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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원 Sep 03. 2020

투고하고, 계약하고, 출간에 이르기까지 #1

슬기로운 공무원 생활

브런치북, '9급은 정말 여섯 시에 퇴근하는가'. 이 브런치북의 원고를 쓰고,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하고, 출판 계약서에 서명하고, 마침내 출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써 보려 합니다. 당연하게도, 제 경험담보다 유용한, 확실한 전문서적이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 저 역시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정혜윤 저, SISO),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양춘미 저, 카시오페아) 등 두 권의 책을 사서 읽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과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 원고 쓰기

제가 쓰고자 하는 책의 개념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신입 9급 공무원'을 독자 대상으로, '그들이 정부 조직의 인간관계와 일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자기계발서. '아, 후배들이 이 정도로 고생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인사만 잘해도 크게 미움받지 않을 텐데. 규정을 읽고 익히는 일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인데.' 이런 안타까움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2018년쯤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8년 10월, 머리말과 목차를 한글 파일로 작성하면서 구체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목차를 정하면서 책의 전반적인 구조를 갖추려 했고, 그 구조에 맞춰 내용을 채워 나갔습니다. 크게 4부로 구성했습니다. 1부는 신입 9급 공무원이 처한 현실, 2부는 이들이 마주해야 할 조직과 조직원, 3부는 이들이 해야 할 일과 이들이 마주해야 할 민원인, 4부는 공무원으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 물론 내용을 쓰면서 목차를 조정하기도 하고, 조정한 목차에 따라 다시금 내용을 추가해서 쓰기도 했죠.


2. 투고

이 정도면 출판사가 책의 내용을 대략 알 수 있겠다 싶은 정도의 분량이 채워지자, 투고를 시작했습니다. 출판기획서와 샘플 원고를 동봉해서 출판사 메일로 보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열다섯 개 출판사에서 거절 또는 무응답을 받았습니다.


2019.09.16. 01출판사: 거절

2019.09.23. 02출판사: 거절(무응답)

2019.10.07. 03출판사: 거절


03출판사의 경우는 거절 메일이었지만, 특별하게도 정성스러운 메시지를 전해 주셨습니다. 원고가 잘 정리되어 있고,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있어서 좋다는 덕담을 주셨어요. 다만 03출판사는 인문·사회 분야 책을 출간한 초기 단계의 출판사여서 실용,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이 책을 출간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주셨어요. 정성스럽게 거절하신다 해서 회사나 개인에게 금전적 이익이 발생하는 게 아닐 텐데, 정성스럽게 답장 주셔서 무척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고, 저 역시 그 마음을 담아서 다시금 메일을 드렸습니다.


이 즈음에 '제7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입상하면 출간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어차피 쓰고 있던 원고는 완성해야 하니, 겸사겸사 응모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11월 17일 마감 일정에 맞게 글 쓰는 속도를 높였습니다. 원고 완성을 우선으로 하고, 이 시간 동안 투고는 중단했어요. 연말에 결과가 발표됐는데, 역시나 입상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빠른 시간 안에 원고를 1차적으로 완성했고, 브런치를 통해 라이킷, 댓글, 조회 수, 독자 정보를 볼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2020년 새해부터 다시 투고를 시작했습니다.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 응모를 위해 투박하게나마 원고를 완성했으니, 출판기획서와 완성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서점에 가서 제가 쓴 브런치북 '9급은 정말 여섯 시에 퇴근하는가'와 공통점이 있는 자기계발서를 찾아보고, 그런 자기계발서를 많이 만든 출판사로 어떤 출판사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책에 쓰여 있는 출판사 메일을 확보해서 투고했습니다. 2019년 가을에는 신중하게 투고한 반면, 2020년에는 최대한 많이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브런치북 출간 이후에도 원고는 계속 수정, 추가해 나갔습니다.


