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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재 Aug 28. 2021

제페토? 이십 대 중반 마케터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세미 꼰대의 우당탕탕 메타버스 적응기

메타버스가 가장 핫한 마케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광고 맛집 나이키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광고를 한단다. 그렇게 메타버스 이야기로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내 이름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희재 씨는 로블록스나 그런 메타버스에 대해 잘 아나? 이번 프로젝트에 메타버스를 접목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회의실 내 가장 어린 MZ세대(자세히는 밀레니얼의 끝자락, Z세대의 시작점인) 김희재는 반강제적으로 메타버스에 동참하게 되었고 프로젝트 이후 자의적으로 제페토에 상주했다. 삼 주가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제페토를 하면서 마케터로 많은 것을 느꼈다. 그 기록을 독자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메타버스…? 어렵고.. 또 어려워요..  / 김희재 (20대 중반)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제페토가 있다.

먼저 요새 핫하다는 로블록스부터 깔짝거려봤다. 모두 영어였다. 그래도 10대 용이라 이 정도는 쉽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도 잠시 로블록스를 활용해 맵을 만들기 위해선 코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진짜 이게 10대가 하는 거라고?” 만만하게 봤던 2X세 김희재는 10대의 놀이터라는 로블록스 앞에 무너졌다. 코딩은 쉽다고 자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렇게 로블록스를 포기했더니 더 복잡한 코드가 필요한 마인크래프트도 덩달아 포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도전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영어도 없고 코딩도 없는 제페토뿐이었다. 



Z세대의 놀이터 Zㅔ페토

동시대 메타버스의 대표 사례 중 하나인 제페토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이나 액티비티를 즐기는 AR 아바타 플랫폼이다.

2018년 실친들과 찍은 제페토 셀카

사실 본 에디터는 2018년에 가입을 하고 제페토를 했던 과거가 있다. 실제 친구들과 모여 아바타를 만들어 사진을 찍고 놀았다. 그땐 제페토는 딱 아바타 놀이였다. 각자의 아바타를 설정하고 포즈를 만들어 사진을 찍고 꾸미고 놀 수 있는 정도?


3년 후 들어간 제페토는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AR 아바타 기반은 같지만, 이제는 포즈뿐만 아니라 춤, 영상까지 만들 수 있어 숏폼 SNS의 기능을 했다. 또한 같은 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할 수 있으며 마음만 먹는다면 그 공간까지 창조할 수 있었다.

나만의 AR아바타를 만들고 거기서 놀 수도, 공간을 만들 수도, 소통도 할 수 있다니! 3년 동안의 변화 속에서 제페토가 메타버스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도전! 브랜드 월드 만들기

본 에디터는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제페토에 만들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과 실행은 다른 이야기! 실제로 정교하게 만들어질지 궁금했고 한번 해보기로 했다.


제페토 월드는 제페토 빌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코딩? 그런 건 필요 없다. 그냥 왼편에 있는 재료를 끌어 구성하면 된다. 실제로 만들어보니 정말 간단하고 쉬웠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와 비교하면 제페토는 접근하기 쉬웠다. 하지만 있는 재료로 만들다 보니 자유도의 한계가 있었다. 본 에디터가 생각하는 자유도 높은 순은 [마인크래프트 > 로블록스 > 제페토]인 것 같다. 하지만 자유도가 높은 만큼 정교하고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적용 아이디어 초초본 전격 공개! 왼쪽은 본 에디터가 만든 브랜드 월드에서 찍은 사진이다.

노란색으로 가린 것은 브랜드 로고로 저렇게 부스를 설치해 브랜드 로고를 넣는 것까지 성공했다.(대단해 나 자신!) 컨셉은 벚꽃 나들이였는데 조작에 미숙해서 땅에 있어야 할 꽃들이 부스 밖으로 나와 있다. 정말 간단하게 구성했고 30분 정도 소요한 것 같다. 조금 더 신경 쓴다면 실제 집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월드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본 에디터는 샘플링 이벤트를 제페토에 접목했다. 소비자가 월드에서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체험 공간을 구성하고, 현수막에 쿠폰 번호를 적어 실제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쿠폰 번호를 입력하면 집으로 보내주는 캠페인을 러프하게 기획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 참여를 컨트롤하기 어렵고 KPI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한계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너무 아까우니 나에게 연락만 해주면 아이디어 쓸 수 있게 해주겠습니다. 후후) 



제페토 사용자를 Araboza!

