수묵화로 표현하여 태극을 형상화했다.




1989 Exhibition of 13 Hong Kong Famous Artists, Nagoya



일본에서 열린 홍콩아티스트전의 포스터도 흥미롭다.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칸타이킁은 평면에서 벗어나 동양 전통 입체 소재(사진)을 이용하여 작업을 해보인다. 특히 벼루의 가운데에 세로선을 그어 중(中)자를 상징했고 빨간색 점을 찍어 일본의 국기를 상징했다. 그리고 밑에는 붓을 넣어 아티스트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처럼 동양화의 평면형태를 넘어 동양화의 소재(먹,벼루)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데서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





Love Our Mother earth




이 포스터 역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여기는 포스터이다. 포스터의 이름은 Love Our Mother earth 직역하면 우리의 지구를 사랑하자는 의미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태양과 그 주변의 구름같기도 하지만, 멀리서 보면 엄마의 가슴 같은 모습이다. 지구와 어머니를 동일선상에 넣고 중의적인 의미를 삽입한 이 포스터는 다의적 의미를 품고 있는 동양사상과도 일치한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는 그의 가장 대표적 작품은 바로 이것이다. 중국은행은 마치 한국의 한국은행과도 같은 중국의 대표적인 은행으로 중국을 가게된다면 누구나 이 로고는 한번쯤은 보았을것이다. 언뜻 보면 엽전처럼 생겼고 실제로도 중국 엽전의 형상을 차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이 로고에 동양적인 철학을 담아 로고의 신성성을 부여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천원지방이라 하여 하늘은 원이고 땅은 네모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 로고에서도 그는 이러한 중국의 전통사상을 담아 천지를 상징하는 로고를 만들었다.





세번째
수묵재료를 이용하다







1992 kantaikeung lecture in graphic design in china exhibition



이 포스터는 중국에서 열린 그의 그래픽 디자인 강의 포스터이다. 벼루를 가운데로 갈라 중국의 중(中)자를 상징했는데 왜 이렇게 한쪽이 삐딱하게 갈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좋은 디자인읆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건 정도(定道)와 사도(私道)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디자인 의도가 아닌가 추측해본다.




1993 graphis





이렇게 먹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작업은 다음의 작업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GRAPHIC의 G를 단순화시켰는데 먹과 벼루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이 흥미롭다. 동양적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서양의 그래픽을 추상화시킨 부분이 인상적이다. 디자인작업을 하면서도 그는 계속 중국화 작업을 놓치 않는다. 이때 그의 작품세계는 점점 추상적 산수화로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타이완 이미지 포스터에서는 먹과 벼루, 필산, 문진을 이용하여 문자와 수묵재료를 적극적으로 결합하였다. 문자는 상형문자로 추상화되어 이미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이것은 문방사우로 치환되어 동양적인 이미지를 창출해내었다. 이는 세련되면서도 동양의 미가 담뿍 담긴 아름다운 디자인이었다. 


















이후에도 그는 수묵의 재료들(벼루,필산)등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의 소재로 사용하며 화면을 구성한다.






(왼쪽) 필산(붓걸이)를 이용한 "산을 즐기다" / (오른쪽) 벼루를 이용한 "물을 즐기다"






칸타이킁 추상작품, 1994 Obsessed Desire





다음 2부에서는 그가 수묵재료와 동양화 선을 이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어떻게 다음 단계로 발전했는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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