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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원 Sep 06. 2020

투고하고, 계약하고, 출간에 이르기까지 #2

슬기로운 공무원 생활

마인드빌딩 출판사에 출간 제안 메일을 드린 지 며칠 뒤에 다행스럽게도 긍정적인 답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가슴이 두근댔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고 해서 일이 다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에 다시금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며칠 뒤, 오프라인에서 마인드빌딩 대표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시면서 상대방이 편안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분'이셨습니다. 대화하면서 넓은 견문을 갖고 계심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는데, 그런데도 사람을 참 편하게 해 주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대표님의 특장점이신 것 같았습니다.


강소출판사, 마인드빌딩


12출판사, 15출판사와 마찬가지로 대표님도 지금보다 독자층을 넓혀서 에세이로 방향을 잡아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습니다. 처음 구상할 때부터 '신참 9급 공채생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계발서'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았고 그렇게 썼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난 전문가님들은 모두 동일한 보완책을 제시하셨어요. '아, 애초에 이 독자층으로 이런 자기계발서를 쓰는 건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운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계약

전문가 세 분이 똑같은 보완책을 주셨기 때문에 기꺼이 원고를 수정해 보겠노라는 마음을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의미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 주문은 제게 무척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 직업의 공식적인 의미가 워낙에 공익, 보람, 청렴, 사명감, 봉사심처럼 교과서적인 것이어서, 세련되게 표현하지 않으면 자칫 '배달의 기수' 필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걸 내가 잘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어쨌든 이제 또 열심히 원고를 수정해야겠구나, 이 원고를 본 다음에 대표님이 계약 여부를 결정하시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이 출판 계약을 하자는 말씀을 주셨어요.

"어, 제 입장에서는 좋은데, 대표님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이걸 쓸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제가 저 스스로의 능력을 잘 모르겠습니다."

"쓰실 수 있습니다."

'아아…….' (ㅠ_ㅜ) ←대표님의 덕담에 감동


마침내 2020년 3월 하순, 마인드빌딩 사무실에서 출판 계약을 맺었습니다. 많이 많이 기뻤습니다. 연예 대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하나님, 부모님, 아내, 아들, 가족, 친구, 공직사회의 스승들, 그리고 원고를 쓰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던 9급 후배들이 떠올랐습니다. ^-^; 브런치 작가로 받아들여 준 브런치에도 감사를. 동시에 이제 원고를 잘 수정해서 잘 완성해야겠구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4. 원고 수정, 보완

대표님의 덕담에 저도 의욕을 갖고 원고 수정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에세이를 쓰는 것이니, 제 개인적인 얘기도 조금 더 많이 수록하고, 딱딱한 설명도 조금 더 쉽게 써 보려 노력했습니다. 물론 그런 의욕을 갖는다고 해서 딱딱하고 건조한 문체가 갑자기 부드럽고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죠. ^-^;


독자층이 취준생, 구직자, 공시생까지 확대되다 보니, 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보수와 연금'을 아주 구체적으로, 낱낱이 알려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북에는 수록되지 않은 내용이죠. 다 쓰고 나서 보니, '정부에서 공식 발행된 통계 자료 외에 9급 공무원 월급을 이만큼 쉬운 말로 설명하면서 수당 항목 하나하나를 낱낱이 분석해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단행본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쓰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병이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정부 조직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 정부가 중심을 잡고 내려야 할 의사결정의 무게가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졌고, 업무량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비상시국이었고, 지금도 그 비상시국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하는 일을 소개하는 챕터에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정책을 원고에 추가했습니다. 이 무게감 있는 정부 정책은 정부 조직의 최하급 직원인 9급의 실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도 원고에 추가했습니다.


5. 최종 원고 완성

계약 이후 틈틈이 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표님과 원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원고를 수정하고 보완해 나갔습니다. 5월 중순에 마인드빌딩 사무실에서 오프라인 회의를 가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표님은 이 책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의미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그 부분에 무척이나 부담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의하면서 대표님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셨어요.


'9급은 정말 여섯 시에 퇴근하는가'는 자기계발서를 표방하면서도 본격적인 본문 앞에는 '최 서기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배치해 두었는데, 본문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쓰기보다는, 이와 대응하는 종장에 단편소설을 이어 가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표현하자는 아이디어였어요. 저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장 '최 서기보'와 대응하는 종장 '최 주사보'를 새롭게 써서 책을 마무리했습니다.


6월 중순에 최종 원고를 마인드빌딩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원고를 보낸 뒤에도 원고를 계속 읽었습니다. 역시나 읽은 만큼 바꾸고 싶은 문장, 추가하고 싶은 문장이 생겨났습니다. 추상적인 설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시를 몇 개 더 추가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예시가 무척 중요해요. 평상시에 좋은 예시를 잘 기록해 둘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렇게 책 낼 줄 저라고 알았겠어요?). 마침내 6월 하순에 다시금 수정한 최종 원고를 보냈습니다. 끝난 것 같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투고하고, 계약하고, 출간에 이르기까지 #3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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