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글쓰기가 어려울까요

글을 쓰려면 유난스러워야 한다. 굳이 참견할 일이 아닌데도 오지랖 부리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 손뼉 치고, 매일 보는 사람인데도 유심히 지켜보는 거. 사랑한다는 말에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고, 미워한다는 말에 들끓는 감정을 쏟아붓는 거. 거기서부터가 글쓰기의 준비 운동이다. 내 감정이 마음껏 날뛰도록 내버려 두고 손이 가는 대로 키보드를 두들겨라.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가다듬지 말자. 요즘 내 글쓰기 철학이 이렇다.

나는 요즘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막무가내로 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뒷전이고 '어떻게든 쓰기'가 목표다. 언제든 쓸 수 있는 상태로 예열해 두기. 하루에 한 문단이라도 쓰는 습관 들이기. 글을 쓰는 이유보다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 실은 '작가니 출간이니'하는 거창한 목표를 버리니 손이 한결 가볍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쓴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나도 글을 쓰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에세이 한편 못 쓰는 이들이 있다. 평소 말솜씨도 나쁘지 않고, 업무적으로도 깔끔한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들. 그들이 작정했다면 아마 나보다 좋은 문장을, 흥미로운 이야기를 썼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글을 내어놓는 걸 견디지 못한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을 게 분명한데도. 남들에게 비난과 평가를 받는 게 두려워서 글을 내놓지 못하고, 심지어는 스스로 미흡한 문장을 용납하지 못해서 쓰기를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눈만 높아진 습작생들이 흔히 겪는 '자기 검열의 늪'이다.

우리의 '쓰기'를 가로막는 장해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이 '굳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서 시작도 못한다. 돈이 되지도 않는데 굳이? 시간을 버려가면서 굳이? 별로 할 말도 없는데 굳이? 실은 그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글쓰기는 굳이 험난한 길을 걷는 작업이고, 작가는 그 길을 기어이 걷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굳이'라는 마음의 울타리를 스스로 둘러버린단 거다. 결국 쓰지 못할 거란 막막함에 상처 입지 않도록. 하지만 그 울타리는 당신을 결코 보호해주지 않는다. 올가미가 되어서 쓰지 못하게 할 뿐.

그럼에도 쓰기를 주저하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도 알아요. 아는데 안되는걸요." 이런 이들은 한두 번 꼬드겨서 잘 넘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헛바람이라도 넣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꼭 출간이 목적이 아니라도 '쓰기'라는 건전한 취미를 갖는 건 좋은 일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당신이 잘 쓰고 있는지를 종종 염탐하려고 한다. 나는 쓰기를 희망하는 당신이 보다 유난스러워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