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대상 유아의 입학 유예 알아보기
제4화. 우리 아이, 그냥 유예할까요?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눈앞이 까매졌다 환해지면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은별들로 반짝인다. 이마와 목덜미는 흐르는 땀으로 축축하고 두 다리는 후들거린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그대로 멈춰있다. 내가 몇 번이나 깊은 숨을 내쉬는 동안 로라는 주니어 카시트에 앉아 금세 잠이 들었다.
레이디 버그 노래만 나오면 까르르 웃던 아이에게도 온몸에 힘을 주어 있는 힘껏 소리 지르는 일은 꽤나 힘든 일이었나 보다. 익숙한 멜로디에 맞춰 흥얼거리던 로라의 목소리는 어느새 곤한 숨소리로 변해 있었다.
실은, 일곱 살이 된 로라의 엘리베이터 집착이 꽤 줄었다고 생각했다. 로라는 비록 말은 잘하지 못하지만 점차 스스로 이해하는 말들이 많아졌고, 그건 조금이나마 아이와 협상의 여지가 생겼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로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로라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소지품처럼 가지고 다니는 습관으로 그 힘들었던 실랑이의 역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 큰 착각에 불과했다.
물론 새로 생긴 대형 마트의 엘리베이터가 어딘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인정한다. 방심했다. 그러나 내가 방심할 수 있었던 건 로라가 보통의 또래와 같이 무뎌지고 있다고 믿어서였다.
그러나 오늘, 로라는 순간적으로 내 손을 뿌리치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쳐나갔다. 당황한 나 역시 반사적으로 아이를 쫓아갔다. 하지만 이미 로라의 눈은 엘리베이터의 반짝이는 버튼에 고정돼 있었다.
로라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또 눌렀다. 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다시 누르면 불이 꺼지는 장면을 로라가 바라보는 동안 나는 아이의 팔을 잡았다. 카트로 한 가득 장을 본 사람들의 불안한 눈길과 마주치자 나는 있는 힘껏 로라를 꽉 안을 수밖에 없었다.
'버튼 누르기'와 '엘리베이터 타기'에 실패한 로라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작은 손을 꼭 쥐고 내 등을 때리며 버둥거리는 다리로 허리춤을 걷어찼다. 로라는 일곱 살짜리 아이일 뿐이었지만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는 아이를 제지하기란 내게도 버겁고 힘든 일이었다.
장을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간 우리에게 향하자 나는 그 순간을 견딜 수 없었다. 눈물이 터져 나올까 봐 로라를 안은 채로 무작정 무빙워크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주차장에 도착한 지금까지 나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이보다 힘든 날들도 많았는데 뭐... 혼잣말을 하다 눈물이 톡 하고 떨어졌다. 분명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란 희망의 말들과 엘리베이터 버튼을 마구 누르던 로라의 모습이 겹쳐졌다. 무엇이 진짜일까. 정말 나아질 수는 있는 걸까.
드르륵 핸드폰 알람이 울리며 화면에 '특수학교 입학상담' 일정이 표시됐다. 입학이라니... 맞다. 내년이면 로라는 학교에 가야 한다.
로라, 이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을까? 혹시 나 혼자만의 욕심은 아닐까?
언젠가 엄마들 모임에서 유예라는 말을 들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학교 가는 걸 미룰 수 있는 제도 같았다. 로라에게는 '입학'이 아니라 '유예'가 필요한 것 아닐까. 지금 로라와 나에게 필요한 건 입학 상담이 아니라 유예 상담이 아닐까.
"선생님, 우리 아이 그냥 유예할까요?"
마음속에 떠오르는 크고 작은 물음표들로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취학 유예: 초ㆍ중등 교육법에 따라 신체장애의 이유로 학교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아동의 보호자에 대하여 취학 의무를 유예하는 일. 기간은 보통 1년 이내. (출처: 표준국어사전)
달팽이 선생님의 꿀팁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4조(취학의무의 유예 또는 면제 등)
① 특수교육대상자의 보호자가 법 제19조 제2항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의 취학의무를 유예받거나 면제받으려는 경우에는 관할 교육감 또는 교육장에게 취학의무의 유예 또는 면제를 신청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신청을 받은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법 제10조 제1항에 따른 관할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특수교육대상자의 등ㆍ하교 가능성, 순회교육 실시 가능성 및 보호자의 의견 등을 고려하여 면제 또는 유예를 결정한다. 이 경우 유예기간은 1년 이내로 하고, 유예기간을 연장하려는 경우에도 관할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 취학의무를 면제 또는 유예받은 사람이 다시 취학하고자 하는 경우 그 보호자는 교육감 또는 교육장에게 취학을 신청하고, 그 신청을 받은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관할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취학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