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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리 Dec 19. 2021

회사의 잔상은 현재 진행형

독립출판물 입고와 홍보

브런치에 쓰는 일이 선뜻 내키질 않았다. 이제는 뭐라도 쓰고 싶어서 카페로 나왔지만 커피를 다 마신 이제야 타이핑을 하고 있다. 독립출판물을 만든 다른 작가님의 소회가 적힌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책방 입고의 어려움에 공감하기도 했고, 한 달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 역시 출판 부수를 줄였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입고가 성사되면 판매가 걱정이고 홍보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텀블벅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와 결이 맞다고 생각한 책방에 입고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무작정 보낸 것도 아니었다. 아트북이나 여행 관련 서적, 기성 출판물 위주로 취급하는 책방은 배제하고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책방만 60군데 정도 정리한 다음 실제로 입고 메일은 30군데 정도 보냈다. 여기서 정리는 엑셀에 책방 이름, 책방 주소, 입고 문의 보낼 메일 주소, 네이버 스토어 주소, 온라인 판매 여부, 책방 연락처를 나열한 정도였다. 찾아보니 입고 메일 보낼 때 서지 정보는 파일로 첨부하고, 문의는 정중하게 하는 것이 주의사항이었다. 또한 서점 이름을 틀리지 않는 건 당연하고, 되도록 판매하는 지역이나 구가 겹치지 않게 보내야 한다.


사실 입고 메일을 일일이 보내면 실수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다시 서점을 다시 서재로 적어서 보낸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민망하다. 직전에 서재로 이름이 끝나는 책방에 메일을 보내고, 책방 이름만 고친 다음 다시 보내기를 눌러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서점이나 서재나 의미는 비슷해도 엄연히 불리는 호칭이 다른 책방 이름을 틀려버리다니. 같은 네이버 메일 주소였다면 발송 취소라도 했을 텐데 네이트 메일이라서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행여나 입고가 수락되지 못한다 한들 어처구니없는 내 실수를 탓해야지 하고 말았다. 처음엔 같은 마포구에 있는 여러 책방에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다행히 마포구에 있는 책방 한 곳에 일찍이 입고가 성사되면서 더 이상 마포구에 있는 다른 책방에 문의하는 일은 멈췄다.


서지 정보와 내지  표지 이미지를 첨부해서 입고 문의를 하고 2 정도 흘렀다.  책방의 입고 문의 공지에는 2 동안 회신이 없으면 거절 의사가 맞다고 적혀 있었다. 설마  책이 거절될까 싶은 곳도 결국 회신은 없었다. 입고 문의 메일에 대한 결과는 수락, 거절 회신, 무응답으로  갈래였다. 무응답의 경우 읽지 않았거나 읽었지만 회신이 없는 경우다. 감사하게도 입고 진행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준 대표님들도 있었다. 내부 검토  책방에 소개하기 어려운 책이라서, 책방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책방 사정상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서. 사유는 모두 달랐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2주가 되도록 읽지 않은 메일은 발송 취소를 했고  정도에서 입고 문의를 마치기로 했다. 지금까지 샘플 포함 130, 18군데 입고를 마쳤고 앞으론 입고 문의 메일보다 어떻게 하면 책을   있을지 고민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위탁 판매  입점 계약서에는 6개월 동안 판매내역이 없을 경우 해당 출판물을 반송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기도 했다. 독립출판물 제작자가 책이 알아서 팔리길 바라고 가만히 있으면 고스란히 책은 내게로 돌아온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브런치로 시작한 글쓰기로 구독자수를 확보했고 100명이 넘는 구독자수 덕분에 독립출판물을 내봐도 괜찮겠거니 생각한 것도 있다. 어느 정도 공무원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란 판단에 호기롭게 출판 기획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숫자에 연연해서 책 출간을 결심한 일이 과연 잘한 일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다른 책은 벌써 재입고에 들어갔는데 내 책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이제 출간일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났다. 괜히 마음만 급하다. 부디 내가 읽어주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책이 닿아서 그들 마음의 잔상 또한 글쓰기로 치유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회사의 잔상>이란 제목으로 책을 냈지만 여전히 직장에서는 쭈그리고 지난 금요일만 해도 과장님한테 호되게 지적을 받아 상심하기도 했다. 직장 동료들에겐 차마 책을 냈다고 자랑도 못하겠고, 브런치에 출간 소식을 당당하게 알리는 것도 부끄럽다. 그나마 인스타그램 노출이 가장 손쉬운 홍보였다. 이미지로 많이 알리고 나면 불현듯 책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책을 내지 않았더라면 올 연말은 어떻게 보내고 있었을까. 아마 내게만 가혹한 과장님과 우유부단한 사무관님에 대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까.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에 조심스러워졌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아는 회사 사람들이 늘어서다.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들은 짐작할 수 있다. 괜한 오해를 사는 것도 싫고, 찰나의 감정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라서 욱하는 마음에 예전처럼 글을 쓰고 넘길 수도 없다. 보나 마나 그런 글은 다음 날 지우고야 만다. 이해할 수 없는 관리자의 행동도 시간이 조금 흐르자 달리 보이기도 했다. 과장님이 함께 논의해보자고 한 말도 당시엔 마뜩잖게 여겼는데, 외려 잘된 일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도 퇴근하고 적은 일기 때문인 것 같다. 결론은 내가 직장생활을 지속하는 한 회사의 잔상은 끊임없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책을 내고도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 스토리다.


* 30대 직장인의 공직생활을 담은 독립출판물 <회사의 잔상>이 출간되었습니다. 독립 서점과 독립출판물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릴게요. 구매처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linktr.ee/runjin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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