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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Jan 04. 2024

지금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의 커넥션이 필요한 때

우리에게는 왜, 선한 정책의 카르텔(커넥션)이 없을까?

최근 국가적 위기를 나타내는 가장 유력한 통계수치는 0.78이다. 누구나 다 아는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이 수치는 무엇을 말할까? 단지 결혼하는 젊은 층이 적고, 아이를 적게 낳는구나! 라는 생각에 그치면 될까? 이 수치는 치명적인 ‘정책실패’를 말한다. 무려 280조에 가까운 예산을 ‘저출산’이라는 한 항목에 쏟아 부으면서도 결과는 대실패. 무엇이 문제였을까?     

 

“Is South Korea Disappearing?(한국은 소멸하는가?)”는 지난 12월 2일자 뉴욕타임즈 칼럼 제목이다. 미국에서조차 ‘한국소멸’이라는 주제로 관심을 갖는걸 보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큰 위기에 봉착해있음이 분명하다. 이 기사에 의하면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유럽의 중세 흑사병이 창궐하는 시기의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축구장 안에서 헛발질은 허망하고 위험하다. 욕도 먹고 골도 먹는다. 하지만, 제도나 정책의 헛발질은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지 못한 비난은 물론 엄청난 예산을 낭비한 죄까지 추가된다. (잘못 만들어진) 국가적인 정책 시행에 국가예산이 내 주머니의 쌈짓돈 마냥 쉽게 쓰이는 것은 큰 문제다.     

 

우리사회의 최고의 헛발질은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는 저출산 정책에서 빛을 발한다.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정책실명제’가 제도화 된지 오래지만, 이러한 중차대한 실패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헛발질은 앞으로도 환경정책이나 의료정책, 복지정책 등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저출산 정책의 실패는 어디에서 왔을까?     


인구정책은 사회현상 중 가장 복합적인 해법이 필요한 정책이다. 저출산과 보육문제, 교육 정책, 근로환경정책, 주거환경정책, 청년 취업과 실업문제, 정치·사회적 안정성, 사회적 연대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어느 한두 가지만 고려하고 나머지는 무시(외면)하는 근시안이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질 때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한다. 지금 2020년대의 대한민국이 그렇다.      

    

현 정부를 포함해 최근 10여년 정도의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을 살펴보면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이며 시류편승적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저출산 정책은 수요자인 젊은 층의 현실과 욕구를 고려하지 못한 전형적인 공급자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전시행정의 표본이었다. 꼼꼼한 설계도 없이 지어진 고층건물과 같다.   

   

이는 세대를 관통하는 욕망의 문제와 정책입안과 집행과정에 따르는 중장기적 해법의 시각이 두루 갖추어졌을 때 풀릴 수 있는 사안이다. 젊은 층에게 사회적 경제적 압박을 줄여주고 욕망을 되살려주는 정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때로는 젊은 층의 사회경제적 욕망과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선행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문제해결에 답이 없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들지 못하는 정책의 창의성, 적시성과 현실성 부족이 문제다. 모래알 같은 정책 몇 개를 모아 논다 해도 허술한 모래성마저도 쌓지 못한다. 

문제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근시안적 정책이 대다수인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저출산 정책의 실패가 지속되지 않을까.    

  

잔식기부와 환경정책 등의 선순환 모델이 보여주는 희망     

잔식기부현장. 학교의 잔식과 빵시미 등에서 기부받은 음식을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최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잔식기부와 환경정책 등이 연결된 제도가 시작되어 경기도조례로 제정된 바 있다. 잔식 100%를 기부하여 음식물쓰레기 40%를 절감하고, 학교 내에서만 위탁처리비용도 연간 630여만 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잔식 기부는 취약계층의 복지와 연결되고, 잔반 감소는 환경문제와 경제적 비용의 절감 등과 직결된다. 잘 만들어진 정책이나 제도가 여러 선순환의 과정을 통해 사회경제적인 선한 영향력을 가져온 바람직한 케이스다. 이 제도는 국민참여 온라인 플랫폼인 ‘온라인소통’에서 탄소중립 국민기술 제안으로 채택되어 여러 정부부처의 조치사항을 이끌어내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제도가 시행된 데에는 당시 효원고등학교 행정실장인 오종민이라는 훌륭한 공무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 개인도 아이디어와 정책의 연결로 이토록 시너지 효과가 큰 제도를 만들어내는데, 각종 정책·제도 간 연결을 대정부 차원에서 접근하면 더 바람직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직접 큰 바다의 파도를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이처럼 선한 의도의 잘 만들어진 정책은 여러 분야의 정책과 제도를 연결하고 통합시킬 수 있다. 현재 이 제도는 독거노인이나 노숙인 등의 취약계층의 복지문제와 음식기부 문화, 환경문제 해결과 예산낭비 해소라는 선순환의 고리로 확장 발전되고 있다. 이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 유기농 베이커리 빵시미(수원시 소재) 등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기부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는 따뜻한 소식도 들린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선한 정책의 카르텔이 필요한 시대    

 

카르텔의 사전적 정의는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따위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하는 독점 형태. 또는 그 협정.”을 말한다. 간혹 마약 범죄조직을 가리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정책 카르텔은 “동일한 목적을 위한 정부부처간의 경쟁의 완화 예산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는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정책모델과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협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회정책의 수요자 또는 수혜자를 위한 정책의 카르텔이지만, 사전적 의미의 카르텔만큼이나 이상적일수 있다. 

