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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지 않아서 더 기대되는 도시

지금 성수에 주목하는 이유

by 도시관측소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재미있는 도시가 성수입니다. 이 거대한 실험실은 정체된 소비를 넘어선 역동적인 감각이 확장되는 곳입니다.



지금 성수에 주목하는 이유


주말마다 수많은 인파가 성수로 향합니다. 강남의 빌딩 숲이나 서촌의 오래된 골목과는 다른, 성수동만의 유인력이 분명 존재합니다.


지금의 성수는 도시 매력의 최고점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었습니다. 곳곳에서 '성수다움'을 모방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합니다. 낡은 공장지대의 붉은 벽돌 건물을 지키고 그 안에 카페나 문화 공간을 이식하는 방식이 하나의 공식이죠.


하지만 성수는 단지 성공 공식을 복제해서 만들 수 있는 동네가 아닙니다. 겉모습은 흉내낼 수 있어도, 기저에 흐르는 유전자는 너무도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성수는 더 이상 공장지대 재생이라는 낡은 서사에 머물지 않습니다.



성수를 이룬 물적 토대


성수동의 첫인상은 도시의 입면이 갖는 독특한 질감에서 옵니다. 이곳은 과거를 완전히 지우고 매끈한 새것을 올리는 재개발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낡은 공장지대의 붉은 벽돌 건물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남겨두고, 그 내부를 새로운 콘텐츠로 채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도 오래된 전통의 일부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성수가 가진 강점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도심 접근성,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아이디어의 다양성입니다. 강남과 종로라는 서울의 양대 도심에서 불과 20분 거리. 그 한복판에 100만 평이 넘는 평지가 펼쳐져 있다는 사실은 서울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적에 가깝습니다.


차량과 대중교통 접근성 모두가 뛰어나며, 그런 토대 위에 일자리, 상권, 주거, 라이프스타일이 촘촘히 얽혀 복합 도시를 이룹니다.


과거 성수는 '준공업지역'이라는 단일 정체성을 가졌지만, 지난 20여 년간 진화해 지금은 서울에서 가장 복합적이고 다양한 도시 생태계를 지닌 지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누군가의 거대 마스터플랜이 아닌, 수많은 개인과 기업, 지자체의 작고 치밀한 기획이 퇴적층처럼 쌓여 만들어낸 자생적 성장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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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관측소 / 도시의 이야기를 포착하고 공간에 깃든 삶을 재해석하는 사람들 + 김세훈 / 도시의 '부'와 '매력'을 탐구하는 연구자 겸 도시설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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