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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콩떡 Oct 15. 2023

만28세, 인생 고찰 일기

만28세를 한달 남기고 끄적여 보는 생각 일기

만29 M-1을 지나는 시점에서의 삶에 대한 고찰.


젊은 땐 무서운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내가 말하는 젊음은 20대 초중반을 의미한다.


영어도 배우고 싶었고, 다른 나라에서도 살아보고 싶었다. 전세계를 여행하며 살면 돈이 없더라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남들 하는대로 따라하는 거 죽어도 싫었다. 나에 맞는 나만의 길을 개척해 살고 싶었다. 그게 멋있는 삶이라고 믿었다. 사회 시선을 신경쓰며 본인의 선택 하나 자의적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심 했다. 자신의 행복의 방향이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향해있는 안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 잘난 맛에 살던 시기였다.


20대 후반 취준시기를 겪으며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똑같았다. 어쩌면 어깨가 더 올라가있는 것 같다. 그토록 꿈꾸던 영어로 회의하고,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자유로운 근무 환경, 강남 삼성 테헤란로의 기술직을 가진 직장인. 세미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커리어우먼의 모습. 출근길 영어로 온 메일을 들어다보며 매일의 업무를 계획하는 모습. H라인 스커트에 달라붙는 셔츠 옷깃 몇단 접고 밤 9시, 10시까지 야근하는 뇌적 섹시함을 갖은 직장인의 모습.


반면에, 내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충청도를 가끔 방문할 때가 있다. 이때마다 나는 잃어버렸던 내 자신을 찾는 느낌을 받곤 한다. 너의 진짜 모습은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여유와 사소한 것에서 느끼는 빈번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 느리고 한적하고 정겨움을 좋아하는 사람, 들풀 그리고 산내음, 한옥의 고즈넉함을 좋아하는 사람. 바쁘고 정신없는 미혼의 서울에 살고 있는 여성 직장인의 색감에 숨겨진 내 본래 모습 말이다.


오랜 시간 일을 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하루하루 지날 수록 느끼는 것들은 동일하다. 이런 느낌과 생각들이 점점 짙어지고 있고 곧 내가 원하는 인생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또 한번의 큰 결심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시골에서 상경해 자리잡은 사람들은 그런다. 서울은 애증의 도시라고. 치열하게 경쟁했고, 이겼고, 증명했음을 반복해 이뤄낸 훈장 같은 것이다. 지금은 모른다. 내가 서울에서 지금의 일을 하며 살아가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얼마를 모아 어떤 집에, 어떤 차를, 어떤 배우자를 만나 미래를 그릴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40대에서 60대는 무조건 여유롭고 저녁이 있는 삶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내가 바로 바라는 삶의 모습이니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곱으로 빨리 흐르는 것 같다. 내 글을 읽는 20대 젊은이들은 꼭, 더 늦으면 경험 하고 싶어도 못하니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없는 것 모두 다 경험해보라고 고하고 싶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지나는 이들에겐 본인의 40대 이후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30대 중반 이후는 내가 안 살아봐서 모르니 종종 나에게 조언을 주면 좋겠다.


이상 만28세를 한달 남기고 쓰는 고찰 일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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