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차 독서가가 '정독'을 버리고 하루에 책을

노동이 아닌 성장을 위한 독서, '닥책모 요약독서법'의 비밀

Dec 8. 2025

주제: 9년 차 독서가가 '정독'을 버리고 하루에 책을 3권~5권씩 읽을 수 있게 된 이유

부제: 노동이 아닌 성장을 위한 독서, '닥책모 요약독서법'의 비밀

나는 지난 9년 동안 '활자 노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자칭 타칭 9년 차 독서가이다. 책을 좋아했고,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었다. 남들이 보기엔 꽤 성실한 독서가였을지도 모른다. 가장 치열하게 읽었던 해에는 700~900페이지 다수의 벽돌책 포함 1년에 67권까지 읽어봤다. 대략 5일에 한 권 꼴이다. 직장 생활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독서 숫자가 나는 꽤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 시절 나는 늘 목말랐다. 아니, 답답했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최소 3일에서 이주일이 걸렸다. 밑줄도 긋고 메모도 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일주일 전에 읽은 앞부분의 내용은 안개처럼 희미했다. 누군가 "그 책 어때? 무슨 내용이야?"라고 물으면, "어... 진짜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며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읽은 책은 쌓여가는데 내 삶은 독서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책장의 칸은 채워졌지만, 내 머릿속과 통장의 잔고, 그리고 내 비즈니스의 성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았다.

책탑을 쌓아 놓고 한숨짓다가 포기한 적도 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하고 있던 건 '독서'가 아니라, 그저 눈으로 글자를 옮겨 담는 '노동'이었다는 것을.

지금 나는 달라졌다.

이제 나는 하루에도 몇 권씩 책을 '해치운다'. 단순히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 아니다. 책의 핵심을 뼈대째 발라내어 내 것으로 만드는 기술, 바로 '요약 독서법'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1년에 67권을 읽으며 허덕이던 내가, 이제는 하루에 3권, 5권을 읽고 요약하며 인사이트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 글은 나의 지난한 시행착오의 기록이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독서가에게 전하는 '가장 빠른 독서 지름길'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왜 읽어도 바뀌지 않는가?

서점에 가면 '속독법', '퀀텀 독서법' 등 책을 빨리 읽게 해 준다는 기술서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책을 빨리, 많이 읽고 싶어 한다. 나 또한 그랬다. 다독(多讀)이 곧 능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많이 읽는 것'과 '잘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단순히 "나 이번 달에 10권 읽었어"라고 자랑하기 위해서인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고, 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결국에는 내 삶과 비즈니스에 적용하여 '성장'하기 위해 책을 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완독의 저주'에 걸려 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읽어야만 '책을 읽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모든 문장을 이해하려 애쓰고, 지루한 부분도 꾹 참고 읽어 내려간다. 그러다 보니 독서는 점점 숙제가 된다. 지친 뇌는 정보를 거부하고, 책을 덮는 순간 내용은 휘발된다.

이것은 독서가 아니라 '활자 소비'다. 넷플릭스를 멍하니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수동적인 행위다. 읽어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책의 내용을 내 머릿속에 '구조화'하여 집어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력(Input)은 있었으나, 그것이 내 언어로 가공(Process)되지 않았기에 출력(Output)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가 가르쳐준 독서의 배신

왜 우리는 이런 비효율적인 독서를 고집하게 되었을까? 나는 원인을 우리가 받아온 교육 방식에서 찾는다.

학창 시절, 우리는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 외우고 정답을 맞히는 훈련을 받았다. 저자의 의도(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고, 텍스트를 벗어난 해석은 오답 처리되었다. 이런 습관이 성인이 된 후의 독서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책을 숭배하고, 텍스트에 압도당한다. "이 훌륭한 저자님이 쓴 글을 감히 내가 건너뛰어?"라는 무의식적인 부채감이 있다. 그래서 중요한 핵심과 중요하지 않은 예시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비중으로 읽는다.

하지만 비즈니스 독서, 성장을 위한 독서는 달라야 한다. 우리는 수험생이 아니라 '헌터(Hunter)'가 되어야 한다. 책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하나하나의 잎사귀 개수를 세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헬리콥터를 타고 숲 전체의 지형을 파악한 뒤, 내가 필요한 보물이 있는 곳으로 낙하하여 그것을 취해야 한다.

