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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콩떡 Sep 29. 2022

4박 5일 필리핀 세부여행 3일차

휴가인지 배낭여행인지

어제 고됐던 캐녀닝을 마치고 오슬롭으로 건너와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 6시에 일어났다. 가이드가 전화를 안했으면 못일어날 뻔 했다. 어제 아무래도 너무 체력 소모가 컸던 것 같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니까 피로가 축적되고 있다. 휴가를 온건지 훈련을 하러온건지 참…

바다에 누워 하루종일 낮잠을 자겠다던 계획은 어디가고 매시간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려 바쁘고 피곤하게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내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오슬롭에서 묵었던 숙소다. 세부 시내에서 묵었던 숙소보다 훨씬 좋았다. 앞에 큰 바나나 나무가 인상 깊었다.

오슬롭은 고래상어, whaleshark tour가 유명하다. 고래상어들은 바다의 코끼리라고 불린다. 그만큼 인간을 헤치지 않는 친근한 동물이라고 한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500페소를 주고 고프로를 빌렸다. 생각보다 대여 시스템이 잘 되있어서 여행 가려고 괜히 고프로 사는 것 보다는 여기서 그때그때 빌려서 편하게 찍고 또 사진도 빠르게 전송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투어 가이드들이 사진 도사다. 왠만한 포토그래퍼라고 할 수 있다. 포즈도 뭘 잡아야 멋지게 나오는지 다 알려준다. 바닷속에서 그 포즈를 취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도착하면 잠깐의 고래상어 교육을 들어야한다. 상어를 만지면 안되고 뭘 주면 안되고 등등에 대한 안내 교육이다. 그리고 번호표를 받고 잠깐 대기를 하면 번호를 불러준다. 오라는대로 따라가서 구명조끼 입고 기다리면 스노쿨링 안경을 준다.

안경은 임시방편으로 침을 뱉어 닦는 것이 가장 잘 보인다. 그리고 나서 나룻배에 타면 가이드들이 노를 저어 고래상어 포인트로 데려가 준다. 생각보다 깊은 곳으로 가는데 수영을 못하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닷속에 들어가야 한다. 나도 수영을 잘은 못해서 안경이 없었다면 바로 바닷속으로 들어갔을거다. 물장구 칠 힘이 하체에 없다.

다른 나룻배에서 고래상어들한테 계속 먹이를 던져주면 상어들은 그걸 먹으려고 온다. 그러면 우리는 그 순간을 포착하여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생각보다 고래상어들이 정말정말 거대해서 무서웠다. 입은 또 어찌나 큰지 입 열 때 들어가는 바닷물에 나도 휩쓸려 들어갈 것 같아서 무서웠다.

가이드가 자꾸 고래상어한테 가까이 가서 포즈를 취하라고 했는데 무서워서 더 이상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정말 입이… 정말정말 크다. 바다에서 보니까 더 커보인다. 위에서 볼 때는 그냥 그랬는데,,,

사실 상어들은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 그저 먹이를 먹으러 온 것일 뿐. 고래상어들은 오전 일찍에만 여기에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또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한다. 그래서 고래상어를 보려면 무조건 아침 일찍 와야 한다. 가이드가 나를 6시에 깨운 큰 뜻이 있었다. 배고파도 아침도 먹지 말라더니 이런 이유였다.

상어랑 같이 사진 찍었다! 고래상어는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먹이를 먹으려 입을 벌리고 있다.

고래상어투어가 끝나고 다시 육지(?)로 되돌아가고 있다. 가이드들은 안경도 없이 그냥 바닷 속에 뛰어든다. 관광객들 사진도 찍어준다. 정말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공존하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평화롭고, 자연을 헤치지 않고, 그냥 그 속에 녹아들어 사는 그런 생활이였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는 정말 정반대의 환경이다.

고래상어투어를 끝내고 큰 길로 나오면 길을 따라 식당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현지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늘 아침은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다. 돌아다니는 강아지와 고양이도 없고, 동물의 냄새도 안났다. 여행에 오면 그 생활환경과 문화에 녹아들어야 한다는게 내 철학이지만 나이가 들며 점점 그렇게 하는게 쉽지 않아지는구나를 느끼는 요즘이다. 여튼 아침밥 대성공!

Sumilon Island에 도착! 여기는 오슬롭 고래상어투어 스팟에서 차로 아주 조금만 가면 보트 타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갈 수 있는 곳이다. 오슬롭에서 스노쿨링 스팟이라고 한다. 이렇게 맑은 물은 생전 본 적이 없어 eye opening한 관경이였다. 어쩜 자연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필리핀은 정말 자연환경 하나만큼은 신의 가호가 가득한 나라인 것 같다. 너무너무 아름답다!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있다. 물론 한국사람도 많았다. 역시 한국인은 어딜가나 있는 것 같다.

내가 심심할까봐 가이드도 같이 스노큘링을 했다. 코랄 스팟으로 데려다주는 또 다른 섬에 사는 현지 가이드가 있었는데 그 가이드는 완전 멀메이드 같이 수영을 잘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물속에서 편하게 다니는 느낌? 정말 몇 안되는 움직임으로 물속을 거닐고 또 우리도 끌어주고ㅋㅋ 진정한 하드케리.

