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정의되지 않은 감정과 숱한 다정들이 있었다. 그 감각은 내게 늘 괴로움으로 다가왔고, 정돈되지 않은 생각은 일상을 괴롭히기도 했다. 쉽게 읽히는 마음이라, 때론 후회하곤 했다. 나는 왜 그렇게 쉽게 마음을 열어 보여주는 존재인지, 나를 혐오할 때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내 마음의 벽이 하나씩 늘어갈 때,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게 되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더 약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어쩌다’라는 안타까움 대신, 다 이유가 있다고 핑계 댔다. 그 편이 빨랐고, 그 편이 마음이 편했다. 내게 가닿은 불편이 언제고 나를 보호할 수 없단 걸 안다. 그래서 더 두려운 날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정의되지 않은 감각들이 내가 삶을 살게 하기도 하니까, 너무 완벽하고 투박한 결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만족하고, 누릴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애매함만큼, 나의 감정에 맞게 옷 입힐 수 있는 것도 없는 것일 테니까. 때론 날 살게 하는 건 딱 떨어지는 자연수가 아니라, 소수점 하나의 희망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