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개고생했다. 21세기 인간에게 닥친 공포란 이런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 조차 적용이 안되는 것들도 존재한다.
현대사회의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전기에 높게 의존하며 살고 있다. 2019년 기준 세계 인구의 전기 보급률은 거의 90%에 육박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기를 쓰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전기를 쓰는 방식은 다양하다. 당장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핸드폰 혹은 컴퓨터나 노트북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종이에 인쇄되지 않고 인터넷에 존재하는 글이니 전기 없이 읽을 수 없다.
뜨거운 샤워를 하는 데도, 그리고 지금 한국은 겨울이니 난방을 떼는 것 조차 전기가 필요하다. 가스 난로일 경우에도 그 가스를 채우는 데 그냥 가스통을 들고 나가서 충전하진 않는다. 새벽에 잠깐 화장실을 가더라도 깜깜한 방을 비추는 빛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렇게 전기에 의존해왔다. 길들여져버린 것이다.
남아공은 전 편에도 말했지만 Eskom이라고 하는 한국으로 치면 한국전력공사가 존재하고, 부패한 정권 때문에 전기를 훔쳐 파는 사람도 있고 그마저 전기 공급량이 소비량을 못따라가서 Load Shedding이라는 전력 제한을 하곤 한다(계획대로 하는 전력 제한이라 스케줄을 미리 정해놓고 이는 어플이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칠 노릇이다. 그리고 지역 발전소가 낙후되어 고장도 잦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역 변전소에 불이 났다.
...
로드쉐딩이 존재하는 나라인데... 변전소에 불이 났다.
한국같으면 한국인들 성질 급해서 이거 많이 잡아서 이틀이면 어떻게든 방법을 써서 다시 전기를 복구시키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여긴 남아공이다. 이틀안에 전기가 돌아오면 기적 그 자체다.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 사람들은 대략 일주일에서 9일정도를 예상했다.
심지어 우리가 거주하는 동네는 낙후된 동네가 절대 아니다. 아주 큰 부촌까지는 아니지만 중산층 아프리칸스들이 많이 거주하는, 특히 갓 결혼한 신혼부부나 어린 아이를 가진 부부들 혹은 20대 후반의 커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 모렐레타 파크(Moreleta Park)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2주동안 전기없이 생활할줄은........
그리고...
코로나에 걸릴 줄은............
그렇게 전기 없는 집에서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를 할 줄은.........
글로만 봐도 눈물이 나죠?
우리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 2주간의 눈물과 한국인의 홧병과 아프리칸스의 분노으로 얼룩진 생활상을 보여주겠다.
때는 12월 1일...
이 때는 동거 전이라 (지금은 우리집이지만) 당시 남자친구 집에서 한가롭게 하루를 보내던 중, 밤 쯤이 되자 갑자기 불이 나가버렸다. 어짜피 자려던 참이었고 남아공에서는 불이 나가는 일이 별 큰 일이 아니라 그러려니 하고 Eskom se push(로드 쉐딩 스케줄을 알려주는 어플)을 키니 딱히 우리 지역에 로드 쉐딩이 예정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남자친구는 "아 이거 불안한데..."라고 했고 나는 무엇이 예상되냐고 묻자, 남자친구는 누가 전선을 훔쳐갔거나(이 나라는 가끔 도둑들이 길가의 배선? 전선?을 끊어서 가져가곤 한다-구리선이라 값이 나가기 때문)-전선 훔쳐간거면 복구하는데 대략 2-3일, 지역 전기 관련해서 뭔가 고장나서거나, 가장 최악인 경우 발전소에서 불이 난 것이라고 했고 이는 복구하는데 대략 적어도 일 주일은 걸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며 에이 설마 불난거겠어...비도 오는데... 걍 전선 훔쳐간거겠지(이런걸로 위안하는 것도 웃기지만 남아공에 살면 이렇게 된다) 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City of Tshwane(프레토리아 지역 하우텡 주 지방 자치 단체)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리가 사는 모렐레타 파크 서브스테이션(변전소)에 불이 났고 빠르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우리 모두 이마를 탁 쳤다.
일단 나는 당시 지내고 있던 도미닉의 집으로 돌아갔고...
남자친구가 앞으로 들이닥칠 긴 전기 없는 나날을 준비하는 동안(양초, 보조 배터리 구매 등등) 나는 걍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즐거웠군.
