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이란 게 있을까. 사실 좋은 이별이란 말을 조금 억지를 부려 헤쳐 본다면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1) '이별'이라는 결과가 그들에게 있어서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될 때.
2) 헤어지는 과정에서 험상궂은 말을 뱉지 않고 좋은 말로 잘 마무리할 때. (오히려 이건 좋게 안전 이별하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별을 함에 있어서 여러 감정들이 개입하겠지만, 아무래도 전자의 이별이 더 아플 것 같다. 관계의 지속성의 부분에서 이를 지속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다고 판단하여 서로 정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이별을 선택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눈앞의 뜨거운 감정보단 이성이 매우 많이 개입해야 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팔아넘기는 짓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자는 좋은 이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확실치 않은 미래를 확고부동한 것이라 여겨 그 미래를 위해 현재의 좋은 것을 포기하는 것을 오히려 나쁜 이별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최근 지인 중에 A가 이런 이별을 겪었다 보니 나는 어딘가 가 잘 헤어졌다는 말을 뱉기 어려웠다. 서로 너무 좋아하지만, 더 좋아하기 전에 미래를 위해 마무리하는 이별 앞에서 그런 진부한 코멘트를 얹기 어려웠다. 이것이 좋은 이별일까. 미래의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두기로 하는 것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이별일 수도 있겠다. 장차 추악함을 보지는 않아도 되는 이별이기에.
후자의 이별은 사실 감정을 보자면 배려의 감정이 가깝다. 헤어졌다고 나쁜 이별이라 하기보단 오히려 좋은 쪽이다. 서로 악한 말을 뱉어 내며 추하게 헤어지는 것보단 확실히 훌륭하고, '표면상으로'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건전한 연애 관계를 가정하고 말하고 있다.) 물론 좋은 말을 뱉는다고 좋은 것만 봤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서로의 추한 모습, 좋은 모습은 다 경험했기 때문에 좋은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후자의 이별은 자연스러운 좋은 연애의 결과처럼 느껴진다. 서로 경험한 자들이 여러 실수와 극복을 통해 지금 현재가 함께 하는 것이 최고는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래는 상상할 수 있지만 확신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 어쩌면 최악의 선택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지금 너무 사랑하니까 무조건 잡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우리도 알 수 없는 직감이 눈앞에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귀띔해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이별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이별이라는 관계의 종결 앞에서 나는 서로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서로를 받아들였음을 귀히 여기고 멀리서 응원하는 사이가 되는 것이 좋다 생각한다. 삶에서 오롯이 나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존재가 나의 존재와 시간을 입증해 주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한 시간들을 지우고 묻기보다는 그저 살려두는 것,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좋은 종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