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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티제빅 Oct 24. 2022

첫 브런치북을 발행하고...

평범한 사람이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쓴다는 것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 주중엔 회사에, 주말엔 가정에 온 정성과 시간을 쏟으며 지내야 했고,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냥 평소와 같이 계속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글을 써볼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의 물결 위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기회에 거주지보다 다소 먼 지역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고, 잠깐이었지만 가족과 잠시 떨어져 홀로 원룸생활을 해야만 했었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회사에서의 거친 하루를 보내고 나서 퇴근 후 집으로 가 아내가 차려준 따뜻한 저녁식사를 하고, 아빠가 집에 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아들과 함께 온몸으로 놀아주다 보면 어느새 몸이 녹초가 되어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퇴근 후 원룸에 들어오면 (처음에는 노트북도 없었기 때문에) 방에서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했다. 그때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디자인, 디자인씽킹, 조직문화, 리더십과 관련한 서적이었다. 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소홀히 해오던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업무와 관련한 내공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다. 일과 관련한 주제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전보다 더 자신감이 생기고 일에 대한 몰입도도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아들과 영상통화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4~5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저녁에 생기다 보니, 꽤 많은 서적과 글들을 읽을 수 있었고, 한 동안 책을 멀리 해왔던 나에게는 그 시간이 오랜만에 찾아온 보물과 같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두 달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던 것 같다. 방에 가서 책만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또 삶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적을 통해 얻는 지식과 인사이트들은 물론 새로운 것들이 많았지만,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 것은 도무지 엉덩이가 좀이 쑤셔 오래 하기 힘들었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새롭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을 써야겠다.

생각해보면, 다른 누군가가 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지식과 인사이트를 내 머릿속에 넣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 지식과 인사이트를 머리 밖으로 꺼내지 않고 안에만 가둬두는 것은 나 스스로에게뿐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 측면에서도 좋은 영향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냥 알고만 있기' 때문이다. (좀 과한 표현인 것 같긴 하지만) 어떤 지식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지식이 또 다른 사람들을 숙주로 삼아 끊임없이 진화하고 확산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에서 가장 좋지 않은 직원의 유형 중 하나가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 유형이라 생각한다. 자기 계발 활동이나 공부 자체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기 계발과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그 과실을 본인 혼자만 독식하고, 동료들과 공유하지 않는 유형의 직원은 조직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직원이다. 


최근 링크드인과 같은 SNS를 보다 보면, 본인의 지식과 노하우를 전혀 일면식도 없는 제3자들에게 끊임없이 베풀고 나누어주는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물론 각자의 퍼스널 브랜딩 측면에서 하는 활동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지식과 인사이트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야 본인이 속한 조직과 산업, 나아가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일을 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 알게 된 것들, 널리 알리고 싶은 것들을 글로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남을 위한 글은 대량 생산하면서, 나를 위한 글은 전혀 써 본 적이 없네...

※ 여기서 말하는 '남을 위한 글'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무한 반복 생산하는 보고서, 말씀 참고자료, 단순 안내자료 등'을 말한다.


나를 위한, 나만의 글을, 내 마음 가는 대로 써보고 싶었다.

 

출처 : Pixabay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막함이 몰려왔다.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들,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작은 책으로 만들어보고자 무작정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을 열어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워밍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라톤을 뛰려고 하니, 부담감이 상당하기도 했고, 막상 엄청 많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던 초심과 달리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만으로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채 2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글 쓰는 작업을 잠정 보류하게 되었고, 그 후 우연히 '코딩'의 세계에 빠져 맥북(코딩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핑계로 와이프를 설득하여 하나 장만했다.)과 몇 개월을 씨름하다 보니 꽤 오랜 기간이 흘러가버렸다.


블로그로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내며 주말부부 생활을 하다 보니, 아들이 아빠를 더 많이 찾게 되었고, 출퇴근 거리가 왕복 5시간 정도로 꽤 멀었지만 아들을 생각하여 원룸생활을 1년 만에 청산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저녁에 여유시간이 많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시 글을 쓰는 작업을 어느 정도 진행시켜 놓고 싶었다. 그러던 중 '처음부터 3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 형태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 장씩 적다 보면, 나중에 그런 글들이 모여 책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티스토리 블로그였고, 글이 20개 정도 쌓이기 시작했을 때 브런치에 작가 신청서를 올렸다. 브런치 작가 신청 후기 관련 글들이나 유튜브 영상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처음부터 승인받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큰 욕심 없이 마음을 비우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쑥 날아든 합격 소식에 기쁘기도 했지만, 상당히 얼떨떨했다. 


내가 브런치 작가라니...


좋은 글들이 많아 자주 브런치 앱을 열어 읽을거리를 찾곤 했는데, 내가 그 플랫폼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감격스러움도 잠시,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는 다른 작가님들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글을 쓰실까 하는 궁금증에 '브런치나우'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몇 가지 읽어보았는데, 상당히 글을 정갈하게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 덜컥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했던 것이었고,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이 그저 '내 글'을 쓰면 그만인 것이라 생각하니, 금세 맘이 편해졌다.


원룸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1년간 생활하던 원룸을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아들을 저녁에 재우고 나서 2~3시간 정도 글을 읽거나 쓰는 작업을 한다. 기존에 티스토리에서 발행했던 글들 중 일부를 브런치로 가져오고, 계속해서 글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작은 브런치북으로 묶어도 될 만큼의 분량이 모였다. 


그리고... 그렇게 아래와 같이 나의 첫 브런치북을 발행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담지 못한 채, 다소 성급하게 책으로 묶어 발행한 것 같은 점이 없지 않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글들을 써나가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하고자 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earnandculture


* 타이틀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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