하루 뒤 금요일, 남자친구를 다시 만났고 이때는 또 주말이라 금요일에는 생일 파티도 있고, 친구 밴드 공연도 있고 정신없이 지나가서 크게 정신적으로 타격받지 않았다. 어짜피 밖에 있던 시간이 길었어서 집에서는 거의 곧바로 잠만 잤기 때문.
남자친구는 일요일에 잠시 또 정전 관련해서 해결을 보려고 나를 돌려보냈고 나는 또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역시 일요일엔 낮술이지.
이렇게 친구들과 한참 놀다가 남자친구가 메세지를 보냈다.
"자기야 금요일에 갔던 생일파티에서 친구 케이시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어. 일단 나랑 누나(남자친구의 누나도 같이 생일파티에 갔었다) 둘 다 증상은 아직 없는데 신경쓰이면 바로 오늘 검사 받고 내일 우리집 와서 자가격리 하자."(남친 집에 고장난 발전기가 있었는데 이날 고치고 다음날 다 고쳤을 때 내가 왔으면 좋겠어서 다음날 오라고 한 것이다.-어짜피 친구들 다 만나고 시간도 오후였기 때문에 당장 바로 가나 다음날 가나 그게 그거라서...)
이게 미친 무엇
나는 입이 떡벌어졌고 곧바로 같이 있던 친구들한테 이 사실을 알렸고 우리는 그렇게 해산했고...
나는 다음날 아침 바로 남자친구 집에 갔다.
참고로 남아공에서는 역학조사 이런거 하나도 없다. 그냥 자기가 걸리면 알아서 주변에 알려야 됨.
그렇게 전기없는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발전기를 고치는데 실패했다...
우리 둘 다 증상이 하나도 없었다.
남아공에서는 이미 12월서부터 오미크론이 돌고 있었고 걸리면 거의 대부분 오미크론인 것이었다.
근데 정말 우리 둘다 몸이 너무 멀쩡한 것을 넘어서 에너지가 넘쳐 돌아서 집에만 있기 따분했다. 전기도 없어서 뭐 영화도 볼 수 없고 정말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간을 때워야 했는데...
그래서 나왔다.
이게 무슨 미친소리인가 싶은데,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자가격리 하면 무조건 집에 있어야 하고 방 밖으로도 나오면 안되지만 이 곳은 길 밖에 나가도 사람이 아무도 안다니고 다 차로만 다니기 때문에 나간다 해도 접촉인이 절대로 나올 리가 없다.
심지어 주변 친구중에 하나는 코로나에 걸렸는데 조부모님이 그 친구 집에 와야하는 상황이라 코로나에 걸린 친구가 나와서 국립 공원에서 캠핑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인구밀도가 낮고 차로만 이동하기 때문에 캠핑을 해도 주변에 사람을 만날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
우리도 사람 몰려있는 몰이나 마트 근처는 가지도 않고 정말 사람 하나 안다니는 도로로 해서 개 산책을 했다.
맹세코 개 산책 동안 사람 한 명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은 책읽고 개들이랑 놀아주고... 같이 자가격리 당한 남자친구 누나 집에 가서(같은 컴플렉스 안에 있어서 도보 1분거리다-아주 작은 인버터가 있다) 노트북 충전하고 충전한 노트북으로 영화보고 했다.
어짜피 일주일을 예상했고 각오했기에 이때까지는 멘탈이 그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다.
아 밥은 어떻게 해먹었냐면...
코로나 걸린 사실을 알기 직전에 남자친구가 마트에서 얼음을 대량으로 사서 보냉기? 큰 아이스박스같은 곳에 야채나 음식같은 것을 보관해 놨고, 비상용 가스 스토브가 있어서 파스타나 볶음밥(물론 전기밥솥은 사용 못해서 냄비밥 지어서 했다)같은거 해먹었다. 저녁은 손전등이랑 양초 키고 했다...
다음날... 우리는 자가격리 시작할 때 어짜피 증상도 없는데 그냥 코 쑤시지 말고 자가격리만 하자고 했었지만 그날 생일파티에 갔었던 친구들이 하나씩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도 검사를 받는게 맞는 것 같아서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나는 음성, 남자친구는 양성.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근데 웃긴건 그날 생일파티에 왔던 친구들 중 우리 커플까지 합하면 6-7커플이 죄다 남자만 걸렸다. 여자들은 죄다 음성을 받았다. 심지어 우리 커플 포함해서 다 동거한다. 그래서 이거 오미크론 남자만 죽이는 남혐 바이러스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근데 정말 남자친구는 하나도 증상이 없었다. 그냥 목이 조금 따끔한 정도? 가래가 평소보다 조금 많이 끼는 정도라고 했다. 체력적으로 피곤한 감도 전혀 없었고 오히려 정말 힘이 넘쳐돌았다. 나 또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날 저녁 우리는 밖에 또 나왔다.
