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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shion MD Jerry Feb 25. 2022

MD와 'MBTI'

MD라는 사람들이란

 '우리 팀장님은 전략기획 출신인 데다가 하시는 말씀을 들어 보면, ESTJ일 것 같은데?.'

 'ESTJ는 머지? (검색한 뒤), 아! 엄격한 관리자네 ㅎㅎㅎ 오.. 공감 가는데 ㅎㅎㅎ.'

 '그지? 일단 애매한 거 싫어하시고, 뼈 때리는 말도 잘하시잖아.'

 '그러고 보니, 우리 사업부장님도 ESTJ라고 한 거 같은데, 우리 회사가 좋아하는 MBTI가 있나 봐.'


 요즘 MBTI를 가지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라떼는 말이야 버전으로 하자면, 분명 혈액형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한발 더 진화한 느낌이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그리고 독특한 스타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보통 누군가를 파악할 때, 첫인상이나 말투를 보고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런 사람이겠거니 짐작한다. 이 또한 필자만의 생각일 뿐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는데, 이제는 MBTI라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MBTI, MBTI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워낙 늘어나서 약자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Meyers-Briggs Type Indicator? 아, 심리검사를 개발한 사람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거구나. 먼가 전문 단어일지 알았는데, 마치 뉴턴 이론과 같이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두 명의 관계는 모녀 관계라고 한다. TMI 같긴 한데, 그래도 알아본 김에 좀 더 알아본다. 둘 다 심리학자는 아니었고, 정치학을 전공해서 추리소설을 적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남성들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하였고, 이때 취업적성을 찾아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MBTI를 꼭 입사 시험에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저 시간 때우기 농담은 아닌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소개팅할 때 미리 MBTI를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라떼는 말이야#2 필자의 대학 시절에는 혈액형 B형 남자는 소개팅할 때 상대가 피하는 유형이었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B형이다.) 아무튼, 이제는 무료로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돼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심리유형 테스트가 된 것이다.

 삼성에는 Change Agent라는 제도가 있다. 조직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로 삼성이 얼마나 문화를 중요시하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 내 사업부 단위의 조직마다 인원이 천차만별이겠지만, 그 조직의 크기에 담당자는 매년 지정된다. 이들의 역할을 쉽게 이야기하면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리더(?)라고 보면 이해가 될 것 같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사업부의 Change Agent는 새해를 시작하며, 구성원 간에 서로를 알자는 취지에서 MBTI 테스트 후 유형 분석을 하였다. 필자의 사업부는 해외상품을 바잉하는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사업부인데, 브랜드가 다른만큼 팀별 특성은 분명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팀마다 인원수나 직무 차이도 있어서 분위기가 다를 수 밖에 없기에, 제법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이 들었다.


□ 국내/해외 편집샵 브랜드 : 브랜드 첫 글자 'B'

 

 편집샵 브랜드 B는 패션과 문화의 융합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라이프스타일 멀티 브랜드이다. 론칭한 지 10년이 지났고, 2022년이 이시점에 핫한 브랜드이다. 구조부터 조금 설명하자면 입점하는 국내/해외 브랜드만 해도 100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다양하다. 게다가 직접 상품 기획 및 생산도 하기 때문에 인원도 많고, 조직도 다양하다. 팀장님 밑으로 인원수만 해도 30명이 넘는 데다가, 바잉 MD, 제조 MD, 모델리스트, 디자이너, 소싱 등 다양한 직무의 구성원들이 한 팀에 모여있다. 그러다 보니, MBTI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우선 팀장님부터 살펴보자. 아무래도 조직의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기에, 팀장님의 MBTI를 먼저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ENFP : 재기 발랄한 활동가  (공식 홈페이지 대표 캐릭터 : 'Oriah' Mountain Dreamer)

  '당신이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저는 관심 없습니다. 다만 제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가슴 저리게

   동경하는 것이 있는지, 당신 마음속 깊은 바람을 감히 충족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지입니다.