수영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배워야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수영이다. 평생 물을 가까이 하지 않을거라면 모를까 수영은 언제 어디서 필요할지 모른다. 요새는 또 내가 가만히 있더라도 집까지 물이 찾아오는 경우, 쓰나미 등등 그런 예기치못한 상황도 생길 수 있으니 수영은 필수로 배워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돌아가면 수영 강좌를 등록해야겠다.

수밀론 섬에서 나와 세부 시티로 돌아가기 전에 오슬롭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 여기도 원하는 메뉴를 접시대로 담아서 가격을 매기는 뷔페식 식당이였다. 나는 반찬을 좋아해서 여러가지 담았더니 500페소가 나왔다. 사실 501페소인데 젊은 사장님이 그냥 깎아주셨다. 나와 달리 필리핀 현지 가이드들은 밥 정말 많이 그리고 반찬 1개를 나눠먹었다. 가이드들이 나중에 말하길, 필리핀 사람들은 밥을 정말 많이 먹는다고 했다.

메뉴중에 에그플랜트에그튀김ㅋㅋ 이랑 크랩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생선국은 고래상어를 보고 온 뒤라 그런지 생선껍질만 봐도 고래상어가 생각나 구역질이 나와 먹질 못했다. 예전엔 비위가 강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많이 약해진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보다ㅠ 내 몸속 기관 하나하나에서 자기 주장을 쎄게 하기 시작했다.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우리네 그냥 창고 같이 지어진 집인데 식당으로 쓰이고 있는 현지 음식점이다. 장사는 매우 잘 된다. 사람들이 끊임 없이 오고 그래서 국과 반찬도 매우 신선했다. 며칠 전에 바다포도무침을 먹었을 때 너무 맛있어서 이번에도 가지고 왔는데 차갑지 않으니 생각보다 맛이 감미됐다. 바다포도는 차갑게 먹어야 맛있다.

입맛대로 국과 볶음을 골라 담을 수 있다.

Simala Church에 들렀다. 세부에서 가장 큰 카톨릭 교회라고 한다. 패스할까도 하다가 가이드가 독실한 캐톨릭이라서 본인은 갈꺼라길래 나도 따라갔다.

엄청나게 큰 건물이였다. 좋게 볼 수 있지만 그동안 세부를 지나치며 본 허름한 집들, 음식점들 그런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웅장한 건물을 보니 종교에 대해 조금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아니, 밖에는 저렇게 살고 있는데 교회만 이렇게 삐까뻔쩍해야 되겠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많은 캐톨릭 성도들이 찾고 마음의 안식을 얻는 곳이라고 하니 경건한 마음으로 둘러봤다.

본인의 죄를 사하여달라고 기도하는 가이드. 나랑 동갑이여서 여행 내내 친구처럼 지냈다. 엄청 친근한 스타일이라서 정말 별 얘기 다 했다. 가이드가 그래도 또래여서 다행이였다. 일정도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바꾸고, 2시간 투어 미루는 가이드, 피곤하면 늦게 시작해도 되는, 뭐 그런 융통성있는 스케쥴이 가능했다.

스카프를 쓰지 않으면 민소매 짧은치마 오프숄더 등등은 출입할 수 없다. 스카프는 입구에서 20페소에 대여할 수 있다.

여기는 car car이라는 곳이다. 돼지껍데기말린 과자를 많이 판다. 여기는 조금 비싸다고 가이드가 말해줬다. 하나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내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념으로 하나 사려했지만 하나 먹다가 교정기가 부셔질 것 같아서 차마 사지는 못했다. 다음에 튼튼한 이로 씹을 수 있을 때 다시 와서 사리라…

너무 피곤해서 카페라떼 마시려고 멕도날드에 왔다. 아이스라떼가 한국의 커피믹스 맛이 나서 친근했다. 이후로 매일 두잔씩 사먹었다. 한잔에 60페소 정도였는데 15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저녁은 숙소에 와서 그랩딜리버리를 시켜먹었다. 세부는 레촌이 유명하대서 있는 돈 탈탈 털어서 배달시켰다. 처음 고기 두개 껍데기 한개를 먹었을 땐 이런 맛을 느껴봄에 황홀함이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지만 이내 다음 조각을 먹으니 질렸다. 그래서 반 정도 먹고 나머지는 버렸다. 정말 맛있긴 했다. 왜 사람들이 레촌레촌하는지 알게되는 맛.

숙소 카운터에 있길래 찍었다. 각각 다른 신에 대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불교느낌도 나기도 하고 그랬다. 카운터 매니저 친구가 너무너무 친절해서 같이 바로 맞은편 슈퍼지만 같이 가서 개미에 바르는 약도 사주고 현지 맥주도 알려줬다. 이름을 물어본다는게 까먹고 안물어봤네. 아이참.

이게 세부 현지 맥주. 맛은 그냥 쓴맛. 맥주맛 잘 모름.

시내 들어오면서 기념품 샵에 들러서 원피스랑 라탄가방이랑 마그넷이랑 동전갑이랑 팔찌 샀다. 너무너무 다 예쁨! 라탄가방은 베트남보다 30퍼센트 정도 비싼 것 같다. 13000원 정도에 구매했으니 말이다. 목걸이는 내가 막 신나서 이것저것 보고 고르고 사니까 가게 주인 할머님께서 선물이라고 주셨다. 벌써 내일이 마지막 여행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나 세부에 계속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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