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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둠 Jun 23. 2023

남아공 국제결혼, 프리넙(혼전 계약서) 준비하기

밀레니얼 커플은 다르다!

드디어 결혼에 한 발짝 다가갔다!


우리는 사실 서로를 만나기 전부터 각자 결혼제도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엇고 그냥 거의 안 할 생각이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이안(내 곧남편)도.


나는 특히 결혼문화가 특히 여성들에게 뭐가 득이 되는지 모르겠고 시집살이 육아압박 어쩌구 이런게 그냥 어릴때부터 너무 싫었고 결혼식에 대한 로망 자체도 하나도 없었음. (근데 나는 지금 웨딩 포토그래퍼다_내 결혼과 별개로 결혼식 자체는 재밌고 감동적임)

이안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고 애초에 애 낳을 생각 하나도 없고 나와 비슷한 이유로 싫어했다.


사귀기 초반에도 이런 인생관에 대해 길게 얘기를 했는데 결국 서로가 너무 좋아서, 그리고 같이 있고 싶어서, 마지막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결혼제도'라는 법으로 커플로써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다.


물론 애든 절대로 때려죽여도 절! 대! 안낳기로 함.

(진짜 절대로 안낳을거니까 '그건 모르는거다'이런 댓글달면 차단함)


우리는 서로가 국적이 달라서(나는 대한민국, 이안은 남아공) 부부가 아니면 같이 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내가 남아공에 비자로 사는 것도, 만약에 둘 중 하나가 해외에 일자리를 구해서 나가게 된다면 그 또한 부부가 아니면 힘들다. 같은 국적인 커플들도 일자리 때문에 한 명이 해외에 나가면 다른 한 명이 따라가기가 부부가 아니면 힘든데, 우리는 두 배로 힘들다.

(나라마다 비자 요건이 다르기 때문_특히 남아공 국적에게 힘들다)


서로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서 결혼하게 되었다.

다른 가족과 가족이 합친다는 그런 거창한 이유는 없다. 사실 나는 결혼에 양가 어르신 허락 받는 것도 좀 웃기다고 생각하고... 내가 나랑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랑 같이하겠다는데 왜 남의 의견이 중요하나...


내가 찍은 이안

그래서 프리넙(혼전계약서)를 쓰게 되었다.


결혼의 전통적인 측면에서는 부부의 재산은 하나가 된다. 만약에 둘 중 하나가 죽게 되면 다른 하나에게 모든 재산이 가게 된다.(아이가 없으면 당연히 남편/아내겠지)

사실 내가 한국인이면서도 한국 법은 잘 모르는데, 남아공에서는 혼전계약서 없이 결혼을 하게 되면 모든 재산(빚 포함)이 공동으로 귀속된다. 이혼을 하게 되면 무조건 반으로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오늘 변호사랑 상담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부부의 재산이 남아공 법에서는 공동으로 들어가서 남편과 아내 모두 서로의 동의 없이 부동산을 사거나 팔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 상속받는 모든 재산 또한 반반으로 쪼개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부분이 싫었다.

애초에 결혼의 전통적 가치 때문에 결혼을 하는게 아니라 정말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하는거라 우리는 이런 재산같은 것에도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우리 둘 다 아이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어, 앞으로 상속받는 재산은 서로가 알아서 갖고 알아서 재산 관리를 하고 싶어서다.

내가 당장 다음달에 죽더라도 내가 이안을 사랑하는것과 별개로 내 재산은 부모님께 드리고 싶고, 나중에 죽으면 부모님이 주실 상속된 것들은 내 동생에게 주고 싶다. 이게 맞는 것 같음. 적어도 나에게는.

부모님한테서 살면서 이만큼이나 받았으니 그만큼 가능하면 돌려주고 싶고, 동생도 같은 이유. 엄마아빠딸, 호적메이트라서 (?)


이안도 마찬가지로 이안은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이미 상속받은 모든 것과 상속받을 것들을 누나에게 주고 싶어한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서로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뎠으니 그만큼 우애도 깊기도 하고, 수지언니(이안의 누나, 내 곧 시언니)는 내가 또 많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프리넙 내용


계약서 전체의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남아공 내에서의 프리넙의 종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완전히 서로의 재산은 서로의 것으로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상호보완적인 재산 소유가 있다.

우리는 상호보완으로 했다.


일단 결혼 전 획득한 재산, 부동산, 상속(결혼 후의 상속도 포함-그냥 본인 이름으로 된 모든 상속)및 증여에 대해서는 각자의 소유가 된다. (이에 대한 결혼 전 재산 목록 또한 작성함)

서로의 재산으로 매매하는 부동산에 대한 권리 또한 각자가 갖게 됨. (부부로써의 부동산에 대한 권리는 공동명의일 때만 가능)

한마디로 말하면 결혼으로 인해 서로에게 이익이나 손실이 없게 하는 것.


이 위의 것들은 서로의 재산은 서로의 재산이다. 하지만 다음의 것이 상호보완이라는 얘기다.


만약에 둘 중 한명이 상당한 재력을 갖게 되어 다른 한 명이 가정주부가 될 경우, 이 역시 가정과 재산증식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아 이혼/사망 시 상대방(재력을 갖게 된)의 재산을 일부 클레임 할 수 있음.

둘 중 하나가 장애나 큰 부상으로 생업활동이 아예 불가능해질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재산을 일부 가질 수 있게 됨.


이런 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의 파트너쉽으로써 딱 좋다고 본다.


그 외에 우리는 서로 생활비로 지출하는 통장에 대해서도 50% 50%의 권한도 부여했다.


우리를 담당한 변호사는 요새 젊은 커플들은 프리넙을 쓰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특히 요즘 세대는 여성들 또한 가정주부로 남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프리넙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옛날에는 여성의 경우 사회진출을 하지 않아 이혼 시 남편의 재산을 50% 받아 생활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던 것과 달리, 요새는 여성들도 다른 남자형제들과 동등하게 상속을 받고 사업도 일구고 재산증식이 많아져서 무조건 50%인 경우가 여성에게 피해일수도 있고-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특히 이혼이나 사망 시 법적문제로 인한 피곤함을 덜 수 도 있다는 것도 너무 좋다.


물론 전통적인 결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선택이 뭐 그런것까지 하면서 결혼을 하고 싶냐, 결혼을 하는 의미가 없지 않냐 라고 하지만....

위에서 열거했다시피 우리는 전통적인 결혼 가치관을 갖고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부부 이전에 각자의 개인으로써의 권리 권한이 중요하고 재산 또한 각자 개인이 관리)이 중요했고 결혼 얘기가 나왔을 때 부터 프리넙을 쓰기로 결정했다.


어쨌든, 지금은 재산 목록 작성중이고... 나는 또 여기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자산/남아공 자산 이렇게 두가지를 나눠서 적어야 한다.

이렇게 이번주 말 까지 싹 다 검토하고 싸인하고 지장 찍으면 이제 주남아공 한국대사관 가서 관련 서류 다 떼고(한국에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족관계/혼인관계 증명서 등을 제출해야됨), Marriage Officer(법적 결혼 중개인?-남아공에서는 자격증을 가진 성직자나 개인만이 결혼을 맺어줄 수 있다)가 혼인신고서를 작성해주고 그것과 같이 남아공 Home Affair가서 혼인신고를 완료하면 끝!!!!!!!!


결혼식은....사실 안하려다가(진짜 너무 귀찮고 돈아까움) 엄마 아빠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결사반대를 외쳐서 결국 작게라도 하기로 했다...내년에....한국에서..............

진짜 귀찮고 돈아까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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