   당신의 나이가 얼마인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사랑을 위해, 당신의 꿈을 위해, 그리고 삶이라는

   모험을 위해 기꺼이 바보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오는 유형의 대표 캐릭터 인터뷰를 넣었는데, 제법 B팀 팀장님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머랄까, 열망, 꿈,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순수하다. 인구의 7%에 속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평소에도 조직의 업무를 직접적으로 터치하기보다는 조직이 알아서 굴러가도록 방향을 주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맞는 것 같다. 다양한 콘셉트의 브랜드가 모여 있는 편집샵 브랜드에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으로 브랜드를 이끌어 가는 모습이 전형적인 'ENFP'의 모습이다. 이런 팀장님 아래 E 비중이 높은 멤버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ESTJ : 엄격한 관리자'의 주관이 뚜렷하고 책임감이 뛰어난 팀원들이 제법 모여 있다. 아무래도 크고 작음, 국내/해외 등 다양한 브랜드의 차이 속에 담당자의 의지가 없이는 브랜드들이 개별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더불어서 MD, 디자이너, 소싱, 모델리스트 등 직무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담당자들 간의 자발적인 협의와 빠른 의사결정이 있어야만 사업의 속도가 난다. 담당자들이 딱 'ESTJ'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업 초기부터 함께한 멤버들이 많은 편이다. 지난 10년 동안 사업 성장의 힘든 시기에 굴하지 않고 거침없이 밀고 나간 이들의 굳은 의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B' 브랜드의 영광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 : 브랜드 첫 글자 'T'


 뉴욕 감성의 컨템포러리 브랜드인 'T'는 미국에서 90년대 론칭해서 한국에 2007년도에 바잉하기 시작한 브랜드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과 더불어 'Product First' 철학으로 고객들의 로열티가 높은 브랜드이다. 'T' 브랜드는 여성과 남성으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고, 상품에 맞게 바잉 MD들이 포진한 조직이다. 한국에서 15년 이상 꾸준한 성장을 하는 브랜드라는 탄탄함에서 느껴지듯이, 같은 MD인 내가 봐도 참 좋은 브랜드에 좋은 MD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브랜드를 안정과 꾸준함의 대명사로 만드신 팀장님의 MBTI는 아래와 같다.


 ENTJ : 대담한 통솔자 (공식 홈페이지 대표 캐릭터 : 'Steve Jobs')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이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생각에서 빚어진 삶의 방식에 맞추는 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이 당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방해하는 소음이 되지 않게 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굳건히 믿고 따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일 뿐입니다.'


  대표인물이 스티브 잡스다.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로 너무 유명한 인물이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굳건히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용기!!  말 그대로 천성적으로 타고난 카리스마형 리더의 모습이기도 하다. 인구의 3%에 지나지 않는 이들 중 'T' 브랜드의 팀장님이 포함된다. 브랜드 론칭부터 현재까지 그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업부장의 교체 속에서도 꿋꿋하게 브랜드를 지키고 키워온 것을 보면, 분명히 그녀에게 있는 ENTJ의 에너지가 왕성하게 활동한 것이 아닌가 싶다. 대담한 통솔자형 팀장과 함께 하는 팀원들의 MBTI에는 'ESFJ : 사교적인 외교관' 타입이 많다. 신기할 정도로 MBTI를 보고 팀을 짠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강한 타입의 팀장님 아래 사교적인 팀원들이 있어 팀이 같은 방향을 보면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해외 HQ의 담당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상품 셀렉을 위한 서로 간의 협의가 많은 바잉 MD의 타입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사내에서 콤팩트하고 효율적인 조직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T'브랜드팀의 원동력은 바로 강력한 리더십과 실무에서의 원활한 상호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럭셔리 액세서리 브랜드 : 브랜드 첫 글자 'T'


 해외 럭셔리 액세서리 브랜드인 'T'는 Life Style Accessible Luxury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패셔니스타 토000가 론칭한 브랜드로 명동이나 다른 곳에 가면 짝퉁 가방이 유통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상표권 이야기를 하면 안드로메다로 갈 것 같아 생략하고자 한다.) 럭셔리 액세서리 브랜드이니만큼 팀 전원이 여성이다. 무언가 섬세한 MD들의 성향과 손길이 느껴지는 브랜드이다. 'T'브랜드 팀장님의 MBTI는 아래와 같다.


ISFP : 호기심 많은 예술가 (공식 홈페이지 대표 캐릭터 : 'Bob Dylan')

  '저는 하루 동안에도 변화를 거듭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잠을 청하러 갈 때면 저는 확신합니다. 거기에 또 다른 제 자신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밥 딜런의 자유로움이라. 디자이너의 MBTI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해외 럭셔리 브랜드 팀장님이라서 그런지 역시나 다르긴 다른 느낌이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지배나 통제보다는 대화하며 일을 처리해나가는 훌륭한 리스너 타입이다. 아무래도 상대가 미국 뉴욕의 패셔니스타인 토000라면 팀장님 역시 같은 시선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인드와 성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T'브랜드도 전체 상품이 바잉이기에, 미국 HQ와 업무적으로 소통할 일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팀원들도 대다수가 ISFP으로 팀장님과 비슷하다. 팀 자체가 ISFP인 것이다. 미국 뉴욕의 자유로운 영혼들과 업무 파트너로서 일하려면 한국의 행동양식이나 관습에 갇히지 말고 때로는 실험적으로 때로는 모험적으로 일을 해나가게 필수적일 것 같다. 한국의 치열한 럭셔리 시장에서 당당한 포지션을 잡은 'T'브랜드의 저력도 역시 MD팀의 자유롭지만, 모험적인 Soul의 힘이 아닐까 싶다.



