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짝이 교체되듯 동네가 교체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몇 주 전까지 동네에서 보던 문짝이 박물관에서 유물들과 함께 전시된 것을 보았다. ‘그럼 이 문도 유물인 건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분명 생생히 살아있었는데. 전시장에 있는 모습을 보자 문짝이 죽은 것만 같았다. 50년 이상 한 자리에서 운영된 여인숙의 문이었다. “문이 고장나서 주인이 곤란해 하셨는데, 새 문으로 교체해 드리고 원래 문을 가져와 전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안내해주시는 분이 세세히 설명해주신 덕분에 문이 전시장에 오게 된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가 아니라도 언젠가 사라질 문이었겠지만, 그래도 전시가 아니었다면 몇 달은 더 살아 동네에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을 텐데.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박물관에서 보게 되겠구나. 상실감과 함께 조급함이 일었다.
문짝이 교체되듯 동네가 교체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요즘 인천에서는 각종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화수동에도 재개발 건축 심의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사라져가는 동네를 보며 비슷한 공감대를 갖는 분들을 온·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난다. 모두 각자의 이유와 형태로 동네를 기록하고, 기억한다. 그 속에서 애정과 배려가 느껴질 때면 진한 동지애가 생기기도 한다. 기록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사라지던 때를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기록이 소실을 앞당기거나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체감한다. 정말 기록으로 남는다면, 이 모습들이 사라져도 괜찮은 걸까? 정말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새 것으로 교체해야만 하는 걸까? 이만하면 멋지고 쓸 만한 문이지 않냐고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은 나만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치만... 마을을 변화시키는 일은 문짝을 교체하는 일보다는 더욱 많은 고민과 대안을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헌 집을 새 집으로 바꾸는 두꺼비 말고, 고칠 수 있는 두꺼비가 되고 싶다.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살고 싶다.
2023년 8월 18일
느리게
진진 씀.
8월에 쓴 글을 10월에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한달에 한편이라는 약속을 지키지못해 여러분께도, 제 스스로에게도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느리더라도 옳은 방향을 찾아가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참 고민되고 떨립니다. 한편으로는 옳은 방향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건지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쓰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네요. 주변의 사람, 생명, 혹은 햇볕과 옷깃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느린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