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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하지 않는 브랜드 공간의 힘 : 현대모터스튜디오

by 도시관측소
우리는 쇼룸을 열지 않습니다. 도시의 거실을 열어 지역에 자연스레 흡수됨을 자청합니다.


판매하지 않는 브랜드 공간의 힘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의 성장을 이끄는 공간이 학교나 도서관 같은 시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가 스스로 찾아 나선 장소에서, 특히 한 기업이 기획한 브랜드 공간에서도 안목이 성장하는 경험을 합니다.


최근 여러 공간들이 기업의 자본과 기획을 통해 도시 곳곳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그중에서도 ‘현대모터스튜디오’라는 공간을 하나의 사례로 삼아, 이들이 도시와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성장의 씨앗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쇼룸에서 도시의 거실로


전통적으로 현대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체에게 공간이란 ‘공장’과 ‘영업장’이라는 두 가지 기능적 프레임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생산과 판매라는 가치사슬 안에서 명확한 목적을 수행하는 공간들이었죠.

그러나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이 익숙한 공식을 넘어선 하나의 사회적 실험처럼 보입니다. 기업이 자신의 울타리 밖으로 나와, 기술과 문화를 매개로 도시와 시민의 삶 속에 직접 개입하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모빌리티의 결과물인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를 둘러싼 문화가 도시와 직접 만났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은 두 가지 전략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몰입 경험을 선사하는 '테마파크'적 접근입니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 주변 지역의 ‘도시 조직(Urban Fabric)’의 일부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도시 조직이란 단순히 물리적 건물군이 아니라, 그 지역의 길과 분위기, 사람들의 동선과 시선까지 포함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바로 이 두 번째 전략을 통해, 각기 다른 도시의 맥락 속에 자신을 녹여내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쇼룸을 늘려가는 게 아닌, 스스로 도시의 거실이자 시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며 열려 있는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각기 다른 도시, 서로 다른 해법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이 자리한 강남의 도산대로는 한국의 소비문화와 트렌드가 가장 치열하게 경합하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자동차 쇼룸의 전형성을 의도적으로 배반합니다. 지상층 전면에 자동차를 내세우는 대신,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대한 통창과 ‘오토 라이브러리’를 배치해 행인들의 호기심을 먼저 자극합니다. 누구나의 삶 속에 페라리에 대한 동경이, 스텔라나 소나타라는 차와의 인연이, 거친 지형을 뚫고 나가는 지프차에 대한 감탄이 한 번 쯤은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에 대한 아카이빙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모빌리티의 역사에 대한 생각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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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관측소 / 도시의 이야기를 포착하고 공간에 깃든 삶을 재해석하는 사람들 + 김세훈 / 도시의 '부'와 '매력'을 탐구하는 연구자 겸 도시설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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