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중심으로 동서양 산에 대한 문화적 인식 고찰
고대로부터 인간은 자연환경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고 거대한 산에 경외감을 보여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고 큰 규모의 산을 랜드마크 삼아 삶을 영위하고 산에 기대어 살기도 하고 산에 올라 산이 주는 거대한 힘을 내가 지배하는 것 같은 느낌에 역학적 숭고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어쩌면 지형이 문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각 지형이 주는 특성에 따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도 바뀌게 되고 그곳을 바라보는 성향도 같아지면서 각자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서양 문화권에서 특히 유럽 문화권에서 고대로부터 숭상되어 오던 산은 알프스이다. 알프스는 오랫동안 유럽 사람들에게 가장 높고 험준하며 고요하고 순결한 산이라고 생각해 왔다. 알프스는 문명과 자연의 경계이자 조율점이고 순수한 이상향이어서 수도원도 많고 알프스산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요하고 고결하며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고대의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하고 맑은 물에 기대어 목축하는 사람들 삶의 모습은 정신적으로 자신들의 삶의 원형이라고 생각해 왔다.
“자연과 완전히 하나 되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결코 그 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 괴테
이렇게 유럽의 지붕인 신성한 알프스는 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며 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며 산이 하나의 인격체(주로 남성적인) 묘사된다. 그것은 결국 나와 동일시할 수 있는 하나의 존재로 대변되며 산에 올랐을 때 산을 정복하는 순간 역학적 숭고를 느껴본 사람들은 내가 신과 동일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은 결국 자연이 인간을 대하는 유러피안들의 기본적인 태도로 이어지고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제도와 기술의 발명과 사용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문화의 근간인 신화를 만들어 낼 때도 적용되어 주로 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신과 같은 힘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헤라클레스가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닐까 싶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도 신화와 역사 그 어디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것처럼 거대한 산맥과 신성한 알프스의 산을 정복해 본 인간이 경험해 본 황홀감은 자신들을 원래 신이었지만 점점 인간이 되어가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그로 인한 우월감은 종종 과도해지며 견제할 세력이 없어지거나 오히려 깊은 절망감을 복수심으로 잘못 느낄 때 레이시즘(인종주의), 적자생존의 사회학적 부정적 해석, 우생학 등의 부정적인 사상으로 출현하는 것이 아닐까?
중국과 한국 일본은 그리고 동남아시아 등의 각 나라들은 아시아라고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문화권이 아니기 때문에 동양과 서양을 나눈다는 것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나는 서양인들의 편의상 힘과 인간 개체의 존재감으로 유럽피언과 중화권 사람들을 동서로 나누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양도 이집트 문화권과 북유럽 문화권 그리고 그리스-로마 문화권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양 문화권에서 바라보는 산의 의미는 대체로 정서적 고향이라고 봐야 한다. 공통으로 갖는 산에 대한 느낌은 민족의 발원지. 각 문화에 있는 대홍수의 흔적들 이후 살아남은 위대한 자들이 시작한 곳, 신령하며 민족의 조상에게 기도드리는 장소 등등의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
즉 그곳은 신선(조상의 혼)이 사는 곳이고 그곳에서 혹은 그곳을 바라보고 제사를 지냄으로써 신과 인간 세계를 잇는 신성한 느낌을 갖고 있다. 그리고 결국 나도 죽기 때문에 현세의 인류들이 해탈하거나 죽게 되면 돌아가야 할 곳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동양권에서는 중국의 도가에서는 산을 깊고 정적인 음으로 생각하며 정신적인 영산 두륜산을 서왕모로, 한국에서는 백두산, 태백산은 어머니의 산으로 지리산과 제주 한라산을 삼신할망으로 부르고 있다.
일본 후지산은 화산의 여신으로, 백산(하쿠산)은 하쿠산 여신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주로 여성성이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을 어머니의 이미지를 가지고 비와 물을 품고 강을 내보내며 인간을 품는 유기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산을 오른다고 표현한다.
다시 알프스로 돌아와서 알프스처럼 거대한 산은 벽처럼 인간 앞에 서 있는 도전의 상징, 정복의 대상이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에서는 남자 신들의 공간으로 여겨졌었고 서양에서는 산을 정복한다는 표현을 쓰게 된다. 유일신 중심의 기독교적 세계관 역시 산은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신의 모습을 더 닮은 남자 권위의 상징이며 기독교에서 나오는 산들 대부분 남성적 권위의 표현으로 해석이 되고 있다.
이처럼 서양의 산은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각각의 주체로 보았고 산은 극복 혹은 내가 스스로의 한계를 넘는 테스트의 직선적 도전의 서사가 되었고, 동양의 산은 어머니 그 자체로서 자연의 일부, 혹은 나의 일부이며 인간이 결국 그 품에 들어가 동화되고 정화되어 본성을 찾고 최상의 선을 갖게 되는 순환적 서사를 갖게 되는 것이다.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인간의 깊은 의식의 구조가 결국 삶에 깊이 뿌리내려 문명을 만들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형성하여 오랜 시간 대립과 충돌을 만들었지만 우리는 이제 그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의 산들을 올라보며 그 긴 서사가 쓰여진 DNA를 꺼내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융합하여 더 찬란한 문명, 평화롭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넘치는 세상이 펼쳐지길 희망한다.
“The mountains are calling and I must go”
- 존 뮤어(미국의 자연주의 탐험가)
2025.6.30. 메타보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