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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길숙 Sep 03. 2022

촌수가 애매한 금쪽이 손자 김태현

- 국민 안내양 김정연을 오늘도 들었다 놨다 

세상 까칠한 후배, 정연이 


까칠한 후배이자 절친인 가수 김정연이 변한 걸 보면 엄마의 힘이 참 대단하다 싶다. 김정연은 35년 벗이기도 하면서 또 까마득한 후배다. 내가 일찍 결혼했으면 너만 한 딸이 있었을 거라 농을 던지는 사이인데 김정연이 엄마가 되더니 말도 많아지고 팔불출이 됐다. 전화 통화든 카톡이든 간에 기승 전 늦둥이 태현이 자랑이다. 정연이는 다른 여인네들 문 닫을 시간인 마흔다섯에 금쪽이 태현이를 낳았다. 태현이 낳고 엄마 미역국을 못 먹어 가슴을 쳤던 정연이의 아린 사연은 기회가 닿으면 차차 하던지, 아니면 정연에게 브런치 작가 도전해서 직접 털어놓으라고 꼬셔볼 생각이다.      

정연이와 나의 금쪽이 태현이는 촌수가 참 애매하다. 정연이는 나한테 언니라고 하는데 태현이는 나보고 할머니라고 한다. 내 딸은 정연이한테 언니라고 하는데 내 딸 금쪽이 은서 은준이와 정연이 금쪽이 태현이는 누나 형아 동생 하는 사이다. 이 애매한 촌수 금쪽이 손주 태현이가 요즘 자기 엄마 아빠를 들었다 놨다 하는 모양이다.  못 본 사이에 훌쩍 자란 금쪽 이를 보니 들었다 놨다 하는 걸 넘어서 엄마 아빠를 잡고 살 거 같다. 


정연이는 오늘도 팔불출로 진화 중 


서로가 바빠 연락을 못 하다가 어제 오랜만에 카톡 대화하는데 연달아 태현이 근황 사진이 올라왔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본 거 느낀 것을 적어 놓은 메모를 보니 범상치가 않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다운 생각도 있지만 깜짝 놀랄 만큼 발랄한 상상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요즘 곤충과 새에 푹 빠졌다고 하더니 '새' 이야기가 메모지를 꽉 채웠다. ‘생각만 해도 아주 이쁜 새들’ ‘이상하고 엉뚱한 숲’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한라산 라면탕’ ‘모범생 같은 새들’이란 표현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태현이가 생각하는 모범생은 새들처럼 자유롭게 노는 것일 터! 오늘도 태현이 한테 한 수 배운다.    


앵무새에 빠진 금쪽이 


태현이는 요즘 ‘새’ 그림을 많이 그린단다. 초등학교 2학년 솜씨치고는 앵무새 밑그림이 제법 탄탄하다. 색 선택도 과감하고 붓 터치도 힘이 있다. 정연이가 오줌을 지릴 만큼 자랑할 만하다. 


정연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태현이는 낳은 일이라고 한다. 가수, 국민 안내양, MC, 방송인 대접받을 때 보다 ‘태현 엄마’라고 불릴 때가 가장 좋다는 정연이를 보면, 자식을 낳은 건 엄마지만 엄마를 만드는 건 자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흙수저 가수지만 당당한 정연이



정연이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민중 가수로 활동하다가 나이 마흔 넘어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흙수저 가수다. 1991년도에 노찾사 단원으로 들어가 잠깐이지만 안치환, 김광석, 권진원 같은 쟁쟁한 가수들과 함께 활동했다. 노찾사에서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싶어 입단했지만 쟁쟁한 소리꾼들에게 밀려 막간 공연을 담당했던 정연이다. 내가 한참 노찾사에 빠져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공연장을 출입할 때 본 정연이는 솔로 가수 이상으로 대단했다. 1부에서 중창 가수로 열창하고는 인터미션(intermission) 때는 싱얼롱 가수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사실 뒤에 이어지는 2부 공연이 슈퍼 콘서트가 되고 안 되고는 싱얼롱에 달려 있다. 본 공연이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라면 막간 싱얼롱은 흥을 선사는 일! 정연이는 막간 공연 시간 약 20분 정도를 후끈 달궈놓는 재주가 있었다. 관객들이 정연이를 놓지 않아 막간 공연이 30분이 훌쩍 넘는 때도 많았다. 


이런 정연이와 직접 대면한 게 1992년. 방송 리포터로 변신해서 나와 조우한 정연이는 진짜 재수 없다고 할 만큼 까칠한 리포터였는데 내가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취재를 내보내면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정연이 사전에 '대충'이란 말은 없다. 그 힘으로 라디오 리포터에서 KBS 6시 내 고향 국민 안내양으로 전국을 주름잡았고 현재 청주 KBS <무대를 빌려드립니다> 단독 MC로 뜨겁게 무대를 달군다. 또 KBS 아침마당 화요 초대석에서는 매주 찰 진 입담을 자랑한다. 



가슴 먹먹한 정연이의 질문


엄마 뱃속에서부터 카메라 마사지를 받아서 그런지 태현이 미모는 출중하다. 정연이 금쪽이라 그런지 내 눈에도 그리 보인다. 정연이에게 넘버원이면서 또 온리원인 태현이가 오늘 또 어떤 일로 정연이를 들었다 놨다 할지 기대가 된다. 태현이가 스무 살이면 정연이 나이가 예순넷, 태현 아빠 나이는 일흔다섯. 정연이는 때때로 “언니 태현이 스무 살이면 한참 뒷바라지를 해야 할 때지? 그때 우리 부부가 너무 늙어 태현이 뒷바라지를 못하면 어쩌지?”라고 묻는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정연이 물음에 아직 대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정연이라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연이는 꽃으로 치면 '탐라 수국'이다. '탐라 수국'은 제주도 한라산 중턱 해발 1,000m쯤 되는 비교적 습기가 많은 경사면에 드문 드문 군락을 이뤄 자라는 매우 귀한 꽃이다. 여름이면 남보라색 꽃이 안개에 묻혀 보일 듯 말 듯하다. 바람에 안개가 쓸려가면 바위산 언저리에 핀 남보랏빛 탐라 수국이 어룽진다. 정연이는 얼핏 보면 도드라지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너무나 이쁜 탐라 수국, 그러니 정연아 졸지 말고 기죽지 말고 오늘도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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