 해외 스포츠 러닝 브랜드 : 브랜드 첫 글자 'B'


 드디어, 내가 일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Run Happy'를 모토로 러닝을 통한 행복하고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고, 러너를 위한 혁신적인 기어를 제공하는 브랜드이다. 1914년에 론칭한 브랜드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회사이다. 아무래도 러닝 스포츠 브랜드이다 보니, 남성 비중이 높고 파이팅이 넘치는 조직이다. (일단 필자 역시 운동을 좋아하고 파이팅이 넘치는 타입이다.) 'B' 팀에 오고 싶은 이가 있다면, 보통 팀장님이 그들에게  하는 공통 질문이 '러닝 좋아하니?'이다. 마치 인기 만화인 슬럼덩크에서 첫 도입에 강백호를 농구선수로 만든 채소연의 문장과 비슷, 아니 같다. 'B' 브랜드 팀장님도 이 브랜드를 맡기 전에는 러닝과는 아주 거리가 있으신 분이었으나, 지금은 4년 만에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Serious Runner가 되어 있다. Serious Runner인 'B' 브랜드 팀장님의 MBTI는 역시나 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같다.


 ☆ESTJ : 엄격한 관리자 (공식 홈페이지 대표 캐릭터 : 'Edmund Burke')

    '훌륭한 질서는 모든 것의 기초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Edmund Burke가 누군지 몰라서 검색을 해봤다.(참고로 나는 수능 선택과목으로 세계사를 선택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보수주의 정치가! 행동의 장에서의 철학자라고 스스로 생각한 버크는 통제와 시스템에 의한 관리를 중시했다고 한다. 몰랐지만, 그 많은 MBTI 유형 중 한 문장으로 정리한 캐릭터는 유일하다. 그만큼 간결하고 확고한 타입이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이면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굳은 의지를 가진 'B' 브랜드 팀장님은 브랜드 계약 및 론칭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철저하게 한 방향으로 관리하면서 브랜드를 키워왔다. 새벽까지 하나하나를 챙겨보시던 팀장님을 생각하면 팀원으로서 범접할 수 없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렇게 엄격한 관리자 밑에는 재기 발랄한 ENFP 타입의 팀원들이 많다. MBTI가 완전 반대되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팀장님께서 엄격하게 관리하시지만, 또 팀원들은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그들의 스타일로 브랜드 업무를 보고 있다. 신묘한 공생 관계이다. 그래서 의외성에 의한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관리에 의한 좋은 결과도 나오기도 하니, 상호 보완 효과가 아닌가 싶다. 골리앗이라고 할 수 있는 절대강자 나이키가 장악한 한국 스포츠 시장(+세계시장)에서 다윗의 존재감인 신규 브랜드에게 있어, 철저한 관리와 신출한 의외성의 조화는 생존의 필수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그렇다면, 필자의 MBTI는?


  ESPJ : 사교적인 외교관


 놀랍지만, 반대할 수 없는 딱 필자의 모습인 듯하다. 내향적보다 외향적, 싫은 소리보다 좋은 소리, 부정보다 긍정을 선호하는 필자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룹 파견 3년 동안 직무가 마음건강연구소(명상교육팀)이었을 정도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 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당시 지원팀 팀장님께서 임직원들의 행복을 찾아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30대 초반의 내 경험으로는 분명 이해가 되지 않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 먼가 공감이 가는 것도 같아서 결국에서 파견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른 나이에 명상을 배우며 순간순간에 부정보다는 긍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배울 수 있었다. 전문적으로 회복탄력성이라고 했다. 이른 나이에 회복탄력성이 좋은 MD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 패션으로 복귀 후, MD 직무를 하면서 많은 직무의 담당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당신의 배움이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단호함이 필요할 때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겠지만 회사생활이라는 게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모두 즐겁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개인적인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공식 홈페이지의 ESPJ 대표 캐릭터인 'Deborah Day'가 아래와 같이 말했나보다.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치켜세우며 힘이 돼주세요.

    한 사람이 받는 긍정의 에너지가 곧 모든 이에게 전달될 것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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