2020.01.04. 04출판사: 거절(무응답)

2020.01.04. 05출판사: 거절

2020.01.04. 06출판사: 거절

2020.01.04. 07출판사: 거절(무응답)

2020.01.06. 08출판사: 거절(무응답)

2020.01.08. 09출판사: 거절(무응답)

2020.01.20. 10출판사: 거절

2020.01.20. 11출판사: 거절(무응답)

2020.01.20. 12출판사: 긍정적 반응, 미팅, 원고 수정, 2020.03.20. 거절

2020.01.20. 13출판사: 거절(무응답)

2020.01.20. 14출판사: 거절

2020.01.21. 15출판사: 긍정적 반응, 내부 회의, 2020.02.12. 거절


역시나 대부분 거절 또는 무응답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두 곳의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15출판사의 경우,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자기계발서 말고 직업 에세이로 방향을 조정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애초에 명확하게 자기계발서를 표방한 책이어서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처음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지라 무척 기뻤습니다. 그리고 곧 고민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에세이를 잘 쓸 수 있을까. 그런 능력이 될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민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문받은 뒤에 해 보겠다고 답장을 썼습니다. 며칠 후 출판사 해당 팀에서 내부 회의를 거친 결과, 진행이 어렵겠다는 정중한 답장을 받았습니다.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15출판사 편집장님 역시 03출판사의 경우와 유사하게 덕담을 주셨고, 투고한 원고에 특별히 편집자로서의 의견을 메모해서 함께 답장을 주셨습니다. 많이 놀랐어요. 대략 이런 조언들이었어요. '서장과 같은 톤으로 전체 원고를 써 보면 좋겠다. …… 이런 직업적 고민 하나하나를 에피소드와 덧붙여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 나가는 방향으로 서술하면 좋겠다. …… 이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03출판사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메모를 보내 주신다 해서 회사와 개인에게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닐 텐데 놀라웠습니다. 저로서는 전문가의 견해를 들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03출판사와 마찬가지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메일을 드렸습니다.


12출판사의 경우는 2월 초에 긍정적 반응의 답장을 받은 뒤 2월 하순경에 편집장님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놀랍게도 15출판사 편집장님의 말씀과 거의 똑같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신참 9급 공채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책에서 조금 더 독자 대상을 넓혀서 직업 에세이를 써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미 들었던 제안이었고, 이미 내렸던 결론이었기에 한번 해 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원고 수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에세이로 방향을 잡은 만큼 독자들이 기존 원고보다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수정한 원고를 3월 중순에 보냈습니다.


며칠 뒤, '애써서 원고를 수정해 주셨는데, 좋은 소식 전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정중한 답장을 받았습니다. 다른 출판사와는 달리 편집장님을 오프라인에서 뵙기도 했고, 기존 원고보다 조금 더 재미있게 읽힐 수 있도록 나름 심혈을 기울여 수정한 원고를 보냈기에, 아무리 '기대하지 말자'고 스스로의 마음에 최면을 걸었어도 아무래도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서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타격이 좀 있었어요. ^-^; 그래도 정중하게 거절 메일 보내 주시고, 출판기획서와 원고 모두 정리가 꼼꼼하게 잘 되어 있었다고 덕담해 주셔서 12출판사 편집장님 역시 제게는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메일을 보내 드렸습니다.


연초에 집중적으로 투고하는 가운데, 우연히 '회사 말고 내 콘텐츠'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좋아서 사서 읽었어요.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자신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자신과 타인의 삶에 아주 좋은 일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회사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죠. 콘텐츠를 담는 도구가 예전에는 책뿐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다채롭다는 얘기도 함께 알려 주는 책이었습니다. 공직에 평생 모범적으로 헌신하고 정년을 몇 년 앞두고 계신 선배님께 이 책을 선물해 드렸습니다. "선배님도 이제 책을 써 보시는 게 어떠세요."라는 말씀과 함께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영향을 받아 '9급은 정말 여섯 시에 퇴근하는가'라는 브런치북을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북을 다 쓰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고, 이 일이 내게 굉장히 의미 있고 좋은 일이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제게 무척 의미 있는 책이었습니다.


12출판사의 정중한 답장을 받고 살짝 타격을 받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바로 '회사 말고 내 콘텐츠'를 발행한 '마인드빌딩'이라는 출판사에 투고하기로 한 것이죠. 마인드빌딩에서도 거절 또는 무응답을 받으면 자비 출판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시금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투고하고, 계약하고, 출간에 이르기까지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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