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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준 Dec 16. 2019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내가 아닐 수 있다

#사장일기, 관계는 변한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전화드렸죠?”

부장님, 반갑습니다. 잘지내시죠?”


얼마 전 예전 고객사 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었지만, 유쾌하고 밝은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지금 회사를 창업하기 이전에 ‘갑’과 ‘을’로 만나서 프로젝트를 힘들게 함께 했던 사이라, 그 이후에도 간간히 연락을 하며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거나, 서로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사이였다. 그러다 7~8개월 정도 연락이 없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이다.


“어? 부장님, 외모가 확 바뀌셨는데요?”

전화 통화로 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한 날, 오랜만에 보는 부장님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장발까지는 아니어도 다소 길었던 헤어스타일은 짧아졌고, 늘 단정한 캐주얼 차림이었던 복장은 말쑥한 정장으로 바뀌었다. 안들고 다니시던 가방까지..


아.. 물론 이 분은 아니시다.. 흡사 이런 모습으로 등장하신..^^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눠보니, 연락이 없었던 기간 동안 부장님은 그 회사를 나왔고, 평소 꾸준히 준비했던 재무설계사 시험에, 단 한번에 합격을 해서 이제는 모 증권회사의 재무설계사로 새로운 출발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이전 회사를 다니실 때도, IT 부서에 대한 회사의 무관심과 내부적인 여러 이슈로 힘들어 하셨던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부장님의 변신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진심으로 축하를 드렸고..

부장님은 재무설계사로서의 일은 그동안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영업이 필요한 일이어서 많이 도와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약간 부끄러운 듯 건네셨다.




관계는 변한다.

대학 때까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친구나 동기, 선후배, 지인들.. 그러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상황에서 관계의 변화를 보게 된다.

사회 생활 초창기 직원이었던 후배가 회사를 차려 사장이 되어 우리 회사에 일을 주기도 하고,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일이 있어서 학교 선배에게 외주로 일을 주기도 하고, 앞에 이야기한대로 고객사 부장님이셨던 분이 업(業)을 전환하여 나를 찾아오시기도 하고..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기 전까지 나는 그 은행의 고객이지만, 대출을 받는 순간부터 채권자와 채무자로 위치가 바뀐다. 우리 회사에서 고객사의 쇼핑몰을 만들 때는 ‘을’의 위치에서 일을 하지만, 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순간, 나는 그 회사의 고객이 된다. 이처럼 소위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는 언제든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사랑도 변하고, 관계도 변한다


그런데 간혹 이런 관계의 변화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마치 지금 자신의 명함에 있는 지위가 계속될 것처럼 착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 그걸 깨닫는 날, 그 사람이 느낄 고통(?)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오늘의 내 모습이, 내일의 내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고 행동하면, 상대방에 대해 좀 더 겸손해지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제 교육이 끝나고 출근한지 아직 얼마 안되어서 정식 명함이 안 나왔다며, 명함이 나오면 다시 오겠다는 말씀을 나누고 돌아선 부장님의 뒷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을 것 같지만.. 아니다, 오히려 힘차 보였다. 그 이전에도 우리의 관계가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알고, 늘 겸손했던 부장님은 오히려 지금 누구보다 당당하고 멋진 모습이다.

명함은 오래 가지 않고, 관계는 수시로 변한다. 오늘은 관계가 변한 몇몇 지인들에게 안부 전화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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