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공무원 생활
6월 하순에 최종 원고를 넘겼습니다.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편집장님이 원고를 마음에 들어하실지, 편집장님이 원고를 다 본 다음에 주문사항이 많지는 않을지, 그래서 수정할 사항이 많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조언 말고는 모두 전문가인 편집진의 뜻에 따르겠노라고 확실하게 마음을 잡고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은 됐습니다.
대략 7월 한 달 동안 마인드빌딩 편집장님이 교정을 보셨습니다. 7월 말에 마인드빌딩 사무실에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편집장님이 1차로 화면으로 교정 작업을 마친 파일을 곧 보낼 예정. 저자는 편집진이 메모한 의견을 위주로 검토해서 의견을 제시하거나 원고를 수정. 제목과 부제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습니다. 제목은 '슬기로운 공무원 생활'. 제 주위 사람들은 모두 제목 좋다고 하더군요. ^-^
사실 제목이 그렇게 쉽게 정해진 건 아니에요. 이 책의 내용은 스테디한데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의 큰 유행을 따라가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이 제목으로 정해졌습니다. 시류에도 어느 정도 부합되는 데다가 신입 공채생의 공직사회와 일 적응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책인 만큼 이 제목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
7월 말, 마침내 편집장님의 의견이 원고에 메모된 PDF 파일을 받았습니다. 편집장님이 아주 꼼꼼하게 원고를 봐 주셨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중복되는 내용, 부적절한 표현이 있음을 지적해 주셨고, 문장이 좀 더 부드러워지도록 원고를 살펴봐 주셨어요. 그리고 세세한 맞춤법 오류까지 모두 다 적절하게 교정해 주셨습니다. (>_<)d 기억나는 것만 대략 이 정도입니다.
이것 저것 → 이것저것
어겨가면서까지 → 어겨 가면서까지
주무기 → 주 무기
주최측 → 주최 측
녹록치 않은 → 녹록지 않은
편집장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한 내용을 8월 초에 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편집진 의견대로 모든 것을 수용하려 노력했습니다. 다만, 지적해 주신 내용이 맞지만, 제 능력이 부족해서 수정·보완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능력이 부족해서 수정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어요.
그 가운데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서장 '최 서기보'는 주인공이 8급이었던 시절의 중요 사건―출근길에 마주친 교통사고―를 맨 앞에 보여 주고 나서, 다시 9급 초임 시절로 돌아가서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성을 따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중요 사건이 두 번 등장하는데, 그 사건이 두 번째 제시될 때 중복되는 문장이 네 개가 있다는 분석적인 지적을 편집장님이 해 주셨어요. 독자가 앞의 내용을 다시금 기억해 낼 수 있으면서도 중복되지 않은 표현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저 역시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표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서 편집장님의 조언은 전적으로 타당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문장 한 개만 수정해서 메일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편집장님이 대체 문장을 예시로 보내 주시면서까지 다시금 고쳐 보자는 장문의 메일을 주셨어요.
사실 저자가 그 정도 선에서 문장을 마무리한다고 말했으면 편집진 입장에서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인드빌딩 편집장님은 한 번 더 정성을 기울여 보자는 차원에서 대체 문장까지 보내 주셨어요. 편집장님의 정성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편집진에서 이렇게 애써서 텍스트를 다루고 계신데, 책 표지에 이름이 들어가는 저자인 제가 이렇게 쉽게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금 고심해서 원고를 들여다보고, 이렇게 고쳐 보고 저렇게 고쳐 보고, 그 수정한 부분을 넣어서 서장 '최 서기보' 전체를 프린트해서 다시금 살펴보는 작업을 여섯 시간 동안 반복했어요. 처음보다 나아진 문장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문장들로 고쳐진 원고를 보내 드렸더니, 마침내 편집장님이 O.K. 사인을 주셨습니다.
'이 정도면 내 능력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인드빌딩 편집장님의 프로페셔널한 장인정신 덕분에 이전보다 더 좋은 문장을 책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문장의 대가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작업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첫 책을 내는 초보 작가인 저로서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부제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내용도 정리해서 보내 드렸습니다. 편집과 출판 분야에서는 전문가시지만, 아무래도 공무원 조직, 정부 조직 분야는 공무원인 제가 대표님과 편집장님보다는 조금 더 잘 아니까 요구하신 것이지요. 공무원은 언제 기쁜지,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언제 좌절감을 느끼는지, 공무원이 자주 쓰는 말, 공무원이나 공직사회를 압축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용어, 시민들이 공무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 공직사회에 대해 시민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인식과 의외로 다른 현실 등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 드렸어요. 이거 정리하는 일도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이것도 저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에 나름 최선을 다해 알려 드렸습니다.
편집장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마침내 8월 중순에 텍스트 작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어서 8월 중하순에 본문 디자인, 표지 디자인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편집장님은 디자인이 완성된 본문을 보면서 다시금 교정을 보셨습니다. 1교, 2교, 3교. 8월 말에 이 모든 데이터 작업이 끝났습니다. 곧바로 이어서 9월 초에 이 데이터가 출력실과 인쇄소로 넘어갔어요. 두구두구둥. 마침내 종이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_<)/ 그리고 9월 초에 인터넷 서점에 상품 정보가 등록되었어요.
http://m.yes24.com/Goods/Detail/92316623
말씀드렸던 것처럼, 원고 쓰기, 투고, 계약, 출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이 글보다 더 잘 설명되어 있는 전문서적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사례일 뿐,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별히 좋은 대표님과 특별히 훌륭한 편집장님을 만나 개인적으로 상당히 무난하게 책을 낼 수 있었던 케이스였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원고가 책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아내, 아들, 가족, 친구, 공직사회의 스승들, 그리고 원고를 쓰는 동안 도움을 주었던 9급 후배들에게 감사합니다. 마인드빌딩 대표님과 편집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쓸 기회를 준 브런치, 부족한 제 글에 관심 가져 주시고, 라이킷 눌러 주시고, 댓글 남겨 주신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