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복치 Jul 13. 2018

젊은 꼰대

나는 아닌 줄 알았는데, 나도 그렇더라


젊은 꼰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진짜 말 그대로 젊은 애들이 꼰대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30대 초반의 Y군도 어느 회사 부장님 못지않게 꼰대다. 틈만 나면 윗사람 모르게 아랫사람에게 카톡으로 얼토당토않는 말을 꺼내며 괴롭힌다. 괴롭힘을 당하는 그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둘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결국엔 Y군이 불러다 한 마디 한다. 상사가 상사 같지 않냐며. 아랫 사람인 그녀 역시 곧이 곧대로 상사에게 잘못하지 않았으니, 잘못했다고 할 수 없다며 그 상황을 받아들이질 않는다. 이 둘의 문제는 무엇일까?


내가 Y의 입장에서 봤다면, 아랫사람인 그녀(이제부터 P로 지칭한다) P는 딱 봐도 당돌한 후배였을 것이다. 더불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잘못했다고 먼저 해야지 어딜 대들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마인드는 결국 나도 꼰대라는 소리겠지만. 그러나 P의 입장에서 봤을 땐 그녀 역시도 입장이 다르다. 나는 잘못한 걸 없는데 내가 왜?, 이 일은 내 일이 아닌데 왜 내가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가지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하다 하다가 터진 사건일 테지만. 둘의 나이 차인 그리 나지 않지만 결국엔 마인드 차이인 것이다. 요즘엔 Y군 같은 상사를 젊은 꼰대라고 부른다. 너그럽게 포용할 줄 알아야 된다고 말하고, 다시 한번 P양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Y군의 입장이 되면 절대 그럴 수 없다. 또 반대로 P양의 입장이 되면 엿 같은 거다.


그렇다. 꼰대도 꼰대 나름이지. 일 잘하는 꼰대가 뭐라고 하는 현실과 일을 못하는 꼰대가 뭐라고 하는 건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여준다. 음.. 일종의 뭐랄까.. '그래 저 상사는 일을 잘하고, 아무리 꼰대래도 이것이 맞는 길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 반대가 된다면 '일도 못하면서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몇 년 더 살았다고 당신이 인생 선배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이런 생각.


그리고 문득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그래서 뭐? 너도 P양 같은 후배가 생기면 Y군처럼 할 거잖아'다. 내 답은 "응 아마도". 이래서 악순환이라는 말이 생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도 지금 2000년대 생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누굴 이해하려고 들겠어.

매거진의 이전글 걱정이 많아서 걱정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