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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둠 Oct 28. 2019

죽음의 성인, Santa Muerte.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테피토에 가다.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찍었습니다!


나는 졸업작품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계기와 과정도 나중에 글로 쓸 것이다. 

기대해라. 평균 학점 1~2밖에 안되는 인간을 어떻게 교수님이 극찬하게 되었는지.)


주제는 멕시코의 미신과 주술에 관한 내용이었고 나는 (당연히) 촬영을 위해 멕시코로 갔다.


여러가지를 카메라에 담아냈지만 제일 인상깊었고 스릴넘쳤던 것은 당연컨대 테피토다.


Ciudad de México!

소칼로 광장에서 춤추는 댄서.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

저 옛날 아즈텍 시대에는 테노치티틀란 이라는 섬이었고 섬 주변 호수를 매립해 현재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도시가 되었다.

멕시코 원주민인 후안 디에고 앞에 갈색 피부를 한 성모가 나타났다는 전설이 있는 테페약 산, 큰 성당과 정부청사 앞에는 큼지막한 멕시코 깃발이 걸려있으며 365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소칼로 광장,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원들이 몰려있는 멕시코시티의 청담동, 라 콘데사...등등 멕시코 시티는 그 매력을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되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도시다.


그 중에서 경찰조차 가기를 꺼려하고 현지인도 굳이 잘 발을 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테피토 Tepito이다.


Tepito

테피토는 소칼로 광장에서 차를 타고 10분정도 가면 나오는 곳이다.

없는게 없는 시장이 있으며 범죄 우발 지역이기도 하다.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를 한다.


내가 간 이 날은 8월 1일.

사진기자인 멕시코인 친구가 내가 이러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하니까 테피토에서 매달 죽음의 성인을 기리는 행사가 있다며 추천해주면서 나에게 절대 혼자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나는 그날까지 같이 갈 사람을 구하지 못했고 결국 혼자 가서 다큐멘터리에 필요한 영상과 인터뷰를 따오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내가 갖고 있는 카메라중 팔면 제일 돈 안될것 같은 캐논 650D와 교통카드, 현금 200페소(12000원)만 들고 친구에게 메신저 와쌥(WhatsApp)에 있는 기능인 실시간 위치 전송을 켜서 보내고 핸드폰은 겉옷에 감싸고 잠금 기능이 있는 가방의 제일 깊숙한 바닥에 두고 잠가버렸다.

그리고 우버를 타고 이동했다.


여기서 잠깐, 그래서 죽음의 성인은 무엇인가 하면...


Nuestra señora de la santa muerte, 통칭 Santa Muerte라고 불린다.

 풀 네임은 거룩한 죽음의 우리 어머니.

말 그대로 죽음의 성인이라는 뜻.


옛날에 아즈텍 문명에서는 죽음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아마 그래서 지금의 멕시코인들도  죽음 자체를 우울하고 쓸쓸한 것으로 묘사하는것이 아닌 '죽음의 날'같이 화려하고 즐겁게 축제로 승화시키는 듯 하다.) 그 풍습이 카톨릭과 결합이 되면서 멕시코를 중심으로 서민들을 비롯한 주로 소외계층의 사람들이 이 종교를 믿는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죽음은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고 아무리 부자거나 권력을 가진 인간도 영생을 돈이나 힘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죽음과 가까히 사는 사람들과(갱단 멤버, 매춘부 등), 소외계층이 주로 산타 무에르테를 찾는다.


정식 종교가 아니고 가톨릭에서는 이단으로 정했다고 하지만 신도의 수가 수천만명이라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듯 하다.


자세한 설명은 내 다큐멘터리를 15분 40초부터 보자!

다큐멘터리 바로가기


테피토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품에 자그마한 사이즈부터 성인 남자가 들어도 벅차 보이는 큰 사이즈까지 저마다 산타 무에르테 상을 들고 온다.


그리고 기도를 드리는 곳까지 아주 긴 줄이 나 있다.