또 미친소리같지만 전혀 아니다.
남자친구는 자차가 있고 집 주차장에서(우리나라처럼 아파트 식이 아닌 Estate안에 단독주택이라 주차장도 주택 앞에 있기 때문에 이웃이랑 마주칠 일이 없다.)바로 운전해서 저 노을 보는 언덕까지 운전해서 언덕에 주차하고 그 차 바로 앞에 있으면 사람이랑 마주칠 일이 없다. 어짜피 사람 득실한 장소가 아니고 아까도 말했듯이 사람들이 길에 안다니기 때문...
한국이랑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자. 남아공은 확진자도 밖에 나갈 수 있다. 접촉자 0명 완전 가능하다.
집에 전기는 없지...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인 남자친구는 일 못해서 불안하지... 집에서는 진짜 하나도 할 일이 없지... 그래서 지도 어플을 키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밖에 나가는 법을 모색했다.
집 근처에 국립 공원을 가기로 해서 정말 집에서부터 국립공원까지 찍고 다시 집에 오기까지 차에서 한 번도 안내리고 다녀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그나마 보조배터리는 있어서 핸드폰으로 노래 듣는거 빼고는 통기타 치거나 촛불 아래서 독서하거나 무슨 중세시대 인간들 처럼 생활했다...
한국은 그나마 가로등도 있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 많아서 밤에도 그다지 어둡다는 느낌이 안들지만, 남아공은 정말 밤에 깜깜하다. 큰 건물도 없고 가로등도 고장난게 많기 때문.
그리고 물론 씻는건 다 찬물로 씻었다. 뜨거운 물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 다음 날도 언덕에 갔다. 이번에는 더더욱 차에 내리지 않아야지 결심해서 이불 챙겨서 차박 느낌으로 차에서조차 내리지 않고 노을을 봤다.
그나마 우리에게 허용된 바깥 활동이었다. 너무 슬펐다..........
이 날이 아마 대충 일주일이 넘어가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일주일이 지나자 우리는 굉장히 분노에 휩쌓였다.
일주일까지는 그나마 어떻게든 버텼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우리 둘다 City of Tshwane페이스북 페이지와 지역 커뮤니티 페이스북 그룹 등에서 계속 팔로우 업을 하며 도대체 전기가 언제 들어오나를 강박증 걸린 사람들마냥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업데이트에서 별 차도가 없을 때마다 갖가지 욕을 했다. 진짜 욕이 나왔다.
왜냐하면...
자꾸 정부에서 고치고 있다 -> 비와서 오늘은 차도가 없었다 -> 조금 더 오래걸릴 수도 있다.
이런식으로 말이 바뀌어서....
정말 욕이 나오는 것이다.
그 다음날. 그나마 있던 보조배터리가 모두 0%가 되었고 충전이 필요했지만 남자친구 누나 집의 인버터로는 모든 배터리를 충전하기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랑 같이 코로나에 걸린 마리우스와 스테프 커플 집에 갔다. 여기는 그나마 우리 지역이 아닌 우리 집에서 대충 10분정도 차 타고 가야 나오는 곳이라 변전소 불 탄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아 전기가 평소처럼 잘 나오고 있었다. 이 곳에서 모든 보조배터리, 노트북 등등을 다 충전했다. 그리고 마리우스네 집 고양이 로르킨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츄르를 줬다. 로르킨은 거의 걸신들린것 마냥 정신없이 츄르를 먹었다. 귀여운 녀석.
마리우스는 이안(남자친구 이름이다)과 다르게 증상이 조금 있었던 편이었고 독감 느낌으로 몸살을 조금 앓았다고 한다.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 병원에서 약 처방받은 걸로 집에서 치료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꽤나 몸 상태가 좋아졌었고, 역시나 남자만 걸리는 병이라 스태프는 걸리지 않아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날은 식료품이 다 떨어져서 남자친구 누나가 배달을 시킨걸 나눠서 색다른 요리를 남자친구가 요리했다.
부리또 보울을 해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요리하는 남자가 최고다. 더워서지만 상탈하고 요리하는 내 남자 보는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리고 다음 날...
