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어둠 Aug 13. 2023

드리커스 두 플레시는 '아프리카인'인가?(남아공 역사)

Dricus du Plessis 두 플레시스 아니다 두 플레시다.

블로그에 당시 이 선수 경기 직후에 썼는데 생각해보니까 브런치에는 안올려서 올려본다.


남편(남아공 사람)이 MMA를 굉장히 좋아해서 작년부터 나까지 따라 보다가 관심이 생겼다.

아직 그렇게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이제 굵직굵직한 이름은 다 알고 기본적인건 다 알게 됨.


Dricus du Plessis 드리커스 두 플레시


남아공 프레토리아, 무려 우리동네! 출신! 파이터다. (그의 체육관이 있는 햇필드는 진짜 차로 20분거리다)

너무 웃긴게 이번 드리커스가 휘태커 상대로 이긴 UFC 프리 인터뷰? 다큐? 같은것에 프레토리아 전경이 쫙 나와서 너무ㅋㅋㅋㅋ웃겼음ㅋㅋㅋㅋㅋ그리고 드리커스가 브라이(남아공식 바베큐) 야무지게 해먹는 것도 나와서ㅋㅋㅋ너무 재밌었다....


참고로 이번 UFC290 얼리 프리림에서 승리한 카메론 사이만(Cameron Saaiman)도 남아공 프레토리아 출신이다. 죄다 우리동네여... 이제 프레토리아가 격투기의 새 고향이 되지 않을까...(아님)


둘의 공통점은?

남아공 백인이다.

그래서 이번에 엄청나게 큰 논란의 중심거리가 되었는데...(물론 아직 인지도가 비교적 적은 카메론 사이만보다 드리커스 두플레시가 주 타겟이 되었음)


이 시작은 드리커스 두 플레시의 인터뷰에서 시작됨.

드리커스 : 내가 바로 첫 아프리카인 챔피언이 되겠다. 아프리카에 살고 아프리카에서 훈련하는 아프리카인 챔피언.


이 인터뷰를 본 이스라엘 아데산야, 카마루 우스만이 반박을 하게 됨.

UFC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군지 모를리가 없지만 그냥 역사만 알고싶어서 들어오신 UFC알못들을 위해, 이 둘은 누구냐면,

이스라엘 아데산야 (Israel Adesanya)는 UFC 미들급 챔피언이다. 챔피언인 만큼 일단 오지게 잘 싸운다. 키도 190이 넘음... 킥복싱 선수였어서 타격이 오진다.

미들급은 또 드리커스 두 플레시가 있는 체급이기도 함.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나이지리아계 뉴질랜드인.


카마루 우스만(Kamaru Usman)은 웰터급 챔피언.

역시 챔피언이라 또 잘싸움.

역시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나이지리아인이지만, 8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이다.


이 둘은 드리커스의 저 인터뷰에


아데산야, 우스만 : 마 니보다 우리가 더 아프리카인인데 뭔소리냐


하고 굉장히 빡쳐한다.


드리커스 : 아 그말이 아니라고!!!!!!!!!!!!!!


드리커스는 오해가 있다고 했지만...

저 첫 인터뷰가 와전되어 많은 사람들은 드리커스가 저 둘보다 자기가 더 아프리카인이라고 했다며 논란이 생기고...


결국 드리커스가 UFC290에서 호주 출신의 로버트 휘태커 상대로 승리하자...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만다.

우승을 축하하고 경기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아데산야가


"와썹 내 아프리칸 브라더? 니 아프리칸이잖음? 함 Ni**er 함 외쳐봐라 어? Ni**er야, 마 빨리 Ni**er라고 해보라니까?"


당연히 아프리칸 브라더 어쩌구는 비아냥이다. 진짜 브라더라고 하는게 아님...(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엄청 위협적으로 드리커스에게 다가가면서 외친다)


드리커스는,


"내가 아프리칸은 맞지만 니 브라더는 아님;"


이라고 응수함.


이후에 관련 영상이나 드리커스의 인스타그램 댓글을 보면 많은, 특히 미국 흑인들이 굉장히 드리커스를 싫어하면서 'Colonizer(식민지 개척자)'라고 부르고, 그의 '아프리카인'이라는 호칭에 당위성이 있냐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듯 하다.


드리커스 두 플레시는 남아공 백인이다.

그는 과연 '아프리카인'일까?