내가 9년 동안 1년에 67권의 벽을 넘지 못했던 이유는 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었다. 숲을 보는 지도를 그리지 않은 채, 무작정 덤불 속을 헤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체력은 체력대로 쓰고, 남는 것은 상처뿐인 독서. 고리를 끊어야 했다.

닥치고 요약하라, 뇌가 춤을 출 때까지

내가 '요약 독서법'을 체득하고 나서 경험한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요약 독서법의 핵심은 '버리기'다. 역설적이게도,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려는 욕심을 버릴 때 비로소 책의 핵심이 보인다. 나는 이제 책을 펴면 1페이지부터 읽지 않는다. 목차를 펴고 이 책의 뼈대를 먼저 세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이 무엇인지 가설을 세우고, 마치 형사가 범인을 잡듯 본문 속에서 '증거(핵심 키워드)'를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언어로 재가공'하는 것이다. 책에 적힌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는 필사는 큰 의미가 없다. (물론 문장력을 기르기 위한 필사는 예외다.) 지식 습득을 위해서라면, 저자의 5페이지 분량의 설명을 나만의 3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요약'이다. 요약을 하려면 뇌는 고도로 활성화된다. "이게 무슨 뜻이지? 아, 결국 A가 B라는 얘기네? 그럼 내 상황인 C에 적용하면 이렇게 되겠군!"

이 사고의 과정이 일어날 때 뇌는 정보를 단기 기억이 아닌 장기 기억 저장소로 보낸다. 하루에 몇 권을 읽어도 지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질질 끌려가는 독서가 아니라, 내가 주도권을 쥐고 요리하는 독서이기 때문이다.

최근 닥책모(닥치고 책읽기, 닥치고 책쓰기) 브랜드 컬러를 정비하며 Deep Green(전문성), Yellow(실행), White(기본)를 70:25:5의 비율로 맞췄다. 독서도 이와 같다. 70%의 배경지식(White) 위에서, 25%의 깊이 있는 통찰(Green)을 얻고, 5%의 강력한 핵심(Yellow)을 찾아내어 내 삶에 적용하는 것. 이것이 내가 정의하는 요약 독서의 본질이다.

하루 3권 읽는 '닥책모'의 프로세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9년의 시행착오 끝에 정립하고, 이제는 많은 수강생들과 함께 증명해 나가고 있는 프로세스를 공개한다.

Step 1. 10분 스캐닝 (뼈대 세우기) 책을 처음부터 읽지 마라. 표지, 프롤로그, 목차, 에필로그를 먼저 읽어라. 이 책이 '무엇(What)'에 대해 말하고 있고, '왜(Why)' 쓰였는지 파악하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하다. 이 과정에서 읽어야 할 챕터와 건너뛰어도 될 챕터를 과감하게 선별한다.

Step 2. 형광펜 독서 (핵심 사냥) 이제 본문을 읽는다. 이때 손에는 반드시 펜을 들어야 한다. (나는 닥책모의 상징인 노란색 형광펜을 즐겨 쓴다.) 모든 문장을 읽는 게 아니라, Step 1에서 세운 가설을 입증하는 '핵심 문장'과 '키워드'를 찾아 밑줄을 긋는다. 접속사에 유의하라. '그러나', '즉', '따라서' 뒤에 진짜 메시지가 숨어 있다.

Step 3. 3줄 요약 및 구조화 (내재화) 한 챕터를 다 읽었다면 책을 덮고 허공을 보라. 그리고 방금 읽은 내용을 3줄로 요약해 보라. 기억나지 않는다면 다시 펴서 확인한다. 그리고 이 요약본을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노트에 기록한다. 이때 문장은 저자의 것이 아닌 '나의 말투'여야 한다.

Step 4. AI와의 토론 (확장 - 심화 과정)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내가 요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형 AI(ChatGPT 등)와 대화를 시도한다. "이 책에서는 A라고 주장하는데, 반대 의견은 없어?", "이 개념을 내 사업에 적용할 구체적인 아이디어 5가지를 제안해 줘." 이렇게 하면 책 한 권을 읽었지만 10권을 읽은 효과, 아니 저자와 직접 인터뷰한 것 이상의 통찰을 얻게 된다. 이것이 닥책모가 추구하는 '심화 과정'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