나는 조심스레 카메라를 꺼내고 영상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주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반 쯤 가리고 전경을 찍고 널부러진 산타 무에르테 상을 찍었지만,

사람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점점 나는 "에이 설마 단체로 나를 린치하지 않는 이상 뭔일 없겠지" 하며 점점 대놓고 찍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했다.

카메라를 든 나를 보며 인사하고 자신들을 찍어달라고 하기도 했고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내 서툰 스페인어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처음에 바짝 긴장하고 쫄아있었던 나도 점점 풀어지게 되었다.

이 사진은 나에게 의미가 깊은 사진인데,

역시나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말에 흔쾌히 알겠다고 하며 카메라 앞에 서 준 두 청년.

이후에 이날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며 오 이거 잘나왔는데? 하며 내 다큐멘터리의 포스터로 쓰이게 되었고

두개의 사진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사진을 찍히는 것이 어색한지 다른곳을 쳐다보거나 웃지도 않았는데 그 표정이 오히려 초연해 보여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다.


이름 모를 두 청년, 특히 앞의 빨간 옷을 입은 이름모를 남자. 너무 고맙다.


물론 100%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은건 절대로 아니었다.


누가봐도 이곳 사람이 아닌 느낌의 내 얼굴은 (Po동양인weR)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냈고 몇 남자들이 나를 보고 음흉하게 웃거나 뭐라뭐라 말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무시했다.

몇 사람들은 대마초로 보이는 것들을 피고 있었다. 익숙한 담배 냄새가 아니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영상을 충분히 찍었을 무렵 나는 인터뷰를 하나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도 도무지 무슨 생각으로 이 남자에게 불쑥 다가가서 인터뷰를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나보다 타투가 배는 많아보이고 뭔가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의 사람이었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홀린듯이 다가가서 서툰 스페인어로 자기소개를 하고 인터뷰를 해 줄수 있냐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그는 굉장히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주겠다 라고 했고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촬영을 해도 되냐는 내 말에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아쉽게도 카메라 외에 다른 전자기기를 꺼낼 수 없어 카메라 자체의 녹음기로 인터뷰를 따서 음량 상태가 좋지 않다.


인터뷰 내용은 위에 내 다큐멘터리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19분 38초)


산타 무에르테가 입은 옷 색깔에 따라서도 바라는 것의 종류가 달라진다. 

핑크색은 사랑, 빨간색은 건강과 힘 이런 식이다.

그리고 마치 누구 것이 더 화려한지 대결하는 것 마냥 묵주같은 것과 각종 꽃과 나무로 치장을 해 놓는다.


산타 무에르테.

소외 계층과 반사회적인 사람이 믿는 종교로써 여러 따가운 시선들이 많지만 외국인인 나에게는 죽음이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승화하며 숭상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흥미롭고 매력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다.


Información

테피토 역, 라구니야 역 (멕시코 시티 메트로)을 통해서, 우버를 통해서 갈 수 있으나 우버 기사들도 이 지역을 통과할 때는 네이게이션으로 쓰고 있는 핸드폰을 숨긴다.

그만큼 아주 위험한 지역이며 듣기로는 매일 살인사건이 일어난다고는 하나 확실치는 않다.


나 또한 저 촬영이 끝나고 핸드폰을 가방 안에서 사용하며 우버를 불렸으며 그동안 카메라가 빼앗길까봐 메모리라도 빼앗기지 말자 하면서 속옷 안에 SD카드를 집어넣고 카메라를 따로 숨겨 보관했다.


우버 기사들도 딱봐도 외국인인 내가 테피토를 오고 가는 것을 보며 도대체 왜 가냐고 가지 말라고 말렸으며 현지인들도 그 지역을 사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가지 않는 곳이다.


체감상 타쿠바야나 소노라 시장이 더 위험하게 느껴졌으나 역시 현지인들의 말을 듣는 것이 좋다고 생각.

나같이 꼭 가야하는 사람 빼고는 절대로 가지 않길 바란다.

특히 여자 혼자는 절대 안된다. 

본인은 아주 운이 좋았던 케이스이므로 따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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