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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 Dec 07. 2019

당신이 보낸 쪽지(1)-말년의 노트북



오랜만에 글을 써볼 요량으로 식탁에 앉는다. 지난밤부터 켜둔 노트북이 윙윙 거친 숨소리를 내며 힘들어한다. 다른건 암것도 작동 되지않고 오로지 한글 작업만 할수있는 십년 넘은 노트북.


그녀는 제 기능 못하는 노트북을 애물단지 취급할수없다. 그건 십년지기와 나눈 그간의 시간속에 비밀스럽게 스며든 의리  이상의 감정이다. 이 친구안에는 그녀자신 이상의 것들이 들어있다. 그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못한 언어화되지 못한 말들.

춥다.
커피를 내린 잔을 두 손으로 감싼다. 겨우 손만 데워진다.
보일러를 확인하니 3시간마다  30분씩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되어있다. 이 정도면, 한달 가스비가 십오만원 넘게 나온다. 이렇게 춥게 지내도.

무릎과 어깨에 한기가 돈다. 숄이라도 걸쳐야겠다.

노트북에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점점 노쇠해가는 말년의 노트북. 기능이 완전히 멈추기전에 그 안의 기억들을 다 끄집어 내야되는데.

해가 뜨는지 창밖이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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