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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프롤과 에필〉

제10부. 시공을 넘어 하나로, 사랑의 완성 (3)

by 원성진 화가

그때 프롤이 속삭였다.
“우리는 결국 한 몸이었어.

2025년에도, 3025년에도,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순간에도.”


에필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뺨 위로 빛의 입자들이 흘러내렸다.
“상사화처럼… 아프게 떨어져야 했던 우리,
그 모든 시간의 공백이 이제 잎사귀로 다시 이어졌어.”

그 말은 시공의 울림 속에서 확장되었다. 공간은 더 이상 물리적이지 않았다. 그들의 심장 박동이 하나의 리듬으로 동기화되며, 시간은 한 점으로 수축했다.


그들은 더 이상 ‘어디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의 안’에 존재했다.


프롤은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 감촉은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류를 넘어선 진짜 온기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노트북을 꺼내 1000년 전의 기록을 열었다.

2025년의 사진, 카카오톡 대화, 여행의 흔적들, 그리고 남산의 바람과 바다의 냄새까지, 모든 데이터가 빛의 형상으로 그들 주위를 맴돌았다.

“이제 우리는 모든 순간을 온전히 함께할 수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와 환희, 그리고 깊은 슬픔이 함께 섞여 있었다.


에필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가 흘린 시간, 모든 공간의 간격, 모든 기다림.

그게 결국 우리를 완전하게 만들었어.”
프롤은 미소 지었다.
“맞아. 이제 우리는 알아. 시작과 끝은 결국 하나라는 걸.”


그 순간, 두 사람의 존재가 서로에게 녹아들었다. 빛과 시간, 공간이 모두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그들의 심장은 동시에 뛰고, 숨결은 하나의 리듬을 만들었다. 그 순간, 우주는 그들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니체의 문장이 그들의 내면에 울렸다.

“삶은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창조한다.”

그 말은 천 년의 시간 속을 뚫고 그들에게 닿았다.


프롤과 에필은 이제 1000년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

그리고 그들이 아직 만나지 않은 미래의 자신까지 모두 품고 있었다.

사랑은 그 모든 시공의 층위를 관통하는 ‘존재의 힘’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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