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순례길, 그 이후 이야기
일어나자마자 산티아고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한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순례길 중반 즈음에 헤어졌던 동생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고 숙소에서 김치와 군만두, 떡과 만두를 넣은 라면에 밥 까지 해서 점심을 먹었다.
산티아고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성당 앞 광장으로 나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고 일행들과 마지막으로 사진을 남겼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이제는 서로 다른 여정을 떠나는 고마운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포르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이틀 전 먹었던 츄러스를 마지막으로 또 먹었다. 여전히 맛있고 언제 다시 먹게 될지 모르는 츄러스.
배낭을 메고 버스 터미널까지 갔다. 산티아고를 벗어난다 생각하니 이제 정말 순례길이 끝났다는 게 실감 났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어느새 포르투갈로 넘어왔다. 국경을 넘어가는데 아무런 확인 과정이 없고 단순한 걸 보면서 새삼스레 유럽연합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녁에 포르투에 도착했다. 짐을 가지고 일단 숙소로 갔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정원에 항상 음악과 술이 있는 곳이라 시끄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사실 그대로였다. 잘 때 시끄럽진 않을까, 조금 걱정을 하면서 우선 짐만 두고 숙소를 나왔다.
미리 봐 둔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거리를 걷고 있는데, 길가를 지나갈 때마다 포르투갈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헤이, 마리화나 코카...’
예??? 뭐라고요??
알고 보니 포르투 거리에는 마약상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고 메뉴를 고민하다가 치킨과 문어다리를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종업원이, 이거 양이 꽤 많아서 둘이서 충분할걸? 하고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오늘은 문어다리만 시키고 치킨은 다음에 다시 와서 먹기로 했다.
엄청 단순해보는 감자와 문어다리가 나왔고 그렇게 우린 엄청 맛있고 야들야들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문어다리를 저녁으로 먹었다.
식사 후에는 도시 야경을 잠깐 구경하러 돌아다녔다. 가까운 곳에 다리가 있길래 거기로 갔는데, 이 다리가 그 유명한 동 루이스 다리였다.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다리 밑으로는 도우루 강이 흐르고 있었고, 우리가 걷고 있던 다리 위로는 가끔 느린 속도로 전철이 지나갔다.
날은 추워졌고, 우리는 내일 다시 구경을 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