일단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사실 이 역사는 저번 편, 컬리넌 다이아몬드 포스트에서 간략하게 다루긴 했다.

이 포스트를 꼭 보고 오길 바란다. (사실 안봐도 상관없긴함-근데 봐주면 좋지요...)

https://brunch.co.kr/@mlmls0922/15

다시 정리하자면,

1400년대 초반, 포르투갈인들이 현재 남아공 웨스턴 케이프 주 모셀베이(Mossel Bay)인근에 상륙하고 남아공을 '발견'한다(물론 이미 이 곳에는 코이코이와 산 족, 한국인에게는 부시맨으로 익숙한 일명 '코이산'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그래서 '발견'은 아님).

현재 모셀베이에 바르톨로뮤 디아즈 박물관이 있는데 상당히 알차고 유익하니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은 꼭 방문하길 바란다.


10년 후에는 바스코 다 가마가 바르톨로뮤 디아즈가 남아공에 온 것과 같은 경로를 따라 유럽에서 남아공, 그리고 다시 인도까지 항해를 함.

이 당시 다 가마는 현지인인 코이코이족과도 만나기도 함.


몇 백년 후, 1602년.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설립함.

이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네덜란드어로 Vereenigde Oostingdische Compagnie로, VOC라고 걍 부르기도 함.


여기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는 한국사람들도 익숙한 사람들이 둘 있는데,

바로 하멜 표류기의 하멜과, 조선인으로 귀화한 박연(본명 얀 벨테프레이)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출신이었음.


얘들은 다른 유럽 국가의 동인도 회사들과 차이점이 있었는데...

바로 선교활동을 하지 않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당시 네덜란드는 계몽주의 열풍도 그렇지만 로마 카톨릭을 믿는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개신교를 믿고 있었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 님 기독교 안믿어도됨. 걍 우리랑 거래하실?


진짜 돈에 미친놈들처럼 동양무역을 번성시킨다. 재밌는 놈들임(물론 식민지 수탈과 약탈, 지배가 있었으니 쉴드는 못침)


이 당시에는 수에즈 운하 이딴거 하나도 없어서 아시아를 가려면 아프리카를 돌아서 가야하는게 국룰이었다.

그럴려면 중간 지점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남아공이었던 것. (이미 바르톨로뮤 디아즈, 바스코 다 가마 같은 선례가 있었기도 함)


1639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얀 반 리비에크라는 사람이 발탁이 됨.

이 위 초상화의 사연이 존나 웃긴데... 얀 반 리비에크는 사실 개존못인간이었다... 진짜 너무 못생긴 사람이라서 나중에 잘생긴 사람을 고용해서 초상화를 그리고 자기라고 못박아버림...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의 임무는 중간지점인 남아공 희망봉에(현재 케이프타운)음식이랑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드는 것이었음.

몇 년 후, 1652년.

그렇게 얀 반 리비에크와 다른 회사 사람들이 남아공에 상륙하게 됨.


첫 번째는 식량 공급원을 찾고, 원주민들과 접촉하고, 거점을 만드는 요새를 짓는 것이었음.


전 포스트(위의 컬리넌 다이아몬드에 얽힌 연사 상식 포스트)에도 설명했다시피 원주민인 코이코이족과 산족과 '비교적' 사이좋게 지냄.

유럽의 물건을 코이코이족이 갖고 있는 소와 교환하기도 하고 수렵 채집을 했던 산 족과는 마찰이 조금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다른 유럽 식민지에 비해서는 굉장히 평화로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다)

네덜란드 남성과 코이코이족 혹은 노예 여성 사이의 인종간 결혼을 허용을 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생긴 자식들의 후손들이 컬러드(Coloured)라는 민족이다.


그렇게 정착민들은 농사도 오지게 짓고 소도 다 기르고 포도 농사 지어서 포도주도 만들고...

그러다보니 케이프 콜로니(Cape Colony-케이프 정착지/식민지)는 떡상을 하게 된다.

떡상한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유럽인들도 이민을 옴.


그렇게 일부 프랑스 위그노(Huguenot-영어로는 휴거넛, 칼뱅 영향을 받은 개신교를 믿는 일부 프랑스인들)들과 독일인들도 남아공 케이프 식민지에 오게 된다.


이 네덜란드 정착민들, 위그노, 일부 독일인들은 나중에 보어인, 즉 아프리카너(Afrikaner)이라고 하는 민족이 된다.(자세한 내용은 전 포스트를 확인!-이들이 '네덜란드 정착민'이 아닌 아프리카너로 어떻게 정체화를 했는지 전 포스트에 다 나와있다)




그래서...

