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와 70년대생의 삶,
"흔들려도 다시 걷는 사람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와
70년대생의 삶, 그리고 나의 이야기
'김낙수 부장'을 보며 마주한 나의 70년대생 초상화
웹툰 원작으로 한 12부작 드라마 속 주인공 김낙수 부장은 낯설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몇 년 선배처럼 느껴지는 중년 남성, 평생 성실하게 일했고, 승진에서 단 한 번도 밀리지 않았으며, 임원 진급을 목전에 두었던 '회사형 인간'
어딘가에서 본 듯한 사람, 혹은 나 자신이기도 했다.
김부장은 인생의 절정이라고 믿었던 순간에 공장 안전관리팀장 발령을 받는다. 본사에서 지방 공장 발령은 권고 사직에 가까운 비공식 메시지다. 선택지는 없다. 회사가 내미는 길을 따라 갈 수 밖에 없는 인생. 그리고 따라간 길 끝에 '해고 인원 20명 명단을 선정하라'는 오더가 떨어진다.
김부장은 명단을 작성해 보고하는 대신, 본인의 사직을 선택한다. 승진이라는 유일한 목표를 향해 달리던 사람이, 스스로 끈을 놓아버리는 장면. 내가 걸어온 길. 내가 보아온 선배들, 동료들의 삶이 떠오르며 묘한 울컥함이 올라왔다.
70년대생으로 사회에서 버틴지 30년. 나 또한 큰 조직에서 21년째 일하는 사람이다.
김낙수 부장을 보면 내 모습을 보았다. 그의 삶은 드라마지만, 우리의 현실과 기막히게 닮아 있다.
성공에 올인했던 세대의 붕괴
흔들린 삶이 남긴 정신적 상흔
무너짐 속에서 다시 길을 찾는 힘
성공만 바라보던 세대, 그리고 갑작스러운 추락
김부장은 공장으로 발령되고, 회사는 해고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라고 한다. 그는 사람을 자르느니 본인이 회사를 나가는 길을 선택한다. 승진이 존재의 이유였던 남자가 스스로 끈을 놓아버린다.
회사 밖은 예상보다 혹독했다.
퇴직금 5억과 대출 5억 5천. 총 10억 5천을 들여 산 상가 분양이 사기였다.
실제 가치는 3억도 안되는 상가였다.
그제서야 정신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공황장애가 찾아오고, 대리 운전을 하다가 사고까지 낸다.
김부장의 몰락은 극적이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나는 김부장을 보면서 8년 전의 나를 떠올렸다.
조직에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도 잠시. 목숨처럼 붙들고 있었던 일에서 배제되었다. 회사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된 듯한, 설명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졌다.
내가 선택한 길은 베트남 생산 현장 관리자로 나가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유배지가 나를 살렸다. 만약 그 때 조직의 중심에 계속 서 있었다면, 나 또한 공황장애를 피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김낙수 부장을 보면 느낀 짠함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나도 저 길을 걸을 뻔했다'는 공포와 안도감의 뒤섞임이었다.
무너짐은 혼자 오지 않는다.
가족, 정신, 그리고 자존감의 붕괴
김부장은 분양사기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아내에게 고백한다.
대출 이자는 감당할 수 없었고,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서울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는다.
김낙수 부장 자신의 성공의 상징과 같았던. 자존심의 마지막 뿌리가 뽑혀나가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울분과 실망을 삼켜낸 뒤 담담히 말한다.
"당신 수고 했어."
아내의 한마디가 김부장의 멘탈을 붙잡는다.
아들은 늦은 밤 아버지의 대리운전 일을 돕기 위해 차량을 몰고 나오며 묵묵히 아버지를 감싸준다.
김부장을 살린 건 승진도, 명함도, 연봉도 아니었다.
가족의 온기였다.
따뜻한 가족애를 보며 깊은 허무함과 깨달음이 동시에 찾아왔다.
나의 삶에서도 책과 글쓰기가 나를 다시 세우는 버팀목되었다.
회사 안에서의 안정이 무너지자, 나를 붙잡아 준 것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내 안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읽고 쓰는 행위'였다.
대기업 기름 때'가 빠지는 순간 : 재탄생의 서사
세차 일을 시작하는 김부장은 처음엔 심한 자존감 붕괴를 겪는다.
그가 다니던 회사의 법인차 세차 대행업무를 맡게 되면서, 과거 본인이 깔보면 후대 도부장이 약과 한 상자를 보내온다.
그는 약과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자존심의 마지막 호흡 같은 행동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변화가 온다.
동네에서 세차 일을 하며 사람을 만나고, 손으로 일하는 감각을 되찾는 과정은 체면과 자존심이라는 오래된 껍데기를 벗겨내는 작업과도 같았다.
어느 날, 백상무가 보낸 고기를 받아 가족과 함께 구워 먹는다.
나는 가족과 고기 먹는 장면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 김부장, 대기업 기름때 이제 다 빠졌네."
기름때가 빠졌다는 표현은 실패가 아니라 재탄생이다.
조직의 문법으로만 존재하던 인간이 드디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김부장은 실패한 걸까, 아니면 성공한 걸까?
흔히 말하는 성공 공식으로 보면 그는 실패했다.
승진에 실패했고 회사에서 밀려났고, 사기를 당했고, 재산을 잃었다.
그러나 삶의 본질로 보면 그는 성공했다.
가족을 지켜냈고, 정신을 지켰고,
무너진 후 다시 살 길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예측 가능한 줄만 그으면 된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선을 다시 긋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김부장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일.
그런 선택이 진짜 행복이며 진짜 성공이다.
나의 이야기
책과 글쓰기가 구한 삶
나는 본사 조직에서 밀려난 후 베트남에서 책을 파기 시작했다.
나의 몰락을 이해하고 싶었고, 나의 결핍을 알고 싶었다.
나는 독서와 글쓰기를 붙잡아 비로서 '새로운 자아'를 찾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세상과 거리르 두고 생각하게 하는 힘,
다시 살아갈 용기까지.
김낙수 부장을 보며 지난날의 나를 떠올렸고,
그때의 상처는 여전히 흔적을 남겼지만
모두 아물었다.
내 삶의 방향은 바꼈다.
여전히 지금도 나는 여러 김부장들을 조직에서 보고 있다.
도부장처럼 끝까지 승진을 향해 뛰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저렇게 달리다가 얻어맞으면 더 많이 아플 텐데...."
이내 나는 생각을 이어간다.
'나는 이제 그렇게 살지 않기로 선택했다.'
삶은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선으로 다시 시작된다.
김낙수 부장의 세차 회사 이름은
'속 시원 세차'다
나는 '속 시원 세차'라는 이름이 유난히 좋았다.
대기업의 로고와 승진의 무게를 내려놓은 사람의 담대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생의 기름때가빠져나가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마주한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이름같다.
우리 세대는 실패도 성공도 몸으로 겪어냈다.
삶은 여전히 바뀔 수 있고,
우리는 언제든 새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나를 구한 것은 책과 글쓰기였고,
김부장을 구한 것은 가족이었다.
각자의 버팀목은 다르지만,
우리는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은 내가 선택한 길에서 나온다.
오늘 나의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선택의 힘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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