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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Dec 23. 2021

청소년을 위한 코칭 레시피

프롤로그 - 과외 선생님에서 청소년 코치가 되다.

 나는 영어 교육 회사 교육팀에서 일을 했었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퇴사하고 학원을 개원했다. 학원 초기에는 영어 교육법과 학생 성적 향상에만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에게 감정 섞인 언어, 질책, 짜증을 냈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무얼 해도 잘하고, 못하는 아이는 무얼 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외부에서 강의하다 학원을 직접 운영해보니 운영하는 데 부족함을 느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감이 학원을 다른 분께 인계하고, 전문 교육 회사를 찾다가 현재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입사 2개월 정도 되었을 때 중3 남학생을 수업하게 되었다. 키 크고 인상 좋은 훈남 학생이었다. 수업전 상담 때 어머니께서 우리 아들 잘 부탁드립니다. 공부 하지 않고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녀요! 선생님께서 삼촌처럼 좋은 말 많이 해주시고 동기부여도 해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제가 경험이 많아서 잘 가르칠 수 있습니다. 아마 곧 성적이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영어 실력은 자신이 있어 '호언장담' 했다.


 첫 수업 시간이었다.  학생방에 들어갔는데, 핵생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한 참 학생 이름을 부르며, 깨웠다. 학생은 겨우 일어났다. '어제 잠을 못 잤나 봐요? 피곤해요?' 학생은 비몽사몽 간에  대답했다. 책을 펴고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은 여전히 하품하며 피곤해했다. 수업중 계속 학생은 졸고엎드리고 다시 깨우면 일어나고 반복했다. 그 모습이 너무 답답해서 학생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문제집 1page도 나가지 못하고 첫 수업을 마무리했다. 학생 어머니께서 수업 끝나고 방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 웃으시면서 '선생님 수고하셨어요! 오늘 수업 어땠어요?' 호언장담' 했던 나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질문에  사실대로 말하진 못하고, 네, 오늘은 아이가 좀 피곤해하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두 번째 수업 시간이 돌아왔다. 첫 수업 때는 아마 피곤해서 그랬을 거야? 오늘은 괜찮겠지? 나름 기대를 하고 학생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도 학생은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고, 나는 수십 번 학생을 불러일으키며, 수업을 힘들게 이어갔다. 중간고사가 다음 주라고 했는데? 그때까지 진도 나가겠어? 애는 공부할 마음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속상한 마음으로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그  후로도 수업 갈 때면, 스트레스가 쌓였다. 솔직히 그만두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과는 정말 달랐다. 언제부터 인가? 학생에게 짜증을 내며, 야단치기 시작했다. '너 그렇게 할 거면, 엄마에게 말씀드리고 그만두자! 한 달이 지났는데, 이렇게 수업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학생에게 온갖 협박과 화를 내고, 그런 날에는 내가 너무 무기력하고 마음이 힘들었다. 내가 이럴려고 선생님이 되었나? 만감이 교차했다.


 어느 날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어머니와 학생이 한 참 말씨름을 하고 있었다. 느낌상 오늘도 수업 제대로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부모님을 잠깐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이 학교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같은 반 여학생이 시끄럽게 해서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이다. 화가 난 아들은 여학생 얼굴을 때렸다. 학교가 발칵 뒤집혔고, 선도 위원회가 열렸다. 몇몇 선생님들은 학생을 퇴학시켜야 한다고 했다. 학생은 학교에서 반성문을 쓰고, 어머니와 담임 선생님은 선도 위원회에서 선처를 구했다. 학생과 어머니는 같이 집으로 왔다. 집에서 오늘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하며, 그 여학생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달라고 했는데,  학생은 '내가 왜 미안해' 해야 하냐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구나! 학생을 만난 시간을 돌아보니, 나는 학생하고 수업만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어머니께 잘 보이려고, 그러려면 점수를 올려야 하니까! 수업을 해야 하는데 못하니까! 속상해하고 답답해했다는 것을 그 순간 깨달았다. 오늘 수업 들어가면 학생과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 방으로 들어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던 것 같다. 오늘 어머니에게 이야기 들었어! 너도 당황했겠다. 오늘은 수업하지 말고 우리 대화 시간을 가져볼까? 어때? 학생은 조금 당황했지만,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어머니께 들었던 이야기와 거의 비슷했다. 다 듣고 다시 질문했다. 엄마가 그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직접 말하기 어려운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필요해? 학생은 대답했다. 거절한 이유는 여학생 얼굴을 보며 말하기가 너무 쑥스럽고 창피해서 엄마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아~~ 그래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선생님 생각도 엄마랑 같아! 내일 학교에 가면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학생은 알겠다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학생도 마음이 많이 불편했는데 대화를 통해 풀렸던 것이다.


그날 이후 수업을 갔을 때 학생은 책상에 엎드려 있지 않고 책을 펴고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나 놀라웠다. 학생은 조금씩 변화 하기 시작했다.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학생에게 집중하니 변화가 생겼다. 1시간 수업은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30분 정도 수업하고, 나머지 시간은 코칭 대화를 했다.

전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진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인생에 목표, 꿈도 이야기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 친구와 결혼하겠다고 농담도 하며, 지금까지 수업하고는 확실히 달랐다. 누나가 한 명 있었는데, 동생 변화를 보고 저와 같이 수업하고 싶다고 해서 누나도 수업하게 되었다. 나는 그 학생과 만남 이후 과외 선생님이 아닌 코칭을 하는 코치가 되었다. 코칭을 전문으로 배우고 싶어 '청소년 코칭 상담학과에 편입'해서 청소년과 코칭을 배우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코칭 대학원에서 코칭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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