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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 Nov 18. 2019

우아한 김여사네 변기 ❺

【이런 걸 변기에】


이런 걸 변기에



-이런 걸 변기에 넣으니까 막히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비닐봉지하고, 걸레 좀 주시고요... 


엄마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거야 원...


아저씨에게 비닐봉지와 걸레를 건넨 후 욕실에서 나온 엄마는 다시 TV에 집중했다. 변기에서 나온 것이 뭔지 궁금해진 나는 슬그머니 일어서서 욕실로 갔다. 하지만 팔꿈치까지 오는 까만 고무장갑과 까만 장화를 신은 아저씨가 검은 비닐봉지를 야무지게 묶은 뒤였다. 아저씨의 이마엔 땀이 줄줄줄 흐르고 있었고, 등에도 땀이 배어있었다. 온통 까만색으로 자신을 무장한 아저씨는 조금 전 TV에서 봤던 콰지모도처럼 까만 쇠사슬에 단단히 묶여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아무런 동요 없이 TV를 보고 있는 엄마 옆에 앉았다. 엄마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하얀 다리를 쭉 뻣고 앉아 있었다. 집에서도 늘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와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엄마였다.     


“Ave Maria, Je veux que vous gardiez ma vie et mon amour(마리아여, 제 삶과 사랑을 지켜주소서)”


이번엔 에스메랄다의 비애에 젖은 목소리가 TV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그때,


“츄르르르륵!!!!” 


어제까지 힘겹게 꺼억거리던 변기가 우렁차고 시원한 소리를 냈다.


“츄르르르륵!!!!”


“츄르르르륵!!!”


아저씨는 소리를 확인하라는 듯 여러 번 변기밸브를 눌렀다. 변기가 뚫린 것이 확실했다. 물청소 하는 소리와 함께 갈무리를 한 아저씨가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 다 됐습니다.


에스메랄다의 노래에 흠뻑 취해있던 엄마는 산통이 깨진 표정으로 지갑을 들고 방을 나갔다. 나도 따라갔다. 아저씨는 검은색 고무장갑을 벗으며 현관에 서서 말했다. 그 옆엔 검은색 고무장화와 고무 양동이가 있었는데 쇠로 된 길다란 호스 같은 것이 양동이에 담겨 있었다. 깨끗했지만 속이 메스꺼웠다. (계속)




**8화까지 이어지는 연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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