City of Tshwane에서 약속한 날짜가 되었다. 불이 나간 날이 12월 1일이었고 이 날은 12월 12일이었다.
밤이 되자 페이스북 댓글 창에서는 하나 둘 씩 불이 켜졌다는 소식이 들려왔고...우리도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는 도중에...
불이 켜졌다!!!!!!!!!!!!!!!!!!!!
우리는 이 직전까지 정말 다른 지역은 다 불이 켜졌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우리 지역만 안들어와서 아 오늘도 그른건가 하고 한껏 슬픈 음악들을 듣고 있었다. (남자친구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 중에 'Deep cut'이라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는데 이모(Emo)락이나 각종 슬픈 노래를 담아놓는 플레이리스트다)
그러다가 불이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소리를 지르면서 당장 노래를 클럽 음악으로 바꾸고 와인을 마시면서 춤추고 남자친구 스튜디오(직업이 뮤직 프로듀서라 집에 스튜디오가 있다)에 가서 기타도 치고 음악도 듣고 이러고 잠이 들었다.
이렇게 엔딩이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다음날 아침...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이런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다.
불을 키니...불이 켜지질 않는다.
그렇다... 또 나간 것이다.
전기가.
남자친구는 잔뜩 화가 나서 지역 구청같은 곳에 전화했지만 대충 보니 일부러 전화를 끊는 듯 했다. (남아공은 이런 일이 빈번하다)
정말 우리 둘다 너무 화가 나고 우울하고...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싶어 밖에 나가기를 결심했다.
어짜피 걸리고 일주일도 더 넘은 상태였고(대략 11일이 지난 상태) 우리 모두 다 증상이 없었다. 그리고 같이 걸렸던 사람도 음성이 나오고 있어서 우리 모두 안전하다고 판단,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그냥 이유없이 백화점을 싸돌아다녔다.
커피도 마시고, 서점에 가서 책도 둘러보고(남자친구와 나 모두 독서를 좋아한다), 치킨도 먹고, 영화도 보고 다했다.
그냥 불빛 구경하면서 와 여긴 밝구나 이런 미친말까지 했다.
이런 우리가 너무 슬펐다..........하....
그리고 이 날 저녁에 City of Tshwane에서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불이 또 새벽에 나간 이유가 이번에는 누가 전선을 훔쳐가서......ㅎ..ㅏ.........
우리는 대분노했다.
아니 어떤 미친새끼가 전기없이 13일을 산 사람들이 사는 지역의 전선을 훔쳐가냐고 진짜 개너무했다고. 부촌인 워터클루프나 머클니어크같은 곳이나 털지 왜 우리지역 터냐고 진짜 대 분노
완전 분노했다.
아니진짜 생각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훔쳐가도 왜 하필이면 전기없이 고생한 곳을 터냐고.........
그래서 우리는 걍 아 됐고 걍 여행이나 가자 하고 근교에 있는 Cradle of Humankind에 갔다.
이곳은 여행지로 유명한데 말 그래도 선사 인류에 대한 흔적이 발견된 동굴이 있던 장소다.
꽤 재밌었는데, 뭐 이건 넘어가고...
포스트로 나중에 남길까 했는데 찍어놓은 사진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일단 우리는 화를 내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에 사진이고 영상이고 그냥 즐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
하지만...다행히 이날 저녁 불이 들어왔다.....
감격.......
우리는 위 Cradle of Humankind에서 돌아와서 깜깜한 주방에서 저녁을 해먹고 우울하게 와인이나 마시고 있었고 아 오늘도 틀렸구나...하고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 번쩍! 하고 들어왔다.
정말....감동이었다....
남자친구랑 얼싸안으면서 아 이제 진짜 들어온거구나...하고 안심했다.
다음날 성명서에서는 우리 지역에서 로드 쉐딩을 적어도 6개월동안 일어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내용이 있었다. 왜냐하면...고생했기 때문....
그렇게 전기없이 사는 나날이 끝났다.
하지만 비가 와서 우리가 케이프 타운에 있는 동안 잠시 불이 나갔다고 했다.
이 일이 있고나서 얼마전에 매트릭스 정주행을 했는데, 매트릭스 2편에 고의적으로 발전소를 폭파해 도시를 정전상태로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 둘다 PTSD가 찾아와 아니 씨발 안돼 하지마 미친놈들아를 외쳤다.
이렇게 만들었다. 남아공이.
여튼 이렇게 끝이다.
다들 남아공 온다면 정전이 와도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