매번 무시만 당하기 일쑤던 본 에디터에게 손을 내밀어 준 3명의 친구가 있다. 현재 ㄷㄱ초등학교를 재학 중인 이들에게 제페토에 관해 물어봤다.


�: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하니까 제페토에서 만나요!

이들에겐 제페토란 오프라인 공간의 대체였다. 얼굴을 보고 만나고 싶지만, 상황상 여의치 않으니 온라인에서 만나는 것. 월드 중 한강공원이 가장 실감 나고 마음에 든다고 했다.

대화를 통해 느낀 점은 오프라인에 대한 갈망이 더욱더 크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 이야기를 들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코로나가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체육 수업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귀여웠다. 본 에디터는 코로나가 끝나면 노점에서 술을 먹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그 순간 채팅방에 정적이 흘렀다. 찌든 사회인의 냄새를 맡았던 걸까?


�: 마음대로 꾸밀 수 있고 틱톡커처럼 유명해질 수도 있어요!

이들은 아바타를 꾸미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현재 나온 잇지 아이템 중 상의는 30젬으로 약 3,000원에 달했다. 상의, 하의, 머리 등 풀 장착을 하면 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이들도 만원이 넘는 금액은 부담스러워 팔로우 이벤트에 자주 참여한다고 한다.

제페토에는 틱톡 같은 세로형 숏폼 SNS 기능이 있는데, 여기에도 인플루언서가 있는 모양이다. 종종 팔로우하면 머리 아이템을 선물해주는 팔로우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제페토 인플루언서는 제페토 월드에서 같이 게임을 하고 노는 등 팬미팅을 자주 하는 듯 했다.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이 밀집해있다고 느꼈다.


�: 매일 새로운 게임이 생겨요!

월드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쉽다 보니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타난다. 본 에디터도 이들과 함께 게임에 참여해보았는데 정말 신기한 게 많았다. 학교에서 숨바꼭질도 하고(이게 제일 핫하다고 한다) 축제에서 총도 쐈다.


�: 제페토는 애들이 하는 게임 같아요!

앞으로 제페토를 할 거냐는 질문에 이들의 대답은 미적지근했다. 다양한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기능이 있어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왜 앞으로 하지 않냐는 질문에 제페토의 연령층이 어려진다고 대답했다. 월드에서 만나도 말이 통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져 매번 자신들끼리 놀게 된다는 것.

실제로 월드에 들어갔을 때 연령층이 생각보다 훨씬 어린 것을 알 수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이젠 어린애들밖에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다니… 충격적이었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경우 접근이 쉽지 않으니 실 게임 사용자는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실 유저는 도티지만 콘텐츠 소비자는 10대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제페토에선 본 에디터가 가장 늙었었다. 접근이 쉽다는 것은 마냥 장점인 줄만 알았는데 접근이 쉬워지면 쉬워질수록 연령층은 낮아지고 기존 이용자들은 이탈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 블랙핑크 사인회가 가장 인상 깊어요!

제페토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ITZY의 마.피.아(in the morning) 같이 무대 의상을 구매하고 같이 춤추고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형태’와 구찌 혹은 나이키 같은 ‘브랜드 콜라보 형태’이다.

제페토에 수많은 마케팅이 진행되었는데 이들에겐 어떤 마케팅이 가장 인상 깊었을까? 질문해보니,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블랙핑크를 이야기했다. 블랙핑크가 노래 아이스크림 활동 당시 진행했던 사인회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티켓을 모아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고, 사인회에서 셀카까지 찍을 수 있었다며 이들은 피드를 자랑했다.

