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찻잎을 따는 시기와 발효 정도, 완성된 차의 색상, 형태 등의 분류에 따라 그 종류가 나뉜다. 가정집 다도 클럽 3주 차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알려진 6대 다류의 찻잎을 실제로 보고 마셔보는 시간을 가졌다. 6대 다류에는 녹차(綠茶), 백차(白茶), 황차(黃茶), 청차(靑茶), 홍차(紅茶), 흑차(黑茶)가 있다. 사실 나는 다도 클럽 모임에 오기 전까지 녹차와 홍차가 '같은 잎'을 다른 과정을 거쳐 만든 차라는 것을 아예 몰랐었다. 둥굴레차와 보리차가 나뉘는 것처럼 각각 차마다 다른 나무 종이 있는 줄만 알았더랬다. 그만큼 우리가 흔히 접하고 마시는 녹차와 홍차는 같은 차나무 잎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 색과 맛, 향이 아주 다르다.
*앞서 언급한 둥굴레차와 보리차 같은 인삼차, 쌍화차 등의 대용차와 꽃차 등도 차로 통칭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차 아닌 차로 분류된다고 한다.
6대 다류인 녹, 백, 황, 청, 홍, 흑 차는 찻잎의 제다법, 발효 정도, 색이 다르다.
찻잎의 모양, 색상, 향, 맛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차를 가공하는 과정인 '제다법(製茶法)'이다. 찻잎을 따고 살청, 위조, 유념, 산화, 발효, 건조 등의 과정을 어떻게 거치느냐에 따라 차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다법은 지역, 시기, 사람마다 모두 다른 과정을 거치기에 그만큼 각양각색의 다양한 차가 존재한다.
살청 : 열을 가하여 효소 등을 파괴하여 발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함, 찻잎을 덖는다고 표현
위조 : 가공이 편하도록 잎을 시들도록(마르도록) 함
유념 : 찻잎을 비벼 차의 맛과 향기성분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함
차에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있다. 폴리페놀(polyphenol)은 가공과정 중 폴리페놀 산화효소(polyphenoloxidase)를 만나 다른 성분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과정을 산화 혹은 발효라고 하는데, 산화 후 차의 색깔, 향기와 맛에는 많은 차이점이 나타나게 된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것은 차탕색으로 전혀 발효를 시키지 않은 녹차는 녹색, 20~70% 정도 발효를 시킨 청차는 오렌지빛을 띤 황색과 홍색, 완전히 발효한 홍차는 홍색을 띠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차의 종류 - 가공방법에 따라 6대 다류로 분류 (차와 커피, 장정현)
같은 찻잎도 우려내는 정도, 잔의 깊이 등에 따라 잔에 따랐을 때 색이 다르게 보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녹차와 홍차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살청과 발효과정으로, 녹차는 발효를 거치지 않고 열을 가해 덖어내는 살청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 그에 반해 홍차는 살청 과정이 없이 발효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그 결과로 녹차는 비교적 밝은 색을 띠며 쓰고 떫은맛이 강한 반면, 홍차는 짙은 색을 띠며 쓰고 떫은맛이 적고 단맛이 돌게 된다.
다도 클럽 멤버들은 각각 황차, 청차, 흑차, 백차를 골라 우리고 각각의 차맛을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차 한 가지 만을 마시고 맛으로 표현할 때는 느껴지지 않던 차 맛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고른 차는 '백차'로 발효와 살청 과정을 모두 거치지 않고, 채엽-위조-건조 과정만을 거쳐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찻잎의 색이 가장 밝다. 찻잎만 보았을 때는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느낌이랄까? "선생님 백차는 무슨 맛이 나나요?"라고 묻자 선생님께서 "백차는... 아무 맛이 안 나요."라고 대답해주시는 바람에 다들 웃음이 터져버렸다. 왜인지 비싸 보이는 외관 때문일까? 맛이 기대되는 차였는데.
다른 과정을 거친 찻잎을 보다 그 형태가 많이 살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날의 백차는 성공이었다. 선생님께 '. 잘 우렸네요.라는 칭찬을 받은 내 백차는 청차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다.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맛이 강한 차는 아니었다. 대신 내 표현으로는 '쓰고 떫은맛이 없고 기분 좋은 향이 감돌며, 끝 맛이 깔끔하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백차는 몸의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요즘 같은 여름에 마시기 좋은 차라고 한다.
독특한 외형의 흑차
그다음으로 궁금한 차는 흑차였다. 일상에서는 보이차로 흔히 접할 수 있다. 흑차는 살청과 발효과정을 모두 거치는 차이다. 긴압이라는 압축과정을 거쳐 찻잎을 뭉쳐 만들어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녀석이었다. 겉 표면에 노란 가루가 붙어있는데, 발효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지는 몸에 좋은 균이라고 한다. 사진의 큰 덩어리를 1/4~1/6 정도 크기로 쪼개어 우려내는데, 균이 있는 발효차이기 때문에 1차로 물을 부은 뒤 한번 버린 다음 다시 물을 부어 차를 우리는 과정을 거친다.
모두의 기대를 받는 외관과 다르게 맛은 생각보다 평범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는 내 주관적인 평이니, 흑차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접해보신다면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다. 이 날 가장 인기가 많았던 차는 청차였다. 흔히들 우롱차로 알고 있는 차로, 꽃향기가 감돌며 쓴맛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날은 각양각색의 차맛을 보며 평소보다도 많이 얘기하고 소감을 나눴다. 선생님께서는 읊어주신 시를 인용하며 가정집 다도 클럽 3주 차 이야기를 마친다.
물소리
이상범
물소리 베고 누우면
별자리도 자리를 튼다.
적막의 끝을 잡고
한 생각 종지로 밝히면
구천동(九千洞) 여문 물소리가
산을 끌고 내려온다.
-녹차를 들며 (2019)
가정집 거꾸로 아카이빙 기록자로서 매주 가정집 다도 클럽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글에 소개된 차에 대한 설명은 다도 클럽에서의 수업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자세한 설명은조명순 선생님의 저서 "마음으로 우리는 茶"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가정집 다도 클럽은 인천 서구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