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6일 일요일, 독막로 12안길
마음이 뒤엉켜 자란다. 나는 평생 나일까, 너는 평생 너가 되어줄까. 영원이란 단어도 가벼운 소음이겠지만 그래도 믿고 싶다. 몇몇은 일생을 함께 할지도 몰라, 처음과 같은 낯빛은 아니더라도 마주 보고 서 있을 수 있잖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 서른이 되면 세상 이치를 좀 알 줄 알았는데 여전히 깜깜하다.
좋아하는 골목에 가야겠다. 낯선 빌딩이 끼어들어도 나란히 버티는 집들이 있다. 그곳에 사는 얼굴들이 있다. 눈발이 쉬이 흩날리는 날에도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끌고 나서고, 낡은 손가락에 녹지 않은 것이 있다고
보고픈 대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