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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Aug 24. 2024

연중 제21주일

이 말이 너희 귀에 거슬리느냐?

요즘 들어 자꾸 생각에 들어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공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잘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 앞으로도 잘할 것 같은데 성공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고 합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는 더 생각이 납니다. 어제의 답이 오늘의 답이 아닐 수 있기에, 어제 했던 방식이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전에 기존 것을 잊어버려야 한다는 unlearn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이제까지 너무나 많은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또는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이전에 몸과 머리가 먼저 거부를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금 의미가 다를 수는 있지만, 고진감래나 양약고구도 비슷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힘든 일이 다하면 좋은 일이 올 것이고,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옛 말처럼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입에 쓴 약을 먹지 않으면, 좋은 시간도 건강한 몸도 어쩌면 만나기 힘들 것입니다. 익숙함에서 편안함을 찾고, 내가 가진 지식 안에서만 답을 찾는 것이 늙어간다는 말의 다른 뜻은 아닐까 합니다.


오늘 복음에 앞서 예수님은 생명의 빵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십니다. 고향마을에서도 이야기하십니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누군가는 받아들이지만, 누군가는 큰 벽 뒤에서 온몸으로 거부합니다. 이제까지 하던 대로 해서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인데, 왜 이상한 이야기를 하냐고 합니다. 선포하신 말씀 그 자체도 거부하지만,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틀을 만들어 예수님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받을 큰 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금 잃어버릴 작은 소유물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나라보다는 지금 살아가는 이 세상만이 삶의 목적이 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 말씀하십니다.


”이 말이 너희 귀에 거슬리느냐?“ 요한 6,61


길을 가다 길을 잘못 든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하십니까? 저를 돌아보면, 어떤 때는 그 자리에서 뒤로 돌아 처음 길을 잘못 든 곳으로 가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잠시 어디로 가면 돌아가지 않고 가고자 하던 곳으로 갈 수 있는지를 찾아봅니다. 그런데 어떨 때는 방향감각만을 믿고 계속 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기도 합니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 정확히 길을 다시 찾아줄 수 없다면, 길을 잃은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합니다. 만일 우리가 많이 쓰는 지도 서비스처럼 다시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나 도구가 있다면, 시간도 노력도 조금만 더 들이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방향감각과 과거의 경험만 믿고 계속 가면, 가끔은 원하는 곳에 도착하지만 때로는 더 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고 정말 운이 나쁘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 말씀이 귀에 거슬리는 사람들은 길을 잘못 든 지도 모르거나, 아니면 길을 잘못 든 것은 알아차렸지만 자신만의 힘으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제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제는 제가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바로 알아차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길을 알려주시는 친절한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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