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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피차 May 05. 2021

중요한 건 마법이 아니라 믿음이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 디즈니)

팟캐스트 <소덕소덕> 2회 - 디즈니 특집 :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https://podbbang.com/channels/1780570/episodes/24036137


최초의 동남아시아 배경 장편 + 최고의 액션과 그래픽


조이: 가장 최근에 개봉한 디즈니 영화를 고르셨네요. 어떤 이유로 이 영화를 고르셨나요? 이 영화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주요 캐릭터는 바로 드래곤이죠. 왜 디즈니는 하필 드래곤을 선택했을까요?


제가 소개할 작품은 겨울왕국, 모아나 제작진이 참여한 디즈니의 2021년 장편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입니다. 디즈니 최초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인데, 동남아는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바다와 넓게 닿아 있거나 여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는 나라들인 만큼 물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동양의 용은 전통적으로 물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이기도 합니다. 서양의 용은 나쁜 의미를 가지고 있어 <드래곤 길들이기> 초반에 인간과 용이 서로 싸우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과 크게 대조적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을 찾아가는 것은 우리에겐 너무 자연스러운 문화인 것이죠.(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조이 : 디즈니 최초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했다는 게 흥미로워요. 그렇다면 캐스팅을 어떻게 했는지도 궁금한데요. 얽힌 이야기가 있을까요?


줄거리와 캐스팅


옛 쿠만드라 왕국은 크게 두 번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사람을 돌로 만드는 드룬이라는 기운체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쿠만드라를 수호하는 다섯 용 중 넷도 돌로 만들었습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시수의 기운을 담고 있는 여의주같은 구는 주인공 라야가 속한 심장의 땅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것 역시 다섯 부족의 욕심 때문에 다섯 조각이 나 드룬에게 공격을 당합니다. 이때 라야의 아버지도 돌이 됩니다.


돌이 된 사람들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라야는 이 조각들을 모으고 마지막 용 시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조각들을 모으려고 하는 세력이 또 있는데 구를 깨뜨리게 된 발단이었던 발톱의 땅의 나마리입니다. 라야는 나마리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구를 보여줬던 것인데 배신을 당한 것이죠. 그때부터 라야는 사람들을 믿으라던 아버지의 뜻을 잠시 멀리하게 되지만 선함을 아예 포기하진 않습니다. 라야는 최신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조연 “로즈 티코”역으로 얼굴을 알린 베트남계 미국인 켈리 마리 트란이 맡았습니다. 아버지 역 성우는 <로스트>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킴입니다.


시수는 사람으로도 변할 수 있고 시덥잖은 농담을 좋아하는 용입니다. 성우는 아콰피나라는 중국계와 한국계 부모를 둔 미국인 래퍼 겸 영화배우인 여성입니다. <페어웰>이라는 영화로 2020년 골든글로브 뮤지컬 및 코미디 부분에서 아시안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용은 주로 남성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지만 사실 모계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고대의 수호신은 여성형이 많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유머러스한 성격의 시수는 진지한 라야와 상호보완하는 좋은 여행파트너입니다.


라야의 라이벌인 나마리는 용을 좋아하는 공통점 때문에 라야와 빠른 시간 안에 친해졌지만 구슬을 가지고 있지 않아 부족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졌다는 생각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를 빼앗으로 했고 깨진 후에는 그 조각을 모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라야가 속해있는 심장부족 벤자의 족장이자 라야의 아버지는 구의 힘을 모두와 나누기 위해 다섯 부족을 초대한 반면 나마리의 어머니이자 이빨부족의 족장 비라나는 힘으로 빼앗아 자신의 주도로 통일을 이루려고 합니다. 나마리의 성우는 중국계 미국인 젬마 찬으로 아콰피나와 함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출연하기도 했고 <트랜스 포머: 최후의 기사>, <캡틴 마블> 등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 비라나의 성우는 한국계 캐나다인 산드라 오이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킬링 이브>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조이 : 저는 최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라는 하이틴 영화를 봤어요. 원작 소설은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가 쓴 한국계 미국인이 주인공이거든요. (근데 영화에서는 '라나 콘도르'라는 베트남계 배우가 한국계 미국인을 연기해요.) 영화에 대해 찾아보는 중에 애초에 대부분의 제작사에서는 동양 배우가 아닌 서양 배우들로만 캐스팅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만큼 다양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곳처럼 보이는 헐리우드, 미국에서도 주인공, 주요인물들을 동양인으로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거죠. 혹시 이런 비슷한 예가 또 있을까요?


동남아 없는 동남아 영화?


