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써 2022년 읽은 책 100권을 독파했다. 2020년 62권, 2021년 43권에 비하면 올해는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아진 시기라 책에서 그 해결책을 찾기도 했고,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면서 이제 내 일상에서 책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책을 즐겨 읽었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몇 년 간 책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서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100권 돌파 기념, 그리고 올해의 독서 습관 마무리 겸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병렬 독서를 시작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많이 읽을수록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쉬운 책은 한 시간에 100 페이지, 보통의 책은 한 시간에 적어도 60페이지 정도는 읽을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크게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보니 한 권을 끝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책을 읽게 되는 순환의 사이클을 불러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렬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하나의 책을 끝내고 다른 책을 시작해야 된다는 왠지 모를 강박과 같은 것 때문에 한 권을 마무리하지 않고서는 다른 책을 함께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읽은 책의 권수가 늘어날수록 책을 빨리 읽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각 책의 내용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권을 같은 시기에 읽기 시작했다. 병렬 독서를 시작하고 나서 오히려 한 권이라도 질리지 않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듯하고, 재미가 없는 책이라면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 듯하다.
2) 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작년까지만 해도 책을 읽고 나서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았었다. 귀찮기도 했고, 일단 책을 읽는 거 자체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기만 하면 내용을 다 잊어버릴뿐더러 내가 어떤 책을 읽음으로써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지도 결국 다 잊게 된다는 사실이 아까웠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노션에 정리하고 북스타그램도 활발히 운영해 팔로워 수 1,000명을 돌파했다.
일단, 올해 내가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가 되어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인듯하다. 실제로 다 읽은 책이 리스트에 한 권씩 늘어가는 것을 보는 뿌듯함이 커졌다. 그리고 특정 책을 읽었을 시기에 내가 어떤 상황에 있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았다는 것이 좋았다. 나라는 사람은 유기적인 생명체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그에 따라 가치관이나 생각이 변해간다. 그런 변화 속에서 과거 나의 생각을 기록해놓는다는 것 자체가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파악하기에 너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책들과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그 기록을 보는 것 또한 나만의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나 스스로 무언가를 써보고 싶어 졌다는 것이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쓰는 행위라는 게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그리고 나를 찾아가기에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더 많은 글을 쓰면서 내 가치관을 정리하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런 글을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격려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때 과제를 할 때 외에 자발적으로 글을 써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변화였다.
3) 무엇을 읽는 행위 자체가 습관이 되고 재미있어졌다: 이제는 할 일이 없을 때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항상 크레마를 가지고 다니면서 조금 시간이 빌 때는 책을 읽곤 한다. 특히 나 스스로 변화를 느낀 것은 출퇴근 길인데, 예전에는 지하철을 타는 순간부터 무조건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의미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곤 했다. 하지만 요즘엔 출근길에는 뉴스레터, 퇴근길에는 책을 읽는다.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는 나 자신을 보면서 가끔 놀라기도 한다. 그냥 무엇을 읽으면서 정보를 얻어 가고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소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자연스럽게 책을 찾게 된다. 너무나 건강한 취미가 생겼다는 것이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100권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숫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꽤 의미 있을 만한 권수의 책을 1년에 읽으면서, 그리고 읽는 습관을 기르게 되면서 보이지 않지만 확실한 변화가 생긴 듯하다. 이러한 습관을 계속 유지해나가면서 내년에는 책을 통해 또 나의 어떤 새로운 모습을 깨달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