지금 아프리카너들의 성씨를 보면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계 성씨가 많다(포르투갈계 성씨들도 존재하지만 소수고 포르투갈계 성씨를 쓰는 아프리카너들은 일부 포르투갈계 이민자들이 아프리카너로 편입되서 생김).


예를 들어 아프리카너 흔한 성씨중에 'van der Merwe(반 데르 메르베)'라는 성씨가 있는데, 보자마자 딱 알 수 있다시피 네덜란드계 성씨이다. 하지만 현재 네덜란드에 이 성씨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있으면 그냥 남아공에서 역이민간 사람임)

마잔가지로 'Potgieter(포트히터르)'또한 독일계 성씨이지만 현재 아프리카너 성씨가 된 사례.


물론 유럽과 남아공 둘 다 쓰는 성씨도 있다.

Joubert(유베르), Kruger(크뤼이르/크루거), Wagner(바그너)... 등등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서....

드리커스 두 플레시는 프랑스 위그노계 아프리카너 성씨를 가지고(이름인 드리커스도 전형적인 아프리카너 남성 이름) 아프리칸스어를 쓰는 아프리카너다.


자 여기서 내 곧남편을 소환해보자.

내 곧남편도 아프리카너다.

곧남편의 경우 조상들의 기록이 꽤나 잘 보존이 되어서 역대 조상들의 이름이나 거주지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내 곧남편 이안은 18대가 남아공에서 살아온 네덜란드 정착민의 후손이다. (역대 조상중에 여성, 즉 아내들이 프랑스 위그노계들이 꽤 있긴 했다.)


이말은 무엇이냐...

정말 네덜란드에서 첫 18대 윗 조상 할아버지(?)가 남아공 땅에 정착한 이례로 한 번도 유럽에 살아본적이 없이 1600년도부터 지금 2023년까지(이 이후로는 대는 내가 끊어놔서ㅋㅋ없을예정-우리는 딩크족임) 쭉 남아공에서만 살아온 남아공 사람인 것이다.

이런 아프리카너들에게 '당신은 유럽인(European)입니까, 아프리카인(African)입니까?' 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아프리카인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곧남편을 포함 주위 아프리카너 친구들에게 많은 자문들을 들었는데, '당신은 유럽인(European)입니까, 아프리카인(African)입니까?' 라는 질문에 모두가 공통적인 말을 했는데,


1. 다른 대안이 없다. 조상 대대로 17세기부터 살아온 내가 아프리카인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인가?

2. 네덜란드/프랑스/독일인 인다. 해당 국적도 없고 문화랑 언어도 모르고(대부분은 가 본적도 없고),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나라 사람이며, 유럽인이라고 할 수 있냐. (네덜란드와 아프리칸스어는 상당히 흡사하지만 그래도 알아듣고 말하는데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3. 일단 유럽을 비자없이 못가는데 내가 어떻게 유럽인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아공 사람은 쉥겐 비자를 받아야만 유럽에 갈 수 있다)


물론 'Colonize(식민자)'라는 말에 대해서는 동의할수밖에 없다고 한다.

조상이 식민지를 거느리고 원주민들과 반투계 흑인을 학살하고 수탈, 약탈한 사실은 맞으니까....(그리고 당장 바로 윗 세대만 하더라도 아파르트헤이트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아프리카인'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백인계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미국인(American)'으로 부르고, 호주 백인들도 '호주인(Australian)'이라고 부른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


그 미국 백인, 호주 백인, 뉴질랜드 백인 모두 조상들이 식민지 수탈을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다.

싹 다 죽여서 지금 인구 비율도 ㅈ창나지 않았는가...

남아공은 그나마 백인 비율이 8%밖에 안된다. 물론 남아공 백인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Colonizer중에서도 네이티브를 싹 다 죽여버린 최악 Colonizer들의 후손인 미국 백인은 스스로를 아메리칸이라고 부르는데 왜 남아공 백인은 아프리칸으로 부를 수 없는지 의문이다.



이참에 이것도 보고 가십쇼

https://brunch.co.kr/@mlmls0922/19

https://brunch.co.kr/@mlmls0922/18


작가의 이전글 남아공은 왜, 그리고 어떻게 전기가 끊기는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