확실히 본 에디터도 들어가서 체험해보니 브랜드 콜라보보다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형태가 훨씬 시너지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진행되었던 구찌 콜라보에 대해 이야기하다 한 아이템 당 얼마까지 사용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 평균적으로 7,000원까지 쓸 수 있다며 화통한 모습을 보여줬다. 구찌 같은 경우 실제로 살 수 없지만, 이곳에서 신을 수 있으니 만원까지도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Z세대의 가상 굿즈 구매력과 구매 의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 좋아한다면 사고 아니면 말아요!

이들에게 평소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Z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예시로 곰표를 들었더니 이들은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BTS 콜라보를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반응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BTS 관련 제품을 사본 경험이 있었다. 한 명은 BTS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뷔가 만든 캐릭터인 타타를 좋아해 인형과 스티커를 모은다고 했다.

브랜드가 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혹시 꼰대같이 느껴지지 않냐는 질문에 이들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제페토에서 진행하는 브랜드 마케팅 역시 좋아하면 참여하고 아니면 그냥 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참여형 마케팅에 대한 피로도는 현저히 적어 보였다.

좋아한다면 산다. 아니면 만다. 라는 말로 이들은 Z세대의 마케팅을 정의했다. 이 말을 듣고 Z세대와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실감했다. 



마케터의 시선에서 제페토는?  


1. 아직은 가능성의 플랫폼, 연령층 확대 필요

제페토를 체험하면서 느낀 점은 제페토는 아직은 가능성의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브랜드를 위한 광고 집행 가이드가 명확하게 제시 되지않아 실제 집행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효과 측면에서는 Z세대를 만날 수 있는 가장 다이렉트한 채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터가 아닌 사용자의 입장으로 앞으로 제페토를 계속할 거냐고 자문한다면, No! 역시 Z세대를 위한 플랫폼이다 보니 적응하기 어려웠다. 체험하며 느꼈던 것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사용 연령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초등학생 고학년이 이제는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라고 느껴진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기존 이용자들이 이탈한다는 것은 플랫폼엔 치명적이다. 앞으로 제페토는 어떤 기능으로 기존 이용자들을 묶을 수 있을까?  


2. 제페토에서 파생된 Z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를 노려보자

제페토 드라마 유튜버 벨멜

제페토의 파생 콘텐츠가 Z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튜브에는 제페토 드라마가 유행이다. 웹 드라마처럼 짧은 형식의 제페토 드라마는 AR 아바타가 주인공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제페토로 부계정을 만들어 소통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제페토 내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팔로잉, 팔로워, 피드 기능이 생기면서 사라진 듯하다.

제페토에서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KPI에 대한 한계에 부딪혔었다.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은 제페토에서 파생된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만약 제페토 드라마를 활용한 브랜드 캠페인을 유튜브에서 진행한다면 KPI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3. 제페토의 목표는 제2의 지구!

‘제페토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제페토를 체험하면서, 체험이 끝난 후에도 제페토의 궁극적 목표가 궁금했다. 그렇게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고 지난 제페토의 행보를 되돌아보니, 마치 또 다른 지구를 꿈꾸는 듯했다.

다른 메타버스와 비교하면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에 집중되어있고 제페토는 커뮤니티적 성격이 강했다. 게임은 소통을 유연하게 만드는 장치일 뿐, 핵심 콘텐츠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렇다면 진입장벽이 낮은 이유 또한 이 때문은 아닐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3년 만에 메타버스의 주역으로 떠오른 제페토의 미래는 어떨까? 마케터의 욕심으로는 월드마다 DA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광고 상품을 제공하고 옥외 광고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짧다고 하면 짧은 3주간 제페토를 통해 Z세대를 몸소 느꼈습니다. 자의적으로 제페토를 해보기로 결정했을 때, 시간낭비는 아닐까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훨씬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얻은 경험을 소개하고 싶어 체헐리즘의 형식으로 써보며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어떠셨나요? 댓글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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