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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랍속의 동화 Feb 08. 2021

친구를 부를 땐 성 빼고 이름만

나의 이름을 부르는 친구는 점점 줄어간다

아마도 대학교 2학년 동아리 MT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어디로 갔었는지 거기서 정확히 무엇을 했었는지도 머릿속에서 오래전에 희미해졌다. 제대로 기억나는 건 새로운 친구들, 후배들을 만나 해 뜨는 새벽까지 술을 오랫동안 마셨다는 것이다. 그 수많은 대화 중 머리를 때리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 무심코 "차지원-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갑자기 그 친구가 진지하게 물었다. 

"나한테 화난 거 있어?"


난 그 당시 전혀 화나지 않았었고,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평소처럼 성과 이름을 붙여 "차지원"이라고 부른 것이었을 뿐인데.. 




남중/남고/공대 테크트리로 거의 남자아이들하고만 지내다 보니, 평소 별명으로 부르거나 아니면 "도현수" 이런 식으로 성과 이름을 붙여서 불러왔다. 


그 친구 기준으로는 "지원아"라고 부르는 게 친구 사이의 편안한 호칭이었던 것이고, "차지원" 이렇게 부르는 건 화가 나거나 불편한 사이의 호칭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뒤로는 친한 사람일수록 성 빼고 이름만 부르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내 이름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을 불러줬던 친구들은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보기 때문에 성 빼고 이름만 불리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어 가고 있다.


내 이름을 부르던 그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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