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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정 Oct 17. 2021

중국 시각디자인계의 거장, 칸타이킁 -2


1부에서는 칸타이킁이 수묵화로 시작해 수묵재료를 이용하여 화면을 구축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그가 수묵재료에서 벗어나 어떻게 디자인에 뜻을 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현재까지 어떻게 그의 디자인세계가 발전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네번째
디자인에 뜻을 담다



이제 수묵재료로 디자인의 가능성을 실험한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디자인에 뜻을 담기 시작한다. 그의 오마주 작품들을 보면 동양화를 사용하여 한장의 포스터에 많은 뜻을 담고자 한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이 포스터를 보자. 이건 폴 랜드를 위한 포스터인데 폴 랜드의 본래 작품을 오마주했다.






(좌) 폴랜드 작품 (우) 칸타이킁의 오마주, 1997 homage to paul land





그리고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 역시 동양화 묵으로 멋지게 오마주한 것을 볼 수 있다.




(좌) 툴루즈 로트렉 작품 (우) 칸타이킁의 오마주, 2002 Hommage a Toulouse Lautrec




흥미로운 것은 이 두장의 포스터다. 하나는 한국과 북한의 남북 통일포스터인데 그는 왜 이러한 디자인을 한 것일까? 정답은 포스터를 거꾸로 하면 알 수 있다. 일단 평범하게 오른쪽 글씨를 읽으면 한국의 한(韓)자이다. 그런데 포스터를 거꾸로 해서 왼쪽의 글자를 읽으면 어떻게 될까?







1997 reunification korea




그것은 바로 북조선의 조(朝)이다. 즉 가운데의 변을 두고 결국 북조선과 한국의 글씨가 다른 셈인데 칸타이킁은 이를 포착하여 한국과 북한은 결국 같은 뿌리를 두고 있기에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 포스터는 조금 마음이 짠해진다. 포스터의 이름은 2002 homage to Ikko Tanaka. 아마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한번쯤 다나카 잇코라는 일본디자이너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2002년은 이 다나카 잇코가 타계한 해로 칸타이킁은 다나카 잇코의 대표적인 포스터를 패러디하고 이 획의 끝에 눈물을 그려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좌) 다나카 잇코 포스터 (우) 칸타이킁의 오마주 포스터, 2002 homage to Ikko Tanaka






1999 eternity poster



1999년도에 제작된 다음의 포스터는 eternity, 영원을 상징하는 포스터다. 중국에서 eternity는 길 영(永)자인데 이는 중국 서법에서 모든 획이 들어가 있기에 영자팔법이라 하여 가장 기본으로 쓰인다. 카나이킁은 이 永의 획을 분리하여 그 안에 초를 넣었다. 상당히 묘한 의미다. 영원을 상징하는 글씨에 영원히 탈 것 같지만 언젠가는 사그라드는 초를 넣어 영원이란 글자의 허무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걸까?  뒤에 은은히 비치는 永자의 글씨는 한폭의 산수화같기도 하다.












서예의 필획을 이용한 픽토그램으로 단순하면서 동양적인 올림픽 상징마크를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비록 실제 올림픽 마크로 채택되지 못했지만 서예와 픽토그램을 결합한 재밌는 시도다.

















다섯번째
산수화와 문자의 결합



2006 Is not a Mountain




그러나 본격적인 그의 디자인 변화는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작업 스타일을 아예 바꾸어사수화와 타이포그래피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2006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Is not a Mountain 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멀리서 보면 산이라는 문자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산은 아니다. 실제 가까이서 보면 이 작품은 조밀한 산수화일 뿐이다. 여기서부터 칸타이킁은 순수미술(산수화)와 디자인(타이포그래피)의 경계를 무너트린다. 문자와 그림이 결합된 풍경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여러 문자들을 산수화로 치환하며 연작을 만들어낸다.  1부터 10까지의 한자를 은은한 산수화로 표현해씅며 한 일(一)자라는 글씨에서는 여백의 미까지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빈 공간과 채워져 있는 공간의 대비 역시 훌륭하다.  필획 역시 대단하다. 힘차게 뻗어있는 선들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농담들은 그의 회화적 능력이 하루아침에 완성된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그리고 2011년도에 한국에도 칸타이킁의 작품이 왔다.  2011 타이포그라피 페스티발에서 칸타이킁은 거대한 연작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보통의 포스터들이 규격의 사이즈 안에서 디자인이 된 반면, 칸타이킁은 마치 거대한 동양화 작품같이 한 벽면을 차지하는 규격의 사이즈에 작품을 전시했다. 불 화(火)라는 문자는 멀리서 보면 문자같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화재가 난 산수풍경이었고, water in mind라는 작품에서는 가까이 보면 폭포가 흐르는 산수풍경이었다. 그리고 mountain in mind라는 작품에서는 장쾌한 산수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현재도 고령의 나이에도 끝없이 작품세계를 펼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최근 그의 작품은 보다 추상적인 단계로 접어들어 무르익은 노년의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이처럼 그는 수묵의 필획과 먹재료, 산수화를 이용한 동양의 디자인세계를 독자적으로 재해석하고 후학들에게 중국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또한 40년간 한 자리에서 발전을 거듭하며 매 시기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는 그의 성실한 디자인 태도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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