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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 Oct 04. 2022

드디어 만났다. 피그마.

피그마에 반해버린 웹디자이너 이야기.

아이폰, 그리고 피그마.


2007년, 그 당시 나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었다. 특히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에 빠져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집과 학교가 꽤나 멀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언제나 첫 버스를 타고 등교했다.

버스로 꼬박 1시간 30분을 달리면 학교에 도착했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음악을 들었다. 


그 당시 나는 이름도 모를 작은 슬라이드 폰에 노래를 넣고, 핸드폰 전용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음질도 안 좋았고, 특히 저장공간 자체가 너무나도 적었다. 매번 같은 음악을 듣다 보니 금방 질려서 다른 음악을 넣으려고 하면, 애니콜 PC매니저라는 프로그램을 해서 넣어야 했는데, 프로그램이 멈추거나, 기기가 인식이 안 되는 등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추억 돋는 애니콜 PC매니저


그래서 그 당시 거금을 들여 구매했던 것이 바로 MP3플레이어였다. 

MP3플레이어가 생긴 후론 불편했던 핸드폰 전용 이어폰이 아닌 3.5mm 단자에 커널형이 아닌 인이어형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었고, 시끄럽던 버스 안에서 음악에 온전히 빠질 수 있게 해 줬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매우 불편한 점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핸드폰과 MP3플레이어 두 개를 들고 다녀야 하고 그에 맞게 이어폰도 2개씩 들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왼쪽 주머니엔 핸드폰과 핸드폰 이어폰, 오른쪽 주머니엔 MP3플레이어와 3.5mm 이어폰을 넣고 다니게 되었는데, 실수로 이어폰끼리 같은 주머니에 넣어버리면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이어폰이 퍼즐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2개 이상의 이어폰이 꼬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날도 주머니 구분도 제대로 못하는 나 자신을 타박하며, 꼬여버린 이어폰 2개를 풀고 있었을 때였다. 문득, 도대체 왜 핸드폰과 MP3플레이어의 이어폰 단자가 다른 거지? 같은 단자로 한 개의 이어폰을 사용할 수는 없나? 아니, 그전에 핸드폰에서 MP3플레이어만큼 노래도 많이 넣을 순 없나? 그러면 한 개씩만 들고 다녀도 되고 엄청 편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간 이런 것들이 하나로 통합된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그 무언가가 아이폰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당시 난 아이팟도 거의 본 적 없는 무지한 학생이었다. 


그 사이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의 전설적인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후 아이팟 셔플, 나노, 클래식 같은 제품들을 보긴 했지만, 단순한 MP3플레이어 중 하나라 생각했을 뿐 큰 관심을 갖진 않았었다. 그리고 2009년 아이폰3GS가 드디어 한국에도 출시가 확정되었고, 나는 그제야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게 되었다. 


그 프레젠테이션 속의 아름다운 유선형 몸집을 지닌 그 조그마한 물체는 그 당시에 있던 휴대용 전자기기들이 하나로 집약된 그야말로 '만능'의 기기였다. 처음 아이폰을 보게 되었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다! 이거야 말로 내 폰이다!'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루 용돈 5000원의 고등학생에게는 아직은 너무 비싼 고가의 핸드폰이었고 내 손에 아이폰이 들어오는 건 좀 더 시간이 걸린 후였다.


상상하던 모든 것이 하나로 집약된 꿈의 기기 '아이폰'


2010년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1학년을 마친 겨울방학 우연한 계기로 웹 에이전시에서 아르바이트할 기회가 생겼다. 3개월 단기 알바였지만 꽤 두둑한 아르바이트비를 받게 된 나는 드디어 아이폰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4는 예약 구매로 판매되었었는데, 나는 128차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2달의 기다림 끝에 내 손안에 아이폰4를 쥘 수 있었다.


아이폰4를 처음 개봉할 때의 그 감동은 단언컨대 내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감정중 하나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발을 들인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이폰을 손에 쥔 것만으로도 미래에 가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속칭 애플빠가 되어 지금은 아이폰 12를 옆에 두고 ( 조만간 아이폰 14로 바꿀 예정이다 ) 애플 워치를 차고 맥북으로 글을 쓰고 있다. 물론 가방에는 아이패드도 있다.


그런데 최근, 나에게 또다시 이런 감동을 준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피그마' 다.

나에게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을 선사해 준 프로그램 '피그마'

아이폰 이후 약 10년 동안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혁신의 바람을 피그마를 통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피그마가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먼저 독보적인 실시간 협업 툴이라는 점부터 설치가 필요 없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인 점, 컴퓨터 사양에서 자유로운 점, 벡터 방식인 점, 매우 가벼운 구동, 벡터 방식인 점, 플러그인을 통한 엄청난 확장 가능성, 접근성이 뛰어난 커뮤니티 등등이 있다. 하나하나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장점일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게 '피그마' 하나에 다 들어있다는 것.


앞으로 '피그마'를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며 빠져버린 웹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피그마의 기초적인 설명부터, 피그마를 활용하여 최대한의 효율로 일하는 방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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