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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제이 Oct 07. 2020

육퇴하고 웹소설 씁니다.

경단녀의 유일한 동아줄

결혼 5년 차. 아들 둘의 엄마. 전업주부.



지금의 나의 상태이다. 돌이 갓 지난 둘째는 재접근기가 왔는지 내가 시야에 안 보이면 목놓아 울기 바쁘다. 첫째는 이제 어른과의 대화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을 잘한다. 화장실도 혼자 해결하고. 밥을 혼자 먹기도 한다. 확실히 시간이 가면서 손이 덜 간다. 하지만 그래 봤자 4살 아기이다.  혼자 잠시 노는 듯싶다가도 엄마 나 심심해를 외치며 로봇을 가지고 오는 아기이다.



나에겐 아직 부모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두 아기들이 있다.





나는 싱글이던 시절부터 내가 무언가를 목표로 잡고 이뤄가는 성취감을 인생의 중요한 과제로 삼았었다. 그것이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것은 아닐지라도. 열중하고 달려가는 나의 삶이 가치 있게 느껴졌다.



육아를 하면서 이런 삶을 잊고 지냈다.



육아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데...



맞다. 사람을 키워내는 일은 아마 세상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하고 귀할지 모른다. 모르는 일은 아니지만, 육아가 힘에 부치는 나 같은 엄마들은 나만의 세계가 필요하다.




개나 소나 웹소설 쓰니. 그게 얼마나 바늘구멍인데. 재혼 황후같이 히트 친 소설이나 보고 헛꿈 꾸는 거지. 이미 레드오션인데. 애나 잘 키우는 게 남는 거야.




누군가는 나를 그렇게 비난할지 모른다.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할지 모른다. 그 시간에 육아서적이나 읽으라고 조언할지 모른다.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라 한다. 대한민국에 레드오션이 아닌 곳은 없다. 역설적으로 내가 웹소설 작가를 내 미래 직업으로 생각한 것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런 나를 보고  '개나 ' '어중이떠중이'라 폄하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개나 소가 크게 히트 칠 매력적인 이야기를 서사하는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개나소의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수도 있다. 그러니 개나 소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나는 승무원을 관둔 후 내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승무원은 너무나 매력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나이를 먹으면 경력을 써먹는 것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물론 교수나 강사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자랑스러운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앞서 적었듯이 '바늘구멍'이다. 불혹이 다가오는 나이에 항공사 재 입사는 불가능하며,  과거 경력으로 타지에서 '제발 와주십시오' 하는 곳은 없다.



오랜 고심을 하며 나의 적성과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 길을  웹소설 작가로 정했다. 웹소설 작가는 나이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쓰는 일을 즐겨하는 나의 성격에도 잘 맞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혼자서 글을 쓰는 중이다. 글을 써보니 생각 없이 소설을 소비하던 때와는 다르게 여러 번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오만하게도,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글을 쓰니, 그 글의 반도 못 쓰겠더라.

 


지금은 치킨값이라도 버는 프로 작가가 되는 것이 1차 목표다. 요즘은 육퇴를 하고 나면 스탠드 밑으로 숨는다. 그리고는 휴대폰 글쓰기 어플을 켜고 글을 써 내려간다. 조선시대 배경의 로맨스 물이라 종종 참고서적을 읽기도 한다. 티브이 마니아였던 내가 티브이를 끊은지도 두 달이 넘었다.



중간에 포기할지라도, 아무 대가가 없더라도, 나의 목표가 정해진 이상 달려가고 싶다. 일단은 달려보고 싶다. 목표가 생기니 육아가 덜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생때같은 두 아들을 가진 경단녀 엄마의 소박한 꿈을 그려 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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