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meLiaison Aug 07. 2019

산업화 시대에 맞는 공예, Bauhaus


1 Bauhaus Dessau, März 2015. Photo : Robin The Nagel, https://commons.wikimedia.org


산업화 시대에 맞는 공예바우하우스 ( Bauhaus ) 


1919년 4월, '무명 건축가들의 전시' 팸플릿에서 발더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는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화가들은 순수함만 추구하는 살롱 미술을 거부하고 장인 예술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리고 같은 해 '바우하우스 선언'에서도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죠. 


'장인과 예술가 사이를 구별 짓는 교만한 경계의 벽을 허물자!!' 


다소 과격해 보이지만, 이러한 바우하우스의 선언으로부터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어요. 디자인의 정의가 제대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죠. 그리고 그 정의는 현대 디자인의 뿌리가 되어, 지금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만들어졌어요. 모두 바우하우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죠. 




2 Child laborer. Photo : Jklamo, https://en.wikipedia.org


새로운 산업 시대와 공예


당시 시대상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량 생산이 시작되고 온갖 기계들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침투하던 시절이었어요. 의자나 책상처럼 실제 사용되는 물품을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 내던 '공예'는 그러한 산업화의 역풍을 정면으로 맞게 되었죠. 하나하나 만드는 수제 가구는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산품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악한 공장제 제품에 화가 난 장인들은 자신들의 공예가 사라지길 거부하고 시대에 맞서 공예를 살리려는 운동을 하게 되요. 바우하우스도 조잡한 공장제 제품과 사라져 가는 공예, 그리고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창작 방법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등장했습니다.


사실 대량 생산의 산업화 시대에 맞선 공예 운동은 바우하우스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그전에 윌리엄 모리스의 아트 & 크래프트 운동 또한 공예를 부활시키고자 한 움직임이었거든요. 하지만 시대의 산업화 흐름은 역행을 거부했고, 순수한 미술만 추구했던 작가들은 비싸고 비효율적인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공예 운동은 바우하우스에서 전환기를 맞기 시작합니다. 바로 '새로운 산업 시대에 맞는 공예'. 위에서 보신 선언처럼, 바우하우스는 순수함을 고집하는 미술로부터 벗어나 공학과 미술의 통합을 중요시했어요. 기능과 미적인 것의 균형을 강조하는 새로운 창작 방식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개념의 시작이었죠.





3 Bauhaus 3 Chair. Photo : Lorkan, https://commons.wikimedia.org


디자인의 정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 Forms follow function )’


목적에 따라 기능을 이행하고, 기술적으로 생산하기 쉬우며, 동시에 아름다운 형태를 가진 물건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그 바우하우스의 고민으로부터 기능적이면서도 불필요한 장식이 아니라 '형태' 자체로 미적 인 현대 디자인이 탄생했어요. 기능으로부터 출발해서 미적인 완성까지,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지적 과정이 '디자인'이라고 정의된 것이죠. 이러한 개념은 건축은 물론이고 인테리어 디자인, 산업 디자인, 시각 디자인 영역까지 전체적으로 확산되어 지금의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탄생시켰어요.


기능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사용자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더 편리하고 쾌적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뜻하죠. 더 사용하기 편하고, 더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더 보고 읽기에 편한, 일종의 사용성 개선이라 볼 수 있어요. 예쁘기만 하고 불편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제대로 된 디자인이 아니죠.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쾌적함의 제공에서 끝나는 것인지? 그것은 아니랍니다. 바우하우스에서 강조한 것처럼 미적인 것과의 균형은 매우 중요해요.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동시에 아름다워야만 하죠. 마무리까지 완벽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디자인'이라 볼 수 있는 것이에요.





4 Gropius House LIVING ROOM. Photo : HABS MA-1228, https://commons.wikimedia.org


집을 '디자인'하는 방법


디자인의 정의를 집을 꾸미는 데에 적용해봅시다. 집에서의 '기능'이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벽지에 스며든 곰팡이의 제거..? 디자인에서 정의하는 기능이란 이렇게 1차원적인 수리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종합적인 경험 개선이 중요한 것이죠. 집에서의 생활상, 일어날 일들을 파악하고 그 생활상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기능 개선이라 말한답니다. 실제로 공간의 형태적 구성이나, 가구 배치만 바꿔줘도 훨씬 더 쾌적하고 효율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돼요.


하지만 형태적인 개선이 공간 경험에 좋다고 해서 무작정 시공을 통해 공간을 바꾸면 돈이 너무 많이 들겠죠? 디자인의 '기능'은 경제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요. 아주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아주 미적이지만 지나치게 쓸데없이 비싸면 그것은 바람직한 디자인이 아니죠. 디자인은 가장 최적화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능과 미적 만족을 이뤄주어야 합니다. 집을 꾸미는 데 있어 예산을 파악하고 그 예산 안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도 디자인의 한 과정이에요. 디자인의 본질은 사치를 부리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아주 먼 것이죠.


이제까지 기능에 대해 논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감성 넘치는 공간과 그 안에서의 행복한 경험이에요. 디자인은 언제나 기능에서 출발하되 미적으로 끝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사용하는 가구 하나하나까지, 집의 느낌을 마무리하는 패브릭까지 기능적 기획에 맞춰 미적으로 완성 및 배치되어야 디자인이 끝날 수 있어요. 시공으로 바탕만 깔아주는 등, 스타일링 없이 인테리어 공사만 하는 건 '디자인'의 완성이라 볼 수 없죠. 게다가 미적인 부분은 사실 ‘고객의 취향과 기획적 의도’라는 기능적 고려에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5 Special room styling by Kim In Seon. Photo : HomeLiaison, https://www.home-liaison.com


홈스타일링과 디자인


집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정의하고 보면, 결국 홈스타일링이 '디자인'의 원래 의미와 가장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스타일링이 없는 리모델링은 미적인 완성이 되지 않아 디자인이라 할 수 없고, 기획적 의도 없이 단순히 집을 꾸미기만 하는 것은 기획이 없어 디자인이라 할 수 없죠. 디자이너와 처음부터 만나, 같이 원하는 생활상을 구성하고 예산에 따라 인테리어를 끝까지 완성해드리는 것. 물론 취향대로 예쁘게. 이렇게 진행하는 홈스타일링이야말로 디자인의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하는 방식입니다.





*참고문헌

1 Kenneth Frampton, [ Mordern architecture : a critical history ], 마티(2017)

2 Ulrich Conrads, [ 20세기 건축 선언과 프로그램 ], 마티(2018)

3 윤장섭, [ 서양근대건축사 ], 기문당(2004)

4 Bauhaus100, [ Walter Gropius ], https://www.bauhaus100.com



*Photos

1 Bauhaus Dessau, März 2015. Photo : Robin The Nagel, Specific Link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auhaus_Dessau,_M%C3%A4rz_2015.JPG

2 Child laborer. Photo : Jklamo, Specific Link : https://en.wikipedia.org/wiki/Cotton_mill#/media/File:Child_laborer.jpg

3 Bauhaus 3 Chair. Photo : Lorkan, Specific Link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auhaus_3_Chair.jpg

4 Gropius House LIVING ROOM. Photo : HABS MA-1228, Specific Link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1/10/Gropius_House_LIVING_ROOM%2C_FROM_EAST%2C_HABS_MASS%2C9-LIN%2C16-33.jpg

5 Special room styling by Kim In Seon. Photo : HomeLiaison, Specific Link : https://www.home-liaison.com/portd_12.htm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