디즈니는 쿠반드라의 모델이 되는 구체적인 나라를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어느 부분이 어느 나라의 문화를 모티브로 삼은 것 같다는 느낌은 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동남아시아라고 해도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른데 여러나라의 문화를 섞는 것은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특정 부족을 특정 국가를 떠올리게 만들면 오히려 스테레오타입이나 특정 이미지가 덧씌워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문화가 섞이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정작 동남아계 배우들을 쓰지않고 주로 중국계, 한국계 배우들을 캐스팅한데서도 제기됩니다. 현실적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동남아계 배우가 적긴 하지만 디즈니같은 대형스튜디오에서 굳이 동북아계의 유명배우로만 채워야 됐었냐는 것이죠.


모티브로 삼은 문화가 섞인 문제의 경우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우 캐스팅의 경우 제작의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많이 아쉽습니다. 특히 얼굴이 보이지 않는 만큼 배우 인지도에 크게 기대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싶습니다. <겨울왕국>으로 많이 버는 만큼 다양성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에 크게 투자하길 바래봅니다.


또 용이 일어서있는 모습이 많이 비춰 서양용처럼 표현한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 점은 의인화된 캐릭터라 앞발을 손으로 사용하다보니 상체를 세우게 되는 데서 오는 인상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동서양의 컨텐츠에 비해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특히 용은 각각 상서로운 동물의 신체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호랑이의 발과 매의 발톱을 가진 외양도 잘 표현했고 네 발로 힘차게 뛰어다니는 모션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누군가 엘사가 머리를 풀어헤친 것 같다고 한 표현을 본 이후로는 볼 때마다 계속 웃음이 나지만요.


조이 : 요즘 점점 디즈니 캐릭터의 성격이나 설정, 그리고 스토리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겨울왕국, 모아나, 라야


스토리와 캐릭터의 경우 기존 디즈니 장편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주인공, 조력자, 라이벌 모두 여성인 점이 큰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2020년대 들어 디즈니는 겨울왕국, 모아나, 라야 모두 여성이면서 공주보다는 전사 역할이 더 많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아나와 라야는 그동안 주인공역을 하기 어려웠던 문화적 배경을 지녔습니다. 여기에서 오는 장점은 첫번째로 새로움, 두번째로 화려함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전의 디즈니 공주들은 모두 최소 모험가였고 최대 일등공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로 고전동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가부장적 배경이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겨울왕국>처럼 고전동화를 배경으로 해도 꽤 새로운 서사를 보여줍니다.(그럼에도 여전히 가부장적 설정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액션을 하는 여성주인공을 보여주기 위해 원작에서는 악역이었던 마법사 역할을 주거나(엘사의 모든 설정이 "눈의 여왕"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아예 무술(마샬아츠)을 하는 주인공의 지역으로 배경을 옮겨갔습니다.


라야와 나마리의 일대일 결투 장면은 개봉 전에 공개되었는데요 이전까지 여자 둘이 이렇게 격하게 치고박고 또 멋있게 싸웠던 컨텐츠가 있었나요? 남자어린이들이 로봇과 변신물에 환장하는 이유를 이제서야 실감하게 되더라구요. 라야의 주 무기인 채찍으로도 변하는 검 역시 설정이 너무 좋았고 표현도 잘 되었습니다. 하늘과 물 표현 역시 실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고 드룬의 질감 역시 징그러우면서도 두려움을 느낄만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보면 무섭다고 느낄 것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어드벤쳐 액션 게임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느낌이 날만큼 질감표현, 구도, 액션디자인 모두 훌륭합니다.


조이 : 그렇다면 이 영화가 지금 이 때에 주는 메세지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기보다, 권력보다, 신뢰와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


“마법보다 믿음이 더 중요해”라는 대사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유무형의 무력보다는, 서로가 평화를 원하고 지킬 거라는 믿음이 더 중요하고 더 빠르고 더 강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100년만 따지더라도 전세계와 전국 수준의 전쟁이 꽤 있었고 무력충돌이 없더라도 냉전이라는 경제력과 인력 등을 크게 낭비한 시기가 있었죠. (이득을 본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폭력적이었다는 점에서 장기적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로를 해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켰다면 이렇게 큰 국방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평화는 유지되고 있을 겁니다. 남에게 공격당하기 전 먼저 공격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이 무너지고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특히 약자들의 삶을 실제적으로 파괴합니다. 폭력은 시작되서는 안되고 그걸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시작은 믿음이라는 겁니다. 동시에 가장 어렵기도 한 방법인데 이 주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한국계 배우들의 코리아 스페셜 영상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84518&mid=48722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동남아시아 디즈니 프린세스의 탄생 (안현진 | 씨네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7226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켈리 마리 트랜, "디즈니 최초의 동남아시아 프린세스, 이런 점이 다르다" (안현진 | 씨네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7325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LA 기자회견을 가다 (안현진 | 씨네21)

http://www.cine21.com/news/view/?idx=0&mag_id=97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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