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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이스댕 Nov 16. 2024

애들이 사라지는 무서운 어린이집

그냥 사는 이야기



우리 아이가 어릴 때 얘기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어느 한 어린이 집에 몇 달간 머물 다닐 때였다.


11월의 어느 하루, 아이를 어린이 집에서 데리고 오는 길이었다.


"엄마, 아빠, 어린이집에 친구들하고 생일 파티를 하는데, 생일파티를 하고 나면 그 친구들은  사라져...."


"앨리스도 지난주에 생일 파티했는데 이번주에 안 나왔어."


"제이미도 어제 파티하고 오늘 안 보여."






이런 건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스토리다.


이어지는 아이의 말... "내 생일파티가 다음 준데... TT."






우리 아이의 생일날, 어린이집에서는 파티를 해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계속 어린이 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뉴질랜드에서는 한 해 동안 태어난 아이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입학시키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만 6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부모들은 가능한 아이가 6세가 되는 다음날부터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이집은 국가 보조금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이 길 지 않다. 그래서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아이들 부모가 퇴근하면서 데리고 올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비용이 아예 들지 않는 초등학교에 최대한 빨리 보내려고 한다.


그 이면에는 뉴질랜드인들의 개인적인 문화가 자리한다. 이건 뉴질랜드인 만의 것은 아니다. 아마도 서양인이라면 같은 생각이 있을 것이데, 나이가 남과 나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라는 숫자 때문에 남들과 다른 집단에 속해야 하거나 배려받거나 배려해줘야 하는 그런 경계점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그래도 한국인 부모아래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국인의 나이개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또래 집단 위아래의 경계보다는 훨씬 유연하게 섞여서 지낸다.
놀거리의 수준만 비슷하면 함께 어울린다.






그런데, 이런 문화는 직장인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상사가 될 사람의 나이가 몇 살이 든 지와 상관없이 일자리에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공고된 직무를 할 수 있다면 신입의 나이가 얼마든지 상관없다.  


한국과 같이 대학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면 대기업 신입공채로 들어갈 수 없다던지, 나이에 맞게 직급이 올라가지 못하거나 보직을 맞지 못하면 퇴사의 압박을 느낀다던가 하는 게 없다.


35세 팀장이 유능하지만 나이가 39세인 팀원을 받기 꺼려하는 것, 40세 부교수가 조교수 자리에 45세 지원자를 뽑기 싫어하는 그런 일은 없다.

  

 이것의 장점은 하던일이 지겨워지면 언제든지 뭔가를 새로 배워서 시작할 수 있다.  


히딩크가 국가대표팀을 지도하면서 경기 중에 형이나 선배와 같은 아래위를 나누는 호칭을 금지시킨 일화가 있다. 이게 나뿐 문화가 절대로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 많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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