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건 사람이고 남는 건 집이다
2019년 개봉했던 영화 <집 이야기 (박제범 감독)>를 처음 봤다. 브리크 매거진에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라는 제목으로 '최소장의 시네마노트'에 소개되었는데, 이 글을 읽고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집에 대한 나의 탐구와 맥이 이어져 아래의 소감문을 썼다.
엄마, 맏딸, 막내딸(은서)...
세 명의 가족이 떠나버린
시간이 멈춘 오래된 집을
아버지 혼자 수십 년째 박제처럼 지키고 있다
집은 누가 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가족이 함께 살며 온기가 깃든 집과
혼자 남겨진 아버지가 쓸쓸히 늙어가는 집은
전혀 다른 세계이다
집을 채우는 건 가구나 물건이 아닌,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곧 집의 캐릭터다
은서는 계약 만료로 떠밀리듯 새집을 찾지만
마음을 누일 진짜 집을 발견하지 못한다
결국 가장 멀리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낡은 집으로 회귀한다
고인 공간으로의 어쩔 수 없는 역행이다
흩어진 가족의 옛 아지트에서
독거노인 아빠와 이방인 딸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은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읽지 않는 종이 신문에
글을 꾹꾹 눌러 담는 기자다
아버지는 출장열쇠 일을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쓰는 디지털 도어록을 다루지 못해
오직 구멍을 맞춰 돌려야만 열리는 아날로그 자물쇠만 고집한다
현재를 살지만 과거의 방식에 잡혀있는 삶
세상의 속도에서 밀려난 두 사람은
사실 가장 닮아 있다
서로의 거울인 줄 모른 채
등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같이 살게 된 첫날
아버지는 투박한 진심을 담아 밥상을 차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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