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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Apr 26. 2022

한국의 재개발

인천 화수·화평 재개발 관련 상생방안 전문가 토론회

 필름카메라를 처음 써봤어요. "그건 몇 번 찍다 고장 나는 거야~" 사진관 사장님께서 조악한 토이카메라를 보고 말씀하셨어요. 그래도 한 장 한 장 사진이 어떻게 나올까 기대감을 잔뜩 품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첫 시도답게 손가락이 나오거나, 아예 사진 반이 날아간 경우도 있었어요. 그치만 나의 첫 필름이기에 모든 사진이 소중하고 만족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사진을 찍던 순간순간들에 제가 너무 행복했거든요.


 사진에 나온 곳은 인천 동구 화수동입니다. <화수•화평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에요. 저는 '재개발'이라는 단어에 염증을 느낍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이 아닌 우리 집에서 밀려날 때에는 이 '재개발'이라는 단어가 들리곤 했거든요. 밀려난 다음 다시 예전 우리 집을 찾아갔을 때에는 대문짝만 하게 '철거'가 쓰여 있거나, 아예 낯선 곳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묘한 상실감은 아직까지도 불쑥 저를 찾아오곤 합니다.


 4월 25일 <화수화평재개발 관련 상생방안 전문가 토론회>를 다녀왔습니다. 화수•화평 재개발 구역 안에는 1961년부터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노동운동을 해온 인천도시산업선교회관(현 미문의 일꾼 교회)이 있습니다. 도시산선은 70년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임금 개선을 위해 연대와 지원의 손길을 이어왔습니다. 워라밸을 외치는 우리의 오늘이 있을 수 있게 된 데에는 이러한 노동 운동의 역사가 있겠지요.


 제 머릿속에서 '재개발 조합원'은 개발 이익에 눈이 먼 뻔뻔하고 드센 사람들이었습니다. 그치만 토론이 끝날 즈음 제 눈에 담긴 건 20여 년 동안 '재개발' 논의에 얽혀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재개발 조합은 도시산선이 계속 그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수용하겠습니다. 다만 우리 지역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낙후되고 있어 재개발은 진행되어야 합니다.'


'도시산선은 재개발을 전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전을 할 때에는 얼마큼의 이전 비용이 드는 것인지, 지금의 자리에 존치할 때에는 얼마큼의 손실이 나는지 우리가 알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손실은 모두 지역민이 안게 되는 것이니까요.'


 인천시는 이에 '6차 협의회를 진행하겠다.'설계사는 '설계안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설계안 변경은 차치하고라도 존치와 이전 비용에 대한 안내와 협의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새 아파트를 짓고, 새 교회를 지어주는 것만이 지역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길은 아닐 겁니다.


 한국의 재개발은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낡고 허름하다 한들 수십 년 살아온 삶터를 잃고 떠나게 되는 일이 타의에 의해 결정되고, 그 과정조차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 것은 어딘가 잘못되었습니다.


 제 글을 읽는 분들은 각자 다양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공무원, 전문가, 조합원, 지역주민,... 사진을 올리려다 글이 길어진 것도 그 탓이겠지요. 그래도 모두가 한 번은 한국의 재개발에 대해 그 과정이 정말 '합리적'인지, 얼마큼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것인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길게 글을 적어봅니다.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일까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대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하룻강아지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이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인천 화수화평 재개발 관련 상생방안 전문가 토론회는 2022년 4월 25일 진행되었습니다.

조합원, 교회 관계자, 전문가, 기자, 일반 시민이 모인 자리에서

조합 측 전문가 토론자 2인, 교회 측 전문가 토론자 2인이 참석하여 각 입장에 대해 발제하고, 질의에 응답하며 진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뚜렷한 상생방안을 내지 못한 채 토론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시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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