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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정 Nov 01. 2021

자연을 향한 도자기, 아틀리에Murmur


파리에서 의기투합한 세명의 여자들이 있었다. 셋은 전공도 다르고 취향도 달랐고 심지어 도자기를 전공하지도 않았지만 '자연을 담은 도자기를 만들자'라는 목표아래 함께 귀국하여 2011년 항저우에 도자기 스튜디오를 차렸다. 스튜디오의 이름은 아틀리에Murmur, 耳语. 한국말로 '귓속말'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현재 프랑스와 항저우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세명의 역할 프로세스는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재료에 대한 실험을 하고, 가능성을 발견하다음 그 가능성을 토대로 다시 실험을 한다. 몇차례 실험에 대한 토론을 거치다 보면 점점 구체적인 주제가 생겨난다. 그 다음 서로가 잘하는 공예분야의 특성에 맞춰 전담자를 배치하여 협업을 한다.
도자기를 전공하지 않은 만큼 이들은 도자기의 재료 운용에 있어서 매우 자유롭다. 이들은 재료의 물성을 최대한으로 실험하며 도자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예를 들어 종이나 유리, 시멘트, 천등을 도자기의 재료로 이용하며 이 물성들이 도자기와 결합하여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킨다.
  아래는 그녀들의 재료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천과 도자기가 섞인 작품으로 도자기를 마치 천처럼 염색하기도 하고 도자기와 천을 서로 엮기도 하였다. 또 그 안에 빛을 투과시켜 마치 조명처럼 만들기도 하였다. 부드러운 천과 단단한 도자기가 섞이며 만들어내는 재료의 대비가 절묘하다.  












또한 도자기에 니트질감을 덧입히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차가운 도자기가 스웨터처럼 뜨개질되어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차가운 도자기에서 따뜻함마저 느껴진다. 한편 도자기를 마치 손으로 꾸욱 누른듯 자연스럽게 손자국을 내서 화병을 만들기도 한다. 그 형상은 마치 작은 화산과도 같아 위에 꽃을 꽂으면 분화구에서 용암이 아니라 꽃이 샘솟는듯한 형상이 된다. 그녀들은 이러한 일련의 재료실험을 통해 도자기는 매끄럽고 평평해야한다는 생각을 뒤집는다. 어쩌면 이들이 만드는 것은 '도자기'가 아니라 도자기를 베이스로 한 '새로운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녀들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자연'이다. 그녀들은 Henry David Thoreau 의 "We are part of nature." 이라는 말을 모토로 삼는다. 그녀들은 자연을 어떻게 도자기에 형상화하고 표현해야할것인지를 일순위로 고민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의 흔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이 낙엽시리즈다. 떨어진 나뭇잎을 도자기에 찍어 만든 이 컵은 자연의 미묘한 변화가 느껴지는 아이템이다. 떨어진 단풍잎의 형태와 질감이 찍힌 탄생하는 순간 그 컵은 세상에서 유일한 작품이 된다.  
또다른 작품에서 그녀들은 낙엽의 일부를 묘사한 조각을 컵안에 붙여넣었다. 만약 여기에 물을 담게 되면 마치 컵안에 나뭇잎이 떠있는듯한 풍경이 연출된다. 단순한 접목이지만 이 간단한 장치를 통해 우리는 자연을 생활속에서 즐길 수 있다.    
더 나아가 그녀들은 재료에 대한 실험을 거듭하여 도자기에 붙인 나뭇잎을 투명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낙엽부분은 자연스럽게 빛이 투과하여 빛을 비추면 잎맥락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는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도자기에 극대화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흙'에 대한 접근도 보여준다. 작품 '지질층'은 다른 토질의 재료를 중첩하여 만들어낸 도자기다. 흙으로 만든 도자기지만 서로 다른 색과 형태의 혼합물이 쌓인 모습을 형상화했다. 실제 이 작품의 이름은 earth layer로 마치 지구의 일부를 도자기로 만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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