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분쟁의 정치적 원동력은 일자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예고된 전쟁이었다.
소련의 붕괴 후, 브레튼우즈 체제하의 신자유주의적 무역질서속에서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을 통해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진정으로 세계적인 분업체계가 돌아가는 하나의 지구가 실현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무역은 농업, 축산업 등 전통적인 지역화된 경제체제를 파괴했고 그렇게 파괴된 경제체제 하에서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도시와 공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외에는 체제속에 편입될 방법이 없었으므로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서 선진국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선진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중국은 이러한 전세계적인 무역질서에서 노동력 제공국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자본을 축적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강력한 국가체제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으며 그 규모는 어마어마했으므로 계획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노동력은 다른 후진국들에 비해서 훨씬 우월했다. 이러한 이점으로 전세계의 공장은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중국정부가 보장만 해준다면 자본은 안정적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고 중국 정부는 공산진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미국주도의 무역질서에 편입되고자 자본과 기술이 필요했으므로 거래는 쉽게 성사되었다.
이것은 선진국 노동자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던 일자리를 빼앗기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단순노동, 저임금 노동자 계층은 빠르게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미국의 일자리들은 점점 신흥국으로 이동했고 중국은 그 정치적 특징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흡수했다. 하지만 미국의 거대자본은 위험하고 어려운 창조적 파괴의 길보다 훨씬 쉬운 냉전 승리의 전리품과 같은 중국의 싼 노동력을 통한 이윤증가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여전히 첨단산업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이윤은 증가했으므로 미국의 지도자들은 중국과 손을 잡았다.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긴 미국인들은 미국의 호황덕에 가려졌지만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이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본질적인 경제 구조 개편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신용도와 기축통화의 이점을 이용하여 무너진 금융기관을 엄청난 금융지원을 통해 다시 살려내었다. 월가의 그 누구도 전세계적 규모의 신용위기를 일으킨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았다. 단 한명도.
물론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기 싸이클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토록 극적인 추락이 발생한 본질적인 이유에는 채권의 신용도에 대해서 그 위험을 알면서도 높은 신용도를 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신용도를 적절하게 평가했다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는 사태까지 갈 수 있었을까? 결국 이 모든 책임은 미국 정부가 짊어지게 되었고 이 짐은 또다시 미국 국민들에게 전가되었다. 달러가치는 줄어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은 투기로 재산을 날렸으며 오랜 시간 미국 경제는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어떤 피해도 겪지 않았으며 오히려 위기에 빠른 정보력으로 대처하여 더 강력한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2008 금융위기 이후에 훨씬 벌어진 것을 보면 복잡한 이론없이도 그 모든 책임을 미국의 힘없는 사람들이 짊어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바마의 행정부의 위선들에 질려버린 미국 국민들은 기성 정치인들을 믿지 못했고 트럼프라는 극적인 현상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최소한 솔직하다. 그의 트위터 정치는 기존 체제에는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지만 워싱턴의 복잡한 정치셈법을 모르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훨씬 더 믿을만하다. 미국 국민들은 오바마는 어렵지만 트럼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특징은 소외된 미국인들이다. 이들은 일자리를 원한다. 신흥국들과 중국에 빼앗긴 자신의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되찾기를 원한다. 이 강력한 힘이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