     

정책 카르텔의 간단한 모형은 국가기관과 정책을 연결해주는 통합 플랫폼과 연계통로다. 어느 한 부처의 하나의 정책에서 끝날게 아니라 각 부처와 정책들이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아래 정책수단을 공유하며 수혜자에게 최적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책통합의 측면에서 신규등록·변경·말소 사항 발생 시 시스템을 통해 정책을 공유하는 다른 기관의 담당자가 이를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행정부처의 개별적 정책을 선별적으로 통폐합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선행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지금도 행정정보공동이용망, 사회보장통합관리망,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대법원인터넷등기소 등이 구축되어 있지만, 수많은 정보가 국가기관 간에 제한적으로 공유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이들 시스템이 단순한 정보의 제공을 넘어서서 국민의 보편적 복지와 정책실현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정보망 구축과 이용 상황 자체가 대국민 편의성 증대가 아닌 정부부처 편의주의적 행태로 보인다.      


통합정책(시스템)의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서울 종로구에 사는 A가 강동구에 있는 집을 사서 이사를 하고 집주소가 변경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공적장부에 기재되어 있는 주소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모두 개별적인 신청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통합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면, 주민등록상의 주소, 가족관계등록부상의 기재사항, 부동산등기부상 소유자의 주소변경 등까지 신청할 필요 없이 일괄적으로 변경될 수 된다. 현재도 부동산등기법에 등기부상 소유자 정보가 변경되면 대장관리청에 변경사실통지 절차가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장 정보는 개인이 신청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편리성은 증대되고, 관공서 업무 피로도와 사회경제적 비용은 감소된다.  

   

부동산과 과세 및 체납정보, 집행절차 편입 및 각종 특별법상의 처분제한 사유 등이 하나의 공적 장부에 기록되면 지금 문제되고 있는 전세사기와 같은 범죄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적 정보들이 깜깜이 형태로 흩어져 있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의 각 부처 내에는 국민들의 모든 공적정보가 기록되고 보존된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알 수 있는 정보는 부처별로 업무별로 단면적인 형태로 제공되다보니 정보비대칭성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를 악용하는 대표적인 범죄형태가 전세사기다.   

     

정치라는 상위차원에서 공존공생이라는 이상적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기관에서 종합적인 플랫폼과 실행계획을 작성하고, 복지정책 담당기관과 일선행정기관 및 민간기업(혹은 포괄적인 민간영역)이 통합망 및 정책을 공유할 때 사회적 취약계층의 삶은 현저히 나아지지 않을까.    

  

회생파산제도와 노동 및 복지 정책 등의 커넥션을 제안한다    

 

회생파산신청 증가는 경제 불황의 선행지표이자 결론이 될 수 있다. 경제상황 악화와 노동시장의 약화, 사회적 취약계층의 양산과 회생파산신청의 메커니즘이 하나의 순환 고리 속에 존재한다. 최근 계속 증가하는 개인도산 신청 통계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회생파산신청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서민의 삶이 팍팍하고 먹고 살거리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회생파산신청은 우리사회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정책의 실패를 증명하는 중요한 선행·후행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회생파산제도와 복지제도, 양질의 일자리 제공정책은 세 제도가 만들어내는 삼각형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현재는 기관과 제도 간의 연결 없이 각각 운영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정책들이 여러 정부기관에서 중복적으로 입안되고 실행되고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운영은 인력과 예산낭비의 소지가 크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법원은 회생파산제도, 보건복지부 등은 복지정책, 고용노동부는 일자리정책을 서로 연계시키지 못하고 각각 운영하게 되었을 때의 문제점은 우리의 현재와 같다. 이들 제도의 최종 목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임에도 인력과 예산이 계속 낭비되는 현 시스템이 아쉽다.      


과연, 이런 연계 시스템 설계는 어려울까?   

   

* 회생파산신청 처리결과 →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등으로의 정보 제공 및 통지 → 정책 수혜자에 맞춤형 정보 제공

* 공공마이데이터 개인정보 → 회생법원 재판사무시스템 → 회생법원 처리결과 → 공공마이데이터 및 정부기관과 지자체 → 일자리 제공과 복지정책으로 연계     


이러한 연결이 정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회생파산 신청인은 개인정보제공동의를 통해 한계채무상황이나 자신의 자산상황을 공공마이데이터에서 바로 회생법원의 재판사무시스템으로 연계시켜 지금과 같은 신청절차가 최대한 간결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회생법원에서 회생인가 결정이나 파산면책 결정이 이루어진 경우, 다시 공공마이데이터와 관련 유관기관에 정보가 즉시 제공되어 새출발을 위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받거나 최소한의 복지혜택을 바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추상적이지만, 좀 더 발전적 시스템을 구상한다면. 정책목표 설정 및 정책 통합 → 통합 컨트롤 타워 구성 → 통합 거버넌스 구축 →  통합 정보 플랫폼 → 정책연계 및 정보제공 → 효율적 정책집행. 정책입안자들이 통합적이고 전향적인 사고를 한다면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아이디어다.      


커넥션(Connection)은 EBS방송의 자연다큐멘터리다.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9개국을 2년여에 걸쳐 자연과 생명체들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이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바는 손잡지 않은 생명은 없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동물과 식물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법과 제도나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그 사회와 구성원들을 위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만든 법과 제도는 자연이 만든 생명체처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서로 연결되고 손잡아야 되는 제도가 지금처럼 따로 존재하거나 방치된다면, 예산낭비와 함께 수혜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필연적으로 줄어든다. 결국 정책은 커넥션을 지향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약자는 약한 고리의 법칙에 철저히 부합하는 존재다. 약자는 사회경제적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가장 늦게까지 회복되지 않는 존재다. 약한 고리를 강한 고리로 만들면 사회의 건강지수와 회복지수가 높아져 공동체의 복지수준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문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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