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추 신발을 신은 그 순간, 당신은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 거야"
2006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유명한 대사다. 앤 해서웨이(극 중 앤드리아)는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입사하지만 패션에 무지한 그녀는 회사에서 미운 오리가 되고 만다. 편집장인 메릴 스트립(극 중 '미란다')이 출근하면 모든 직원들은 그루밍(grooming, 몸치장)에 신경 쓰고 구두를 신어야 한다. 앤드리아를 안쓰럽게 여긴 스탠드 투치(극 중 '나이젤')는 동아줄 같은 지미추 구두를 건넨다. 지미추는 앤드리아의 삶을 변화시킨 출발점이 된다.
여심을 저격하는 지미추 구두는 마놀로 블라닉과 더불어 웨딩슈즈로도 많은 선택을 받는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 함께하고 싶은 지미추 구두는 여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결혼과 변화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영화 속 앤드리아의 지미추 구두와 웨딩슈즈는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사람이 달라 보이는 요소는 헤어, 메이크업, 패션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짧은 숏커트만큼이나 하이힐은 극적인 느낌을 준다. 하이힐 하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극 중 '캐리 브래드 쇼')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는 1998년부터 무려 6년 동안 시즌6까지 만들어진 미국의 인기 드라마로, 뉴요커(New Yorker, 뉴욕에 사는 사람) 여성들의 패션과 사랑을 그렸다. 2004년 드라마가 막을 내린 이후 2008년 영화로도 개봉됐고, 2010년에는 섹스 앤 더 시티 2까지 상영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극 중 캐리는 슈어홀릭(Shoeaholic, 구두 마니아)으로 꽉 찬 신발장도 부족해 옷장에 구두를 넣을 정도였다. 지미추는 '캐리 구두'로도 유명세를 탄 브랜드다. 살아있는 패션잡지인, 섹스 앤 더 시티는 지미추와 마놀로 블라닉을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해 준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마놀로 블라닉은 1970년대 킬힐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며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구두를 만드는 사람의 열정은 어디까지인 걸까. 30대의 나이에 구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은 뒤늦게 아트스쿨을 다니며 본인의 꿈을 실현했다.
이와는 달리 지미추는 10대 때부터 구두 디자인의 길을 걸었다. 제화공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생계를 위해 구두를 만들었다. 1986년 영국에서 이름도 없는 작은 매장에서 맞춤구두를 만들다가 상류층 여성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1990년부터는 (故) 다이애나의 전속 디자이너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미추'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알려진 건 1996년 이후다. 영국 패션전문지 보그(VOGUE)의 편집장, 타마라 멜론(Tamara Mellon)은 지미추의 가치를 알아보고 동업을 제안한다. 그녀에 의해 지미추 구두는 레드카펫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미추는 80년대 런던의 이름 없는 구두가게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거듭나기까지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작은 구두 공방에서 하루 20시간 이상을 일하기도 한 지미추의 열정이야말로 명품 구두 브랜드로 거듭난 밑거름이 아닐까. 영국 왕실을 비롯해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도 지미추를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패션 아이콘, 케이트 미들턴은 공식석상에서 지미추를 자주 신고 나타난다. 출산 당일에도 지미추 구두를 신고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녀의 동서, 메건 마클은 출산 후 마놀로 블라닉 힐을 신고 등장하기도 했을 만큼 영국 왕실의 구두 패션은 주목받는다. 여자들에게 특히 7cm 이상의 스틸레토 힐(stiletto heel)은 포기할 수 없는 패션의 무기다. 스틸레토 힐은 무게중심이 발 앞꿈치에 쏠리면서 종아리 근육이 수축되고 발목이 얇아 보이는 효과도 덤으로 얻는다.
제화공의 자식으로 태어나 생계를 위해 구두를 만든 지미추에게 구두는 진심을 담은 꿈이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본인의 재능과 열정을 쏟으면서 구두를 만들었고 (故) 다이애나를 비롯해, 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까지 지미추의 고객이 되었다. 동업을 제안한 귀인, 타마라 멜론까지 함께하면서 여배우의 필수템 자리까지 잡았다. 지미추가 본인의 이름을 걸고 세계적인 명품 구두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20년 남짓한 세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더 놀라울 뿐이다.
여성들의 꿈을 담은 지미추 브랜드는 2017년 마이클코어스가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 원)에 인수했다. 지미추를 인수한 마이클코어스사는 2018년 그룹명을 카프리(Capri Holdings Ltd)로 변경하고 베르사체 브랜드까지 인수했다. 지미추를 품은 카프리가 미국판 LVMH처럼 명품 제국으로 성장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여성들의 화려한 꿈을 담은 명품 브랜드, 지미추는 언제나처럼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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