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부. 시공을 넘어 하나로, 사랑의 완성 (2)
그. 리. 고. 천 년이 흘렀다.
3025년.
세계는 이미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시대가 되어 있었다. 인간은 기억을 물질화할 수 있었고, 감정을 데이터로 전송하며, 시간은 더 이상 직선이 아닌 공명(共鳴)의 형태로 존재했다. 진동수로 모든 물질계를 넘나들 수 있는 그런 것으로 존재했다.
사람들은 시공을 ‘이동’ 하지 않고, ‘공명’했다. 즉, 한 사람의 현재가 다른 사람의 과거와 진동으로 이어지는 시대였다.
그날, 프롤은 서울의 가상 골목 속에 있었다.
그 골목은 오래된 한옥과 네온사인이 공존하는 공간, 2025년의 기억을 디지털화한 시공의 조각이었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 공기가 흔들리며 빛이 일렁였다.
그곳에서 한 여인의 실루엣이 서서히 형체를 이루었다.
“프롤…”
에필이었다.
그녀는 부산의 가상 해안에서 이 세계로 공명하여 나타난 것이었다. 은은한 바다의 빛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번지고, 눈동자에는 1000년의 기다림이 스며 있었다.
“드디어, 여기서 만나네.”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떨렸고, 동시에 따뜻했다.
프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보던 모든 시간의 단편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했다.
“우리가 흘린 모든 시간과 공백이…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한 것 같아.”
그들의 손끝이 닿자, 공간이 갈라지며 세계의 경계가 무너졌다.
서울의 골목, 부산의 바다, 강릉의 산길, 군산의 여관. 모든 장소가 한꺼번에 그들 앞에 펼쳐졌다. 공기가 중첩되고, 바람의 결이 겹쳤다. 2025년의 낙엽이 3025년의 하늘 아래에서 흩날리고, 바닷물의 파동